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인수한 한전 부지 전경.ⓒNews1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통큰 결단'이 악재의 연속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지난 9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이하 한전) 본사 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낙찰 받았다.
현대차그룹이 '100년 대계'를 내다 본 결정이라고 강조했지만, 입찰경쟁자였던 삼성전자가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4조원 대 입찰가를 써낸 사실이 확인되면서 현대차의 '통 큰 베팅'은 '거품'이나 '도박'으로 비유되며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3분기 실적 추락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현대차 주가는 한 달 반 사이 20.2%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8조7000억원이 증발해 시총 2위의 자리마저 SK하이닉스에 넘겨줬다.
'통 큰 베팅'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결국 베팅액에 최종 사인을 한 정몽구 회장에게 돌아왔다.
19일 현대차 주주 A씨가 이날 정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참다 못한 주주들이 들고 일어난 셈이다. 한전 부지를 시세보다 비싼 값에 구입해 현대차그룹에 손해를 끼쳤고, 주주들의 이익 또한 외면했다는 내용이다. 고발장은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형사 7부에 배당됐다.
정 회장의 피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차 주가는 또 하락했다. 현대차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4500원(2.62%) 내린 16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기아차도 400원(0.71%) 하락한 5만6000원을 기록했다.
정 회장이 법적 판단을 받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전부지 입찰 참여를 결정한 이사회에 정 회장이 불참했기 때문.
그러나 주가하락이 계속될 경우 주주들의 손해배상 요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주식의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배임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의 피소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 않는다"며 "주가 변동률은 환율 등 세계 경제흐름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일축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