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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고성장의 환상은 깨졌다..저성장 시대를 준비하라
<거대한 침체>타일러 코웬 지음 | 송경현 옮김 | 한빛비즈 펴냄
2014-11-23 09:50:35 2014-11-23 09:50:35
이 책은 10년 가까이 지속된 미국의 경기침체(Stagnation: 1년 이상 경제성장률이 2%~3% 이하로 떨어지는 장기침체)와 그에 따른 세계 경제불황을 분석했다.
 
저자는 미국이 1970년대까지 누린 경제호황은 거의 무상으로 이용한 토지와 자원, 기술적 진보, 이민 노동자 덕분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늘날 경제사정은 과거와 달라졌고 당시 경제호황을 이끈 역동성도 사라졌지만 정부와 경제주체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과거의 경제행위만 되풀이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의 인터넷과 페이스북, 아이폰 등 기술적 약진은 IT 세계에서만 영향력을 발휘할 뿐 일반 경제주체들에는 거의 영향을 못 주고 침체에 빠진 경제도 구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저자는 '고성장이 환상이 깨진' 저성장의 시대를 준비하려면 그나마 경제성장의 역동성을 갖춘 과학적 혁신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문성 : 책은 1970년대 경제상황과 2000년대 이후의 경제상황을 넘나들며 다양한 자료를 제시한다. 곳곳에 등장하는 표와 그래프, 사례를 통해 저자의 논지를 파악할 수 있다.
 
▶대중성 : 책은 추천사와 각주를 빼면 120여쪽에 불과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경기침체를 진단한 무거운 책과 달리 가볍게 술술 읽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책에 담긴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참신성 : 인터넷과 페이스북, 아이폰 장점과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조명한 책들과 달리 이런 기술적 진보가 실물 경제성장에 전혀 기여를 못 하고 일반 경제주체에는 편익을 못 준다고 주장한다.
 
■요약
페이스북 이용자가 13억명을 넘었다. 세계 최대의 메신저 서비스인 왓츠앱의 창립자는 회사를 페이스북에 팔고 90억달러의 주식을 받았다. 애플은 손목시계와 스마트폰을 합친 스마트워치를 개발 중이고 구글은 소형 인공위성 업체를 인수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요즘 IT업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와 사건을 일컬어 IT혁명이라고 말한다. 산업혁명이 인류의 근대화를 이끌었듯 IT업계의 기술적 진보 역시 우리의 삶을 더 윤택하게 변화시켜 주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IT혁명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기침체는 계속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못 찾고 있다.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의 가난도 여전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거대한 침체>는 오늘날 세계 경기가 장기침체(Stagnation)에 빠진 것은 경제가 역동성을 잃었고 정부와 정치권, 경제주체가 고성장 시대의 환상에 젖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경제가 역동성을 잃은 첫번째 원인은 기술적 진보가 경제성장에 도움을 못 주고 있어서다. 전자책은 종이책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호들갑이지만 이는 무역과 조세, 실업률 등에는 거의 영향을 못 준다. 거시경제의 거대한 흐름에서 IT혁명은 아주 작은 변화일 뿐이다.
 
다른 이유가 더 있다. 산업혁명 시기에는 인류의 기술적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작은 기술적 혁신으로도 커다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인류의 문명이 초고도화됐다.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기술적 진보로는 예전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루기 어렵게 됐다.
 
세계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자원을 거의 무한정 사용했다. 낮은 임금으로도 노동력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것도 경제가 역동성을 잃은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와 정치권, 경제주체가 여전히 과거의 '고성장 환상'에 빠졌다는 점이다. 고성장 시대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페이스북의 놀라운 성장과 애플의 기술력만 보고 여전히 기술적 진보가 과거처럼 경제를 성장시켜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책은 더이상 자원과 노동력에 기대서 경제가 성장하던 시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제 유일하게 희망을 걸 수 있는 곳은 기술적 진보다. 비록 IT혁명과 최근의 인터넷 산업의 발전이 거시경제의 거대한 흐름에서는 미약하겠지만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정부는 고성장의 환상에 취해 기술적 발전이 알아서 경제를 성장시켜주겠거니 기대하지 말고 혁신을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게 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책 속 밑줄긋기
"혁신으로 생긴 수많은 편익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책을 읽으면 여러 가지의 편익이 발생한다. 그런데 전기가 미국 경제를 바꾸는 데 수십년이 걸린 것처럼, 전자책이 주는 편익은 지금 속담에서나 나올 법한 선반 위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자신의 생각보다 혁신적이지 못하다."
 
"사람들은 종종 경제정책의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외국과의 경쟁 때문이라고 비난을 퍼붓는다. 그러나 우리는 왜 실패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문제들의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최소한 300년 동안 쉽게 따먹는 과일을 먹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계속해서 쉽게 따먹는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사회경제적 제도를 이루어 왔으나 이제 그런 과일은 대부분 사라졌다."
 
"거대한 침체로 몰고 가는 요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근래 또는 지금 일어난 혁신은 다수가 사용하는 재화에서 일어나지 않고 소수의 재화에서 창출된다.'"
 
"사람들은 예전과는 다른 장기 경기침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경기침체가 지나고 나면 계속해서 성장이 지체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과학은 조금씩 다가온다. 과학적 발전은 계속해서 기복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과학이 이렇게 중요한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어려움을 사려깊게 그리고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지금의 난관을 지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다. "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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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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