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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을 휘젓는 만화 원작 드라마
2014-11-19 17:08:27 2014-11-19 17:08:27
◇<미생>-<닥터 프로스트>-<패션왕>-<라이어게임> 포스터 (사진제공=tvN, OCN, NEW)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웹툰 원작 판권을 사야 돈이 될 거 같은데, 포털 사이트 웹툰 중에 인기 있는 것들은 거의 다 팔린 것 같아."
 
드라마 제작과 매니지먼트 런칭을 준비 중인 한 매니저가 한 말이다. "대세는 웹툰이야, 웹툰"이라면서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앞으로 더 성행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비쳤다.
 
이 매니저의 말처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웹툰 원작 드라마가 성행하는 이유와 성공비결을 짚어봤다.
 
◇만화 원작 드라마가 쏟아지는 이유
 
지난해에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브라운관을 휘저었다.  <직장의 신>을 비롯해, <여왕의 교실>, <수상한 가정부> 등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꾸준히 시청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최근 <총리와 나>와 <아름다운 그대에게>, <예쁜 남자> 등의 연속된 실패로 만화 원작 드라마는 뜸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올해 날씨가 서늘해지기 시작한 가을부터는 만화 원작 드라마가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tvN <미생>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으며 일본 동명원작을 소재로한 <라이어게임>과 KBS2 <내일도 칸타빌레>가 방영 후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들고 있다.
 
위 작품들에 이어서는 OCN <닥터프로스트>가 방영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에는 이충호 작가의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를 원작으로 한 SBS 드라마 <지킬과 나>가 준비 중이며, KBS에서는 내년 하반기 <밤을 걷는 선비>를 제작할 예정이다.
 
뿐 만아니라 88만원 세대의 고민과 사랑을 디테일한 심리묘사로 표현한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이 드라마로 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웹툰을 토대로 한 극본 공모를 진행 중이다.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많은 만화 원작 드라마들이 브라운관을 뒤덮을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가 한국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걸까.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은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가장 많은 곳이 웹툰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실성이 가미됐으면서 기발한 상상력이 발현된 작품이 많고 내용면에서도 탄탄하기 때문에 웹툰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라이어게임>을 집필한 류용재 작가는 "지난해부터 복합장르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활용되는 소재의 폭이 넓어졌다. 국내에서 가장 소재가 다양한 이야기가 많은 곳이 웹툰"이라며 "시청자층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진부한 대신 특수한 소재가 있는 웹툰을 더 드라마화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만화를 드라마화 하는 이유에는 기존 독자층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래도 기존 원작이 인기가 있는 경우 홍보차원에서 쉽고 빠르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원작이 크게 훼손될 경우 기존 독자층이 떠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제기된다.
 
류 작가는 "충성도가 높은 마니아층을 확보한 작품의 경우, 기존 원작의 내용이 훼손될 때 더 부정적인 시선으로 드라마를 본다. 꼭 원작으로한 작품이 접근성이 용이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공비결은 현실성이 가미된 재창조가 핵심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패션왕>의 경우 초반부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KBS2 <내일도 칸타빌레> 역시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작을 국내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접점에서 재창조하는 게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현실감과 설득력을 갖추는 것이 원작이 있는 드라마가 성공하는 필수 조건"이라며 "웹툰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드라마로서도 매끄럽게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 <미생>의 경우 현실감이 있는 웹툰을 차용했고, 캐릭터와 에피소드에서 적당한 변화를 주면서 웹툰보다도 풍성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웹툰 원작 드라마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현실적인 소재가 있는 웹툰을 배경으로 하거나, 판타지스러운 웹툰을 현실감 있게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감이 없이 유치해지면 드라마는 외면받기 쉽다"고 덧붙였다.
 
서병기 대중문화 평론가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현실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면 드라마가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병기 평론가는 "<미생>이 직장인의 공감을 얻듯이 <내일도 칸타빌레>는 대학생들의 공감을 얻었어야 하는데 그것에 실패한 느낌이다"라며 "문과생이나 이과생이더라도 음대생의 고충을 이해하게끔 이야기가 구성됐어야하는데 그 부분에서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이 있는 드라마는 재창조가 굉장히 중요하다. 새로운 에피소드나 캐릭터의 변형을 정서에 맞게 고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일본드라마가 이미 원작으로 있는 <라이어게임>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류용재 작가 역시 이 부분을 가장 큰 고충으로 삼았다.
 
류 작가는 "이미 일본드라마가 있어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이 때문에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에 새로운 이야기를 부여했고, 사무국 대신 방송국을 접목시켜 한국 정서에 맞게 이야기를 고쳤다"며 "그렇게 변화를 준 가장 큰 이유는 설득력이었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는데 현실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고심이 컸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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