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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글로벌이슈)엇갈린 명암..자리지킨 미국·주저앉은 아시아
2014-11-25 07:09:08 2014-11-25 07:09:13
<뉴스토마토 국제전문기자가 분석하고 전망한 글로벌 뉴스입니다. 한 주 동안의 핵심 글로벌 이슈를 총 정리해 보여드립니다.>
 
 
세계 경제의 명암이 엇갈렸다. 미국이 홀로 회복세를 이어가는 동안 유로존과 일본, 중국은 경기부양책을 시행했음에도 줄줄이 죽을 쒔다. 특히, 일본은 2분기 연속으로 경기침체를 이어가며 잃어버린 10년의 쓴 추억을 되살렸고 중국은 제조업 부문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존은 어찌나 상황이 어려운지 독일이 강하게 반대하는 대도 국채매입을 단행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미국
 
▶미국 홀로 승승장구..각종지표 '好好'
 
중국과 일본 경제가 위축되는 동안 미국만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양적완화 없이도 잘할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하다. 우선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고용시장이 회복 흐름을 탔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지난주까지 10주째 30만건을 밑도는 중이다. 이런 흐름은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3~6개월 동안의 경기 전망을 다룬 지난 10월 경제선행지수도 0.9%로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골드만삭스는 내년에도 미국이 세계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연간 물가가 1.7%로 목표치인 2.0%에 못미치고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저물가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유로존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 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도 미국 경제에 악재다. 지난 17일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을 당초 3.1%에서 2.7%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M&A 인수 바람..자문료 3억달러
 
미국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던 M&A가 되살아난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 액타비스는 보톡스 업체 앨러건을 660억달러에 인수해 1000억달러 규모의 회사로 재탄생했다. 이번 인수가는 올들어 최대 규모다. 세계 원유서비스 업계 2위 업체인 핼리버튼은 업계 3위 베이커 휴즈를 346억달러에 매입했다. 이로써 핼리버튼은 원유탐사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베이커휴즈의 유전 개발 기술도 덤으로 얻었다. 미국과 더불어 다른 곳에서도 M&A는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전세계 M&A 규모는 3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미 2008년 이후 연간 최대규모를 뛰어넘었다. 지금까지 이뤄진 M&A만 따져봐도 지난해 전체보다 32%나 증가했다. M&A 증가 배경에는 저렴한 자금조달비용, 높은 주가 등이 있다. M&A로 해당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기술력을 획득하는 동안 자문사들은 중간에서 두둑한 수익을 얻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금융기업들은 올해 M&A 자문 수수료로 3억달러를 챙긴 것으로 알려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민법 개혁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오바마, 이민개혁안 발표..공화당 결사 반대
 
버락 오바마가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민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이나 합법적 체류 권한을 가진 자녀를 둔 성인 불법체류 이민자 약 400만명이 추방 유예를 받게된다. 100만명의 불법체류 이민자들도 혜택을 얻게 됐다. 이번 조치는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불법체류자 270만명의 신분을 보장해 준 이후로 가장 광범위한 것이다. 다만, 공화당이 이번 법안을 결사 반대하고 있어 발효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론도 오바마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가 공동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48%의 미국인이 이민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다. 찬성은 38%에 그쳤다.
 
 
■유럽
 
▶에볼라 바이러스·조류독감 기승
 
영국과 네덜란드, 영국 등에서 조류독감이 잇따라 발견했다. 이 '조류인플루엔자(H5N8) 바이러스는 사람에게도 전염돼 죽음을 유발할 수 있이 매우 위험하다. 유럽연합(EU) 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가금류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이웃국으로 바이러스가 전이되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각국 별로 독감 감염이 의심되는 지역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네덜란드의 한 양계장에서는 닭 15만마리를 살처분했고 영국 농가도 6000마리의 오리를 폐기 처분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 작업에 매진했다. 에볼라로 인한 사망자 수는 현재 5420명까지 늘었다. 그중 99%가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기니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국의 도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감염 환자를 돌볼 병실이나 기자재, 생필품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서아프리카 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에 엄청난 피해를 준 사스 사태와 같은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CB, 국채매입 언제..드라기 입 열어
 
지난 17일 드라기가 처음으로 '국채매입'이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등 완곡한 표현만 골라 쓰던 그가 미국식 양적완화를 직접 시사한 것이다. 독일의 반대와 기술적인 이유로 양적완화를 미루기엔 경제가 너무 악화됐다는 현실론이 반영된 보인다. 실제로 유로존 민간경기를 나타내는 11월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4로 1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지경이 되자 신용평가사 S&P는 "독일이 뭐라고 하건말건 국채매입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크리스티앙 노이어 프랑스 중앙은행장도 국채매입에 찬성 쪽에 손을 들어줬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ECB가 내년 1분기부터 국채를 매입할 것으로 본다. 라보뱅크는 3월, 르겐 스타크 전 ECB 집행이사는 내년 봄을 양적완화 도입 시점으로 잡았다. 그러나 이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전 의장은 "정치적인 장벽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고 옌스바이트만 분데스뱅크 총재는 긴축기조가 헤이해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설령, 국채매입을 한다 해도 증세와 지출감축 기조가 이어지는 한 별다른 부양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란 회의적인 의견도 있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사진=로이터통신)
 
▶러시아-서방 신냉전 분위기 조성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코너에 몰렸던 러시아가 중국과의 공조를 강호하면서다. 지난 19일 러시아는 중국과 해군 합동 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양국 합동 훈련은 내년 봄에 지중해에서 한 번, 태평양에서 또 한 번 펼쳐질 예정이다. 사실 양측이 손을 맞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러시아는 원유 판로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중국과 가스공급 협정을 맺었다. 이제 서방이 자국산 가스를 수입하지 않겠다 해도 러시아는 무서울게 없다. 이처럼 러시아가 중국과의 공조로 경제·군사 부분에서 안정을 되찾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큰소리를 떵떵치고 있다. 푸틴은 "서방국들이 러시아를 자극해 신냉전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국제정세가 악화된 이유를 서방 측에 떠넘겼다. 반대로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정에 간섭해 냉전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맞대응 하고 있다.
 
 
아시아
 
▶일본 정치권 시끌..아베 승부수 던져
 
일본 정치권이 시끄럽다. '아베노믹스'의 주인공인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조기 총선과 중의원 해산, 소비세 증세 연기란 승부수를 띄우면서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긴 했다. 2014회계연도 2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이 0.4% 감소하면서 일본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베가 쏜 세 개의 화살, 즉 각종 경기부양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비난이 쏟아질 만큼 형편없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이처럼 성장률이 저조한 이유는 소비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소비는 일본 GDP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 4월에 시행된 소비세 인상 조치와 고질적인 고용불안 탓에 가계들이 지갑을 닫았다. 일본 실업률은 3.6%수준으로 낮은 편이나, 고용의 질이 좋지 못하다. 많은 이들이 시간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정규직들의 임금은 더디게 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일본의 실질 임금은 전년동월보다 무려 3% 하락했다. 일본 임금 상승률은 15개월 연속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대비 엔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올라 서민들의 생활고가 커진 것도 문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노무라증권은 올해 성장률을 0.2%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통신)
 
▶중국 제조업에 드리운 그림자
 
중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제조업 경기 회복세가 종료된 것이다. 20일 HSBC는 중국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50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까지 악화돼 시장에 더 큰 불안감을 심어줬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지난달 70개 주요 도시 가운데 무려 69곳의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장 경기가 악화되니 돈을 빌려서 투자하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의 대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1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2006년 이후 최저치다. 이쯤되자 정부의 소비진작책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어울어져야 경기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 전망까지 불확실해지자 전문가들은 앞다투어 중국 경제 성장률을 낮추기 시작했다. 노무라증권은 중국의 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7.6%에서 7.4%로 조정했고 도이치뱅크는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7.8%에서 7.3%로 낮춰 잡았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 성장률이 오는 2016년부터 5~6%를 기록하는 데 그칠 것이란 경고도 있었다.
 
▶후강퉁 시대 열려..위안화 시장 확대 기대
 
중국 금융권의 문이 열렸다. 후강퉁으로 상하이·홍콩 증시 간의 교차 거래가 허용되면서 외국인도 중국 본토의 A주식을 직접 살 수 있게 됐다. 중국에 50만위안의 은행잔고만 있으면 누구나 투자가 가능하다.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중국 우량주 종목은 568개다. 지난 17일 후강통이 시행되자 이들 외국인 투자에 힘입어, 중국·홍콩 증시 개장 10분 만에 거래대금이 65억위안을 넘어섰다. 그러나, 후강퉁 특수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 본토 주식거래가 후강퉁 시행 다음 날 부터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본토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가운데 중국 자본시장 개방도가 낮다는 불만이 남아 후강퉁 효과를 반감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의 우량기업에 투자하길 원한다. 그런데 그러한 기업들은 현재 자유화 되지 않은 심천 증시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홍콩증시와 심천증시도 연결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후강퉁 효과로 위안화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 흐름이 차익 실현을 위한 일시적인 현상이란 점에서다.
 
윤석진 국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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