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승기자]정부가 '불법' 차명계좌를 원천금지하는 내용의 '차명거래금지법'을 오는 29일부터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실효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개정된 금융실명제법의 핵심은 원칙적으로 모든 차명거래가 금지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름을 빌려준 사람과 빌린 사람이 합의했다면 금융실명제법상 책임을 묻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합의를 했더라도 불법에 해당한다.
차명거래를 하다 적발된 경우에는 이름을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의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번에 개정된 금융실명제법이 기존보다 범위와 강도를 한층 강화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실질적인 탈루 예방 등의 효과는 더 지켜봐야겠다"면서도 "일단 차명거래에 대한 불법과 합법의 기준을 어느정도 구체화하고 벌금과 처벌을 더 엄격하게 한 부분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외 조항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계모임, 동창회 등 선의의 목적으로 차명거래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합법으로 규정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오 연구위원은 "불법인데 합법인 것처럼 가장한 건에 대해서는 추후 조사를 통해 가려내면 되겠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발이 쉽지 않은 차명거래의 특성상 무조건 금지할 경우 선의의 피해자만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체계적인 신고 등록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차명거래를 선의로 간주하고 범위 내에서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명거래 규제의 가장 큰 목적은 불법적 동기를 가진 차명거래를 잡아내는 것인데 진짜 선수들(조직적, 큰 규모의 불법적 동기를 가진 거래)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구체적인 대안으로 차명거래 사전등록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의의 차명거래 범위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데 모든 차명거래를 미리 등록해 선의와 악의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차명거래 사전등록제는 선의의 동기를 가진 실소유주는 사전신고를 못할 이유가 없고 신고절차도 어렵지 않아 유용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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