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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공무원연금 개혁 다루는 방식 도마
2014-11-26 11:14:45 2014-11-26 11:14:45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처리를 강조한 가운데 정부의 연금 개혁 처리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민·민 갈등, 노·노 갈등을 일으켜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심산인데, 정부 스스로 연금 개혁의 명분을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24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에 따르면 공노총은 이날 공무원 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를위한공동투쟁본부'(공투본) 탈퇴를 논의한 끝에 공투본 잔류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18일 공노총이 새누리당과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당·정·노 실무위원회를 구성하기로 단독 결정한 후 공투본 내부에서 노선 갈등을 빚으면서 시작됐다.
 
애초 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등 50여개 공무원 단체로 이뤄진 공투본은 여당에 공투본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참여하는 공무원연금 개혁 사회적협의체 구성을 요구했으나 여당은 이럴 경우 연금 개편의 개혁성이 후퇴할 수 있다며 반대했었다.
 
그런데 여당이 공투본과 전공노보다 비교적 친정(親政) 성향인 공노총에 실무위 구성을 제안하고 공노총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공투본과 전공노, 야당만 닭 쫓던 개가 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노·노 갈등 양상을 보이는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사진 왼쪽)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사진 오른쪽)ⓒNews1
 
이에 대해 전공노 관계자는 "공노총의 여당 실무위 참여는 연금 개혁이 여당의 뜻대로 대충 넘어가더라도 공무원도 동의한 결과물이라는 모양새를 만들어줄 수 있다"며 "기업이 복수노조를 꾸려 노조를 구슬리고 노·노 갈등을 만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노총 관계자는 전공노 측 주장을 반박하며 "전공노는 공노총을 비난하기 전 공무원연금에 대한 방법론부터 제시하라"며 "국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노총의 고민을 비열한 협잡으로 매도하며 법내노조인 공노총 무력하에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투본과 전공노, 공노총 사이에서 벌어진 일주일간의 긴박한 사정은 박근혜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처리하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금 개혁을 반대하는 공무원 사이에 갈등을 일으켜 연금 개혁 저지가 안에서부터 무너지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손 안 대고 공무원연금 개혁을 처리하는 다른 방법은 민·민 갈등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한국납세자연맹과 바른사회시민회의, 한국연금학회 등 연금 개혁에 찬성하는 단체를 통해 연금 개혁의 명분과 필요성을 알리고 공투본 등과의 대결을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초 공투본 등이 여의도에서 공무원연금 개혁반대 대회를 열자 납세자연맹은 같은 날 광화문에서 연금 개혁찬성 집회를 열었고 중도보수 인사들이 만든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연금학회는 정부·여당이 강조한 바대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전공노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해야 하는 정치적 사안임에도 정부와 여당은 이해관계자인 공무원과는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다"며 "연금 개혁에 찬성하는 단체와 공무원끼리 싸움을 붙여 국민 갈등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 업무를 안전행정부(지금의 행정자치부)에서 신설된 인사혁신처로 옮긴 것도 말썽이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연금 등 공무원의 인사·복리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인데 안행부에서 갈라져 나온 탓에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더구나 첫 인사혁신처장인 이근면 처장은 삼성그룹에서 인사전문가로 활동한 인물. 이에 정부가 공적연금 개혁을 민간 인사전문가에게 전담시킴으로써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사적연금 활성화와 연계한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공노 관계자는 "기업 총수의 뜻대로 근로자를 부린 이근면 처장이 공적연금과 직역연금의 특수성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며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처리를 강조한 박 대통령은 올해가 한달 남았는데 공무원연금 전담 부처를 새로 만들어 '연금 개악'을 추진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가 오히려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지연시키는 장본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2003년과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공무원이 참여하는 사회적협의체를 구성해 연금 개혁을 성사시킨 사례가 있는데 박근혜정부에서는 기어코 사회적협의체 구성을 거부하면서 정부 대 공무원이 대결양상만 키우고 문제를 더 복잡하게 꼬고 있어서다. 
 
한국행정학회 관계자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제시하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해도 야당이 반대하면 연금 개혁안 연내 처리는커녕 개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며 "사회적협의체 구성 등을 수용해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민 갈등과 노·노 갈등은 연금 개혁의 개혁성을 허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나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관련 공청회나 토론회도 열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혁안만 제시한 채 군사작전처럼 진행하고 있어 설사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더라도 사회적 갈등만 더 커지고 공무원의 복지를 개선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공약만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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