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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커플’ 서태지와 유희열, 그리고 신해철
2014-11-01 08:00:42 2014-11-01 08:00:42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가수 서태지(왼쪽)와 유희열.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가수 서태지가 지난달 31일 방송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얼굴을 비췄다. 지난달 20일 약 5년 만에 새로 발표한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로 컴백한 서태지가 지상파의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날 서태지는 새 앨범 수록곡인 '나인티스 아이콘'(90s icon)과 '크리스말로윈', 과거 히트곡인 '너에게'와 '시대유감'을 선보여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아이유·손석희에 이어 '환상의 커플' 유희열과 호흡
 
서태지는 정규 9집에 수록된 노래인 ‘소격동’을 통해 후배 가수 아이유와 호흡을 맞췄다.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를 아이유가 가창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또 지난달 20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앵커 손석희와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활동 분야와 연령대는 전혀 다르지만, 아이유와 손석희 모두 서태지와 인상적인 호흡을 보여줬다는 평가.
 
하지만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을 맡고 있는 유희열과 서태지의 호흡은 한층 돋보였다. 두 사람 모두 오랫동안 음악을 해온 뮤지션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다가 1972년생인 서태지와 1971년생인 유희열은 나이도 거의 같다. 유희열은 이 공통점을 바탕으로 서태지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갔고, MC로서 서태지의 마음 속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서태지는 "원래는 중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 두려고 했다. 지금 가장 후회되는 것도 그때 학교를 그만두지 못한 것”이라며 학창 시절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어 “중학교 때 자퇴하고 '국졸' 타이틀을 얻을 걸 그랬다. 지금의 '중졸' 타이틀은 애매하다. 주변에 '국졸'이 많은데 정말 멋진 분들이 많다. 어린 나이에 운명을 결정한 용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서태지는 “어릴 적 꿈이 최고의 베이시스트였다. 지금 그 꿈은 좌절됐지만, 학교를 빨리 그만두고 열심히 연주를 하고 싶었다. 결국 부모님께서도 자포자기하면서 알았다고 하셨다. 크게 싸우지 않고 학교를 그만둘 수 있어서 기뻤다”고 덧붙였다.
 
◇'문화 대통령'다운 수준 높은 사운드와 카리스마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뮤지션들이 가장 출연하고 싶어하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MBC ‘음악중심’, KBS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 등 인기 아이돌 가수들이 한창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들이 많지만,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뮤지션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 아이돌 가수의 기획사 관계자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뮤지션으로서의 느낌이 있다”며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일반 음악 방송에 비해 음향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녹음된 MR이 아닌 라이브 밴드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가수들 사이에서 실력파 뮤지션들만 무대에 설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오랜만에 가요계에 복귀한 실력파 뮤지션 서태지에겐 맞춤형 프로그램이었다. 서태지는 이날 방송에서 자신의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올라 수준 높은 라이브 사운드를 선보였고, ‘문화 대통령’다운 카리스마로 공연 현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서태지가 까마득한 후배 아이돌 가수들과 함께 일반 음악 방송에 출연했다면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녹화 현장을 찾은 서태지의 팬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서태지와 함께 호흡했다.
 
◇"신해철 가사 보며 나도 그런 가사 쓰고 싶다 생각"
 
서태지는 지난 28일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사전 녹화를 마쳤다. 그리고 하루 전인 27일엔 리허설을 진행했다. 이날은 바로 故 신해철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던 날. 서태지와 故 신해철은 절친한 사이를 유지해오던 동료 뮤지션이었고, 육촌 사이기도 했다. 서태지는 리허설 도중 고인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전파를 탄 방송에서도 故 신해철에 대한 서태지의 애틋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서태지는 노래를 부르는 도중 유독 자주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태지는 "데뷔 전부터 해철이 형은 '재즈 카페'와 같은 명곡을 만들었고, 나도 그런 노래를듣고 자랐던 세대 중 하나"라며 "누구보다도 형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가사는 내 마음을 너무 흔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사를 이렇게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었다. 나도 그런 가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아마 많은 분들이 해철이 형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유가 노래의 가사와 해철이 형의 삶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서태지는 “처음에는 친척인 것을 몰랐다. 2집 때 악기에 대해 배우기 위해 만났는데 이것저것 잘 가르쳐 주셨고, 좋은 형이라고 느꼈다"며 "형을 만나기 전에 형이 방송국 PD와 싸웠다는 소문을 듣고 쇼킹했다. 그래서 나도 PD들과 많이 싸웠다"고 웃어 보였다.
 
이에 유희열이 "음악하는 후배들에게 정말 잘해주는 사람"이라고 하자 서태지는 "그런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몰라준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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