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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불공정하도급①)하청업체 사지 내모는 대형업체
공사비 대신 악성미분양, 현금으로 받고 어음으로 주기도
2014-11-11 17:56:33 2014-11-11 17:56:33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대형건설사의 일감으로 먹고사는 하청업체. 대형사는 우월적지위를 이용해 불합리한 계약을 강요한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이를 거부할 경우 공사를 받을 수 없다. 약속했던 공사비 대신 미분양 아파트를 떠넘기기도 한다. 이 역시 받지 않을 수 없다. 다음 공사를 수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불공정하도급 관행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가동하고 있다지만 유명무실하다. 대형사는 건설법과 공정위 법 사이에서 교묘히 줄타기를 하며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다. 대형사와 하도급 사이의 여전한 불공정 거래 실태와 해법은 없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J조경개발 L대표는 최근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서해종합건설(서해종건)의 하청업체였지만 최근 거래 중단 통보를 받았다. 남은 것은 서해종건으로부터 공사비 대신 넘겨받은 악성 미분양 아파트와 빚 뿐이었다.
 
L대표는 서해종건이 화성 동탄신도시에 각각 9억원, 5억원 상당 오피스텔을 명의신탁 받을 것을 요청 받았지만, 쌓여있는 대물아파트와 악화된 경영상태상 더이상 받을 수 없음을 전했다. 하지만 결국 L대표는 울며겨자먹기로 5억원짜리 오피스텔을 명의신탁으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후 힘들게 공사장 한 곳을 수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서해종건과의 마지막 거래였다. 이 오피스텔은 현재 서해종건의 인테리어 하청업체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B토건을 운영했던 K대표는 서해종건 하도급사로 일하던 중 천안 다가동 서해그랑블 4채를 대물로 받았다. 2억2500만원 상당의 이 아파트를 받으며 20%만을 공사비로 공제됐고, 나머지 잔액은 본인이 대출을 받아 채워야 했다. 장안선 등 2개선의 기찻길 사이 아파트. 누가 봐도 미분양이 뻔했던 아파트를 사실상 강매로 떠안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런데 얼마 후 서해종건이 나머지 대량의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대행업체에 40%정도 낮은 가격에 땡처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대행업체가 파격 세일에 나서며 아파트값은 1억7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K대표는 서해종건과 거래하는 동안 18억원의 결손이 났고 결국 부도처리 됐다고 힘없이 말했다.
 
원도급사인 종합건설사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도를 넘어섰다. 계약상 절대갑(甲)인 종합건설사가 계약상 우월적지위를 이용해 절대을(乙)인 하도급업체에게 공사비 대신 악성 미분양을 떠넘기고, 현금으로 받은 공사대금을 6개월짜리 장기어음으로 주는 등 불공정한 거래를 꺼리낌없이 자행하고 있다.
 
종합건설업체들이 주로 쓰는 방식은 입찰경쟁을 실행가격 초과 등 의도적인 이유로 유찰시켜 일방적으로 저가 수의계약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경영난에 처한 하도급업체들은 공사수주를 위해 건설 단가를 내리고, 대물 특약, 어음할인료·4대보험료 하도급업체 부담 등의 불합리한 계약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공사 한건이 회사의 존패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아산 서해그랑블 특별분양과 관련해 서해종건은 분양계약수가 많을 경우 연말 협력업체 선정시 우대한다는 공문을 전문건설업체에 보냈다.
 
◇서해종건이 하도급업체에 보낸 아산 서해그랑블 특별분양 공문
 
K대표는 "협력업체 선정에 플러스 알파가 있다는데 그걸보고 안살 사람이 어디있나. 지인들에게 8개 팔고 지금 사기꾼 소리를 듣고 있다"며 "이달 서해는 의왕에서 분양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울며겨자먹기로 수주하고 계속해서 적자공사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좋은 아파트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하소연했다.
 
피해업체는 서해종건의 불공정하도급 거래에 대해 경찰에 형사고소했지만 무혐의 판정이 내려졌다. 피해업체에 따르면 대물과 어음할인료 미지급과 관련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며, 나머지 부분은 혐의는 인정되지만 현저한 부당이득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를 받았다. 현재 같은 건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추가공사부담과 민원처리비, 산재 처리비 등 위험부담도 하청업체가 짊어져야할 부분이다.
 
SH공사가 2012년 발주한 마곡지구 1,2,3단지 아파트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관련해 원사업자인 한양은 하청업체에게 노동청에 보고하지 않고 처리할 것을 강요하고, 공상합의금 2억원을 하청업체에게 전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하청업체는 원도급자가 아파트 설계 미흡으로 인해 발생한 안전 보수 공사 비용 5억원을 미지급하고, 크레인 사용료 6000만원, 마이크로파일 항타 1100만원 등 3억원을 떠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SH공사가 발주한 또 다른 사업장인 내곡지구 1단지 아파트 건설공사에서 포스코건설은 선행공사 지연 등으로 인한 공사기간 지연을 하도급사로 돌려 추가공사비 지급약속을 어기고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특히, 하도급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 전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무리한 작업(돌관작업) 지시가 있었지만, 계약 해지 후 돌관 작업지시를 부인하고 돌관작업비를 불인정하고 있다.
 
전문건설협회 소속 업체대표는 "전문건설업체의 80%가 영세한 기업이기 때문에 종합건설사 하나 잡으면 그 건설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면서 "공사 안하면 문 닫을 판이라 무조건 공사를 따고 도장 찍으면서 불공정계약을 알게 되지만 안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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