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통합제품 만드느라 정신이 없어요. 어휴, 인수합병(M&A)이 끝나면 편해질 줄 알았는데 더 바쁘네요”
지난 4월 세계 시장 진출로 바쁜 시간을 보내던 도중 만났던 이창수 5Rocks 대표(참고기사 : "
세계시장 도전, 힘들지만 가야할 길)가 7개월 만에 탭조이 부사장(Vice President) 명함을 기자에게 건냈다.
모바일게임 운영 분석도구 제공업체 ‘5Rocks’가 지난 8월 6일 미국 모바일 광고 플랫폼 회사인 탭조이(Tapjoy)에 100% 자회사로 인수되면서, 이창수 대표는 탭조이 본사의 ‘Publisher Analytics and Insight’ 부문을 동시에 책임지는 중책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창수 5Rocks 대표 겸 탭조이 부사장(사진=5Rocks)
◇세계 최고의 모바일게임 운영 도구와 광고 플랫폼의 만남
탭조이는 일본, 중국, 한국 등 전세계 14곳에 지사를 두고 전 세계 모바일 광고 플랫폼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회사다. 탭조이를 통해 광고를 접하는 월간 순사용자수(MAU)는 전 세계 5억 5000만명에 이른다.
두 회사의 합병은 모바일게임이 수익을 내는 방식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요즘 모바일게임은 일단 공짜로 게임을 제공하고, 게임 내에 유료아이템을 파는 방식(인앱결제)과 광고를 노출하는 형식 두 가지로 압축된다.
5Rocks는 이용자들이 유료 아이템을 살 수 있도록 모바일게임 운영을 도와주는 도구고, 탭조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모바일게임 광고 플랫폼 중 하나다.
즉, 두 회사의 역량이 이상적으로 합쳐진다면, 게임사들은 운영과 광고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이창수 5Rocks 대표는 “많은 돈을 쓰는 유저를 고래(Whale)이라고 하는데, 모바일게임 시대에는 고래를 잡는 방식이 과거 온라인 시대와는 달라야 한다”며 “모바일에서는 지금까지 얼마를 썼느냐 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게임을 하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저를 찾아 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고 강조했다.
사실 상거래 분야에서는 이 같은 미래의 수요 예측은 산업 전반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고객이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물건을 미리 배송하는 '선행 배송(anticipatory shipping)'에 대한 특허를 획득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모바일게임은 대형 온라인게임이나 상업 영화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아, 짧은 시간에 우리 이용자가 다른 게임으로 옮겨 갈 수 있어 미래 예측이 필수적”이라며 “모바일게임에서도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용자의 미래 행동 예측이 가능해 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탭조이에서는 내년 상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5Rocks의 게임 운영툴과 탭조이의 광고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통합 제품을 만들고 있다. 사용자들의 행동을 예측해 결제율을 높이는 한편, 광고 수용도가 높은 이용자에게는 광고 노출 빈도를 높힌다는 전략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꾸준히 돈을 내는 모바일게임 이용자는 사람은 전체 이용자의 1% 미만이다.
즉, 모바일 게임은 이 1% 이용자에게 인앱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 시키고 있는데, 나머지 99%에게 광고를 효율적으로 노출한다면 게임사 입장에서는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이창수 대표는 “인앱결제를 자주하는 사용자는 광고가 많이 뜨면 게임 이용에 매우 불편함을 느끼고, 무료이용자에게 인앱 결제 푸시를 자주 주면 이용자를 잃을 수 있다”며 “앞으로 출시될 통합툴은 이들을 분석해 게임 운영 밸런스를 맞춰줄 도구”라고 설명했다.
▲이창수 5Rocks 대표가 5Rocks 한국 사무실 직원들, 통합 제품 개발을 위해 합류한 Tapjoy 본사의 엔지니어들, 그리고 이번 G-STAR 2014 지원을 위해 한국 사무실을 찾은 미국 Tapjoy 본사, Tapjoy China, Tapjoy Japan 직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사진=5Rocks)
탭조이는 5Rocks와의 협업 제품은 통합 제품의 데모를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2014 B2B부스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이창수 5Rocks 대표는 “이번 통합제품 공개를 위해 중국, 일본, 미국 등 전세계에서 많은 탭조이 스탭들이 부산을 찾는다”며 “이 제품을 통해 게임사들이 숨겨진 고객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지스타 출전 포부를 밝혔다.
◇기술기반 스타트업 M&A의 모범 사례
탭조이의 5Rocks 인수 논의는 지난 3월 열린 미국 게임컨퍼런스 GDC2014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창수 탭조이 부사장은 “네트워킹 파티에 초대를 받았는데, 그 곳에서 우리의 고객사였던 한 핀란드 분이 매우 열성적으로 탭조이 경영진에게 5Rocks를 소개해줬다”며 “탭조이가 우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빨리 진도를 빼야 될 것 같아 1주일 사이 3번의 미팅을 더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당시 5Rocks는 글로벌 시장에서 광고 분야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인수 이야기가 진행될 지는 몰랐었다”며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메일을 확인하는데 탭조이 CEO 등 많은 경영진들이 장문의 메일로 함께 해보자는 말씀을 남겨 큰 감동을 받았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탭조이 측에서 5Rocks에 인수 의향을 전달했고, 5Rocks도 어차피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함께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지난 8월 6일 마침내 두 회사는 한 몸이 됐다.
그 이후 5Rocks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탭조이와의 통합 제품 개발의 박차를 가하면서, 5Rocks 경영진은 가장 먼저 지금까지 고생해준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창수 대표는 “우리도 스타트업이라 직원들에게 늘 미안했는데 복리후생이 훨씬 좋아져 이제야 팀원들의 실력에 걸맞는 대우를 해줄 수 있게 됐다”며 “예전에는 회사의 미래만 믿고 함께 해달라고 직원들에게 부탁하는 일이 정말 큰 스트레스였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또 직원들에 대한 대우도 달라졌지만, 직원들의 업무도 예전 보다 훨씬 글로벌한 스케일로 움직이게 됐다. 이를 위해 한국 5Rocks 사무실에는 영어 선생님이 찾아와 직원들에게 비즈니스 영어를 가르치는 풍경도 생겼다.
▲이창수 대표가 직원에게 화상 전화를 연결하는 모습(위)와 직원이 화상 회의에 응한 모습(아래). 아래 직원에게는 사진 연출을 위해 손을 흔들어 달라고 부탁했다.(사진=최준호 기자)
이 부사장은 “워낙 전 세계에 지사가 펼쳐져 있다보니, 화상회의가 업무의 일상이 됐다”며 “특히 탭조이는 어떤 의견이 나오면 토론하고 합의를 이루는 데 많은 시간을 쓰는데, 화상회의 영어는 특히 어려워 팀장급 이상 직원들이 고생하며 진짜 영어실력을 부쩍 늘고 있다”고 너스래를 떨었다.
한편, 탭조이의 5rocks 인수는 국내 스타트업 전체 생태계에도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털은 투자금의 98.2%를 공개시장 상장으로 회수하고 있어, 인수합병을 통한 자금회수(엑시트) 비율이 고작 1.8%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 투자금 회수까지 상장에 비해 짧게 걸리는 인수•합병이 벤처 캐피털의 주된 자금회수 방식이다. 미국은 이 비율이 85.5%, 이스라엘 83.3%, 중국, 57.1%에 달한다.
가능성이 낮은 국내 시장 인수합병이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코스닥 상장을 기다리지 않고, 글로벌 회사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간 5rocks의 도전은 한국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증명해준 모범 사례로 기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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