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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파탄 뒤 아내 '바람'..상대 男에게 배상 못 받아"(종합)
대법 첫 판결, "부부생활 실체 없어..침해 아니야"
"이혼 재판 청구에 관계 없이 불법행위 성립 안돼"
2014-11-20 15:39:32 2014-11-20 15:39:32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배우자와 불륜을 저질렀더라도 그 관계가 별거 등 혼인 파탄 이후에 발생한 것이라면 불륜의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0일 A(50)씨가 별거 중인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맺은 B(53)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통상 부부 중 일방이 부정행위를 하면 나머지 배우자는 자신의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한 상대방에 대해 정신적 고통을 근거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부부생활의 침해로 불법행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미 부부생활의 실체가 없을 정도로 혼인관계가 파탄된 상태에서 부정행위를 한 경우 배우자와 함께 부정행위를 한 사람에게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해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처럼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의 사유로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부부가 이혼 전이라도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고 배우자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러한 법률관계는 재판상 이혼청구가 계속 중에 있다거나 재판상 이혼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해서 달리볼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로 인해 배우자의 부부 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법률관계는 재판상 이혼청구가 계속 중에 있다거나 재판상 이혼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A씨 부부는 1992년 결혼해 아들 둘을 낳아 키우며 살았으나 경제적 문제와 성격차이 등으로 갈등을 겪어오다가 2004년 2월 "우리는 부부가 아니다“라는 A씨의 말을 듣고 아내가 집을 나가면서 별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A씨는 혼인을 유지하려는 노력 없이 아내를 비난했고 아내는 2008년 4월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내 그해 9월 이혼 판결을 받았으나 A씨가 항소와 상고를 거듭해 2010년 9월에야 이혼 판결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아내는 2006년 등산 모임에서 만난 B씨와 가까워졌고 B씨 집에 찾아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나중에 이를 알게된 A씨는 두사람을 간통죄로 고소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정을 받았다.
 
이에 A씨가 "유부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이혼까지 하게 만들었다"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 재판부는 "배우자가 있음을 알면서도 신체접촉을 한 만큼 불법성이 인정돼 A씨의 정신적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B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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