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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김성주 의원 "공무원연금, 하향평준화 막아야"
"개혁 찬성하지만 與 재정건전성만 강조..독단 안돼"
"재정부담 등 내세워 공무원 노후 보장 포기 추진"
2014-11-21 09:37:01 2014-11-21 09:37:01
[뉴스토마토 최병호·곽보연기자] 공무원연금 개혁이 하반기 최대의 국정 이슈로 떠올랐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법론을 주장하는 반면 공무원들은 100만 공무원과 그 가족의 생존을 내세우며 연금 개혁 반대를 외친다. 정부와 여당의 가장 큰 지지세력인 공무원들이 정부 정책에 집단 반발하면서 박근혜정부의 국정난맥만 확대된 모양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언론은 여·야 또는 공무원노조 한쪽의 입장만 인용·보도하며 이번 문제의 핵심은 비켜가고 논란만 더 키우고 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TF(태스크포스) 간사와 공무원노조를 차례로 만나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쟁점을 조명하고 해법을 찾는다. [편집자]
 
현재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가 재정건전성과 복지, 사회적 연대, 내수활성화 등 온갖 이슈와 관련되어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공무원연금 개혁 반대를 외치는 공무원노조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현명하고 명쾌한 해답을 쉽사리 내놓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문제와는 별개로 정부가 내세운 연금 개혁안의 배경만 보면, 정부도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국가 재정적자를 메우고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 부담을 줄이려면 공적연금 개혁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30년 재직기간을 기준으로 국민 연금과 공무원 연금 수령액을 비교하면 공무원 연금 쪽이 더 높기 때문에 연금 간 불균형도 없애야 한다. 또 공적연금에 사적연금의 기능을 일부 더하면 민간 금융시장도 살아나 내수활성화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운용 실패를 공무원 탓으로 돌린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1990년대 말부터 공무원 수와 연금을 확대하면서 연금 수급불균형을 키운 게 다름 아닌 정부였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개혁안에는 재정건전성만 지나치게 강조됐다고 지적했다. 직접 연금을 받는 공무원과 한마디 상의 없이 실질 임금을 깎는 식의 연금 개혁을 진행해 하향평준화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공적연금발전TF 간사인 김성주 의원(전북 전주시 덕진구)은 "공무원연금의 '노후보장성'과 연금운용을 위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는 그나마 가장 괜찮았던 연금인 공무원연금을 나쁜 쪽으로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사진=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실)
 
-지난 13일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당론을 발표하며 공무원노조가 요구한 사회적협의체 구성을 거부했다. 이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은 무엇인가.
 
▲공무원연금 개혁과 이에 대한 논의는 정상적인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정부와 새누리당은 한국연금학회가 발표한 내용만 갖고 개정안을 만든다. 여기에는 이해관계자인 공무원의 의견수렴은 생략된 채 전문가 몇명만 모아서 작업하고 있다.
 
우리는 공무연금 개혁안이 이렇게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연금은 노후생계를 책임질 유일한 수단이므로 연금 수령자의 의견과 입장이 가장 중요하고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공무원연금이 노후보장 수단으로 적절한 역할을 할 것인가'와 '공무원연금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재정이 소요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함께 고려돼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런 것을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연금 개정안이 발표된 후 정부의 입장과 공무원노조, 학자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했다. 또 공개적인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공무원 연금 전문가와 학자, 정부 관계자들을 모아 17일에 토론회도 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에서 발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두고 국민연금보다 못한 수준의 연금을 받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의 근거는 무엇인가.
 
▲정부와 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명분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연금제도에 따른 재정부담 문제를 내세운다. 여기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이야기하려면 국민연금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40년 재직 시 40%)을 대폭 낮춘 상태여서 실질적인 노후보장 수단이 안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이 그나마 노후생계를 보장하는 가장 괜찮은 연금제도였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여당은 이런 공무원연금의 장점을 허물고 가장 보장 수준이 낮은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결국은 재정부담 완화와 연금 간 형평성 문제를 내세워 고용주인 정부가 피고용주인 공무원의 노후생활 보장을 포기한 것이다. 국가는 국민에게 생명과 재산, 노후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인데 지금 정부는 노후보장 기능을 포기한 연금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비교(자료=한국행정학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당이 낸 연금 개혁안의 골자는 '하후상박식', '더 내고 덜 받는' 것인 반면 야당은 여기에서 연금지급액을 상향평준화해 노후생활을 보장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에도 재정부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재정부담을 줄이면서도 연금 지급액을 높이는 방안은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가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것은 공무원연금의 재정부담 문제만 지나치게 고려한 개혁안을 내놨다는 점이다. 우리는 연금제도에서 노후보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적절한 노후보장이 안 되면 그것은 연금이 아니다. 차라리 개인이 저축하는 게 더 낫다.
 
연금제도는 젊을 때 소득의 일부를 떼어낸 대가를 퇴직 후 다시 받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연금제도는 이 제도를 통해 노후보장이 가능할 것이냐가 첫째 조건이다. 연금을 통해 풍족한 노후생활을 하려면 자기부담율을 적절히 높여야 한다. 이게 기본원칙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 연금제도는 자기부담율도 낮고 소득대체율도 낮아 노후보장 기능이 취약했다. 그나마 공무원 연금의 개인부담률(정부와 개인 각 7%)은 국민연금의 부담률(정부와 개인 각 4.5%)보다 높아서 소득대체율도 비교적 높았던 건데, 정부에서는 이것조차도 적당하지 않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연금의 노후보장성을 첫번째 조건으로 여기면서 연금의 자기부담률을 상향조정하거나 연금지급 시기를 조정하는 여러 가지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적정 노후보장은 포기하고 오로지 재정적 지속성만 따지고 있다. 공무원이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정부와 여당의 공무원 연금개혁안이 그대로 간다면 공무원은 한달에 100만원도 안되는 돈을 받을 것이다. 이걸로는 노후보장이 어렵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제시한 공무원연금 개편안에서는 최저 150만원~최고 350만원의 연금 지급,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는 연금 지급 제외, 현재의 퇴직 연금액을 15% 삭감할 경우 재정절감액이 정부 안보다 증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대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진수 교수의 공무원 연금개편안에는 연금에 대한 여러 고민이 담겼고 참고할 내용이 상당히 많았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김 교수의 대안도 실제로 검토했다.
 
우선 연금지급의 최고선과 최저선을 설정하는 게 의미가 있다. 일종의 소득재분배 개념이 있다는 것인데, 국민연금에는 소득에 따라 보험료 부과규모가 달라지고 수급액도 달라지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다. 물론 김 교수의 개편안은 조금 더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공무원 연금에도 소득재분배 개념을 도입한 게 의미가 있다.
 
또 공무원이 퇴직 후 억대 연봉을 받는 공공기관 사장으로 간다면 일단 노후 걱정이 없는 셈이니까 연금지급을 중단했다가 소득이 끊기면 다시 주는 방안도 있다.
 
아울러 여당에서는 현재 연금수급자가 미래 연급수급자를 위해 연금액 일부를 재정안정화 기여금으로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여당은 여기서 기여금 비율을 2%~4%대 정도로 정했는데 사실 이것은 좀 적다. 기여금 비율을 올릴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수급자의 반발도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어쨌든 연금의 사회적인 연대기능을 위해 후배 공무원을 위한 선배 공무원이 배려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내용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진다면 연금개혁이 조금 더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연금 개혁안을 만들 때 이런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정부와 여당의 공무원 연금개혁안을 반대하면서 정부와 100만 공무원 간 갈등이 불가피해졌다.(사진=뉴스토마토)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공무원 측의 반발이 극에 달하면서 지난 11일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공무원 45만명 중 99%가 연금 개혁에 반대한다는 투표결과를 발표했다. 새누리당과 공투본의 끝장토론도 30분만에 끝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과 어떤 소통 창구를 마련해 논의를 진행 중인가.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러 차례 공무원노조나 공투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만 정당의 입장에서는 공무원노조 등과 공식적인 채널을 두고 만나는 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통로는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17일 새정치민주연합 공적연금발전 TF 차원에서 토론회를 열고 공투본도 참석하기로 했다. 또 25일에는 국제노동기구(ILO) 등 세계적인 노동자단체가 참가하는 토론회를 열어 공무원 연금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하고 사례를 확인할 계획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여·야는 모두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표심'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공무원 100만명과 그 가족 등 300만명의 표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려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공격'을 할 수 있을 텐데, 새정치민주연합이 표심을 생각했다면 오히려 공무원연금 개혁에 적극적으로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한번도 반대한 적이 없다. 연금 개혁 그 자체를 반대하지 않고 그럴 계획도 없다.
 
다만 우리는 연금제도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적정한 노후보장과 제도로서의 지속가능성, 사회적 연대가 가장 중요하고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적연금은 저축과 달리 개인이 100% 내고 100% 받는 게 아니라 소득이 적은 사람끼리 모아서 적립하고 같이 살자는 것이다. 공적연금은 공동체와 연대를 지향하는 목적이므로 사적연금과 다르다. 우리는 이런 방향으로 정의롭게 개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측면에 맞는 연금 개혁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등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개혁이란 게 정부와 여당의 주장처럼 하향평준화로 가고 모든 국민을 노후빈곤에 빠트리면 안 된다고 본다.
 
물론 재정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안다. 문제는 누가 부담을 더 많이 하고 혜택을 적게 받을 것이냐 하는 게 문제다. 엄밀히 따지면 소득이 더 많이 내고 급여를 더 많이 받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공적연금은 소득이 많은 사람이 더 내고 적게 받는 것이다.
 
연금제도는 이런 방향으로 정의롭게 개편이 돼야 한다. 우리는 그에 맞는 연금개혁이 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무엇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일 것인지를 찾고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여당은 이런 고민 없이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며 작정하듯 밀어붙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사진=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실)
 
-새누리당은 연금개혁안을 낸 후 야당도 빨리 대안을 제시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공단이나 정부가 야당이 요구하는 연금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지금도 정부의 자료제공에는 어려움이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공무원연금 개혁 홈페이지(www.gepr.go.kr)를 통해 연금 관련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했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안 산출근거와 직급별 공무원연금 수령액 등 중요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 분위기를 보면 안전행정부도 여당의 개혁안을 세밀히 살피지 않은 모습이다. 여당은 연금학회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금공단에서 작업한 것을 받아 쓰는 꼴이다.
 
이런 상태면 여당의 개혁안에서 기초 통계는 누가 만드는 지, 정확한 추계가 가능한지 의문이고 신뢰도 못 한다. 여당에서 발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는 2080년까지 442조의 재정 절감효과가 있다고 됐지만, 안행부 자료에서 실제 절감효과는 113조원에 불과했다.
 
지금 정부나 여당은 정확하지 않은 추계를 내세우면서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새정치민주연합은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측은 공무원 연금개혁 논의가 정부의 재정적자 해소에만 집중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요즘 공무원 처우나 근로환경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공무원 노후보장과 처우 개선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책구상이 있다면 제시해달라.
 
▲공무원 처우개선은 기본적으로 임금과 근로시간 등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
 
단순히 월급 몇푼 올려주고 퇴직금 더 준다고 해서 처우개선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공무원연금 깍는 대신 처우를 개선해 주겠다고 하는데 가정을 부양하며 인생을 즐기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과 노후를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조금 더 주고 노후는 네가 알아서 하라는 것은 공무원들이 받아들 일지는 의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월급을 조금 더 올리는 게 중요하냐?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아무래도 공무원연금 대안 제시가 늦어지면 이번 정부에서 통과가 좀 힘들어질 것이라는 말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언제쯤 낼 수 있을지 일정에 대해서는 장담을 못 한다. 하지만 당 전체가 전당대회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전당대회를 한다고 해서 입법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늦추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조건이 되고 당사자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사회적협의체를 만들자고 하니까 여당에서는 안 된다고 하고, 야당에 대안을 내놓으라고만 하는데 그러면 결국에는 여당안과 야당안 가지고 싸우자는 것 밖에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해당자사들과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다. 우리도, 여당도, 공무원노조도 자기들 안을 내놓고 토의할 여지가 있다. 여당이 자기들끼리 공무원연금 개혁안 내놓고 우리보고 대안 내놓으라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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