◇부자들 뭉칫돈 어디로(사진제공=ⓒNews1)
[뉴스토마토 유지승기자] 오는 29일 개정된 금융실명제법 시행을 앞두고 부자들의 뭉칫돈이 은행에서 인출되는 현상이 일고 있다. 금, 은, 비과세상품, 현금 등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하나은행의 경우 10억원 이상 돈을 맡긴 고액 예금자의 예금 총액이 지난 4월 말 기준 7조6000억원에서 10월 말 7조원으로 6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10억원 이상 고액 예금 총액이 5조2000여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줄었다.
우리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 4월 말 4조7000억원에 육박했던 10억원 이상 고액 예금 총액은 10월 말 4조2000여억원으로 4000억원 가량이 줄었고, 9월과 10월에는 각각 1000억원이 넘는 돈이 고액 예금에서 인출됐다.
이는 29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금융실명제 개정안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도 국민, 하나, 신한은행 등 10개 시중 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차명거래금지법 통과 이후인 올해 6월부터 10월말까지 1억원 이상 고액예금 인출액이 지난해보다 무려 88조원 넘게 늘었다고 밝혔다.
차명거래금지법이 통과된 올해 5월을 기점으로 뚜렷하게 전년에 비해 돈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
반면, 비교적 세금을 피할 수 있는 금, 은 등의 구매와 비과세상품 가입은 증가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1㎏당 5000만원 수준인 골드바 판매량은 지난 1월 68㎏에서 지난달 132㎏까지 뛰어올랐다. 특히 4월에 59㎏이었던 판매량은 금융실명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5월에는 94㎏으로 늘었다.
실버바도 지난 4월 470㎏에서 5월 740㎏으로 판매량이 증가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980㎏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비과세 보험 가입도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은 8월 2651억원, 9월 2823억원, 10월 3526억원으로 점차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시중은행의 PB담당자는 "최근 차명거래금지법과 관련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돈을 인출해서 다른 곳에 투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5만원권 또는 수표로 돈을 찾아가는 고객들도 있다"면서 "제도 범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실명으로 거래하는게 쉽지 않아 한번 빠져나가간 돈이 다시 금융권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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