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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흥행퀸' 문정희 "'카트' 결단코 흥행한다"
2014-10-30 17:59:06 2014-10-30 18:04:08
◇문정희 (사진제공=명필름)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연가시>는 450만명, 지난해 <숨바꼭질>은 550만명을 동원했다. 최근 MBC <마마>는 20%를 넘겼다. 떴다 하면 흥행이고 대박이다. 배우 문정희는 그렇게 자신의 이름 앞에 '충무로의 흥행퀸'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흥행퀸' 문정희가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카트>다. 지난 2007년 이랜드 홈에버 사태를 배경으로한 영화다. 국내 최초로 비정규직의 파업을 소재 삼아 상업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폭탄이 터지거나 가슴을 아리는 사랑도 없고 자극적인 장면도 없다. 잔잔한 이야기다.
 
수많은 명작을 만들어낸 명필름 때문일까, 부지영 감독의 세심한 연출 때문일까, 배우들의 호연 때문일까.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겠지만 영화는 굉장히 수준이 높다. 거의 모든 취재진이 호평을 남길 정도로 개봉 전부터 '핫'하다.
 
최근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난 문정희 역시 <카트>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숨바꼭질>은 저에게 캐릭터 도전에 대한 욕심을 줬다면, 이번에는 공감이 핵심 키워드"라고 말한 그는 "2014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끈끈한 유대감을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문정희-염정아 (사진제공=명필름)
 
◇"<카트> 상업적으로 절대 나쁘지 않아"
 
이 영화가 얼마나 흥행할 지는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게 평단의 중론이다. 흥행은 소위 하늘이 점 찍어준다고들 한다. 그 정도로 흥행작을 미리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품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흥행을 이끌기도 하고, 분명히 좋은 작품임에도 흥행에 실패하기도 한다.
 
비정규직 여성들이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잔잔하다. 잔잔함 속에서 울림을 주고 감동을 준다. 하지만 스펙타클한 장면이 없고, 티켓파워가 엄청난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변수가 있다. 그래도 문정희는 자신감이 넘쳤다.
 
"<카트>는 절대 상업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성들에게 공감을 주잖아요. 여성들 뿐 아니라 2014년을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공감을 줄 거예요. '나만이 아니라 저 사람도 부당하게 당했구나' 라는 위안이나 힐링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영화의 뚜껑을 열고 결과물을 확인한 바, 분명 자신감이 넘칠 만하다. 그만큼 <카트>의 완성도는 훌륭하다. 흠 잡을 곳, 나무랄 곳 없는 영화다.
 
출연 전에는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다고 한다. 비정규직을 소재로 하는 영화인데다가, 무거운 이미지가 강한 본인이 하면 더 무거워질 공산이 컸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비록 부담감이 있었지만 그는 함께 카트를 밀었다.
 
문정희는 "영화가 기존의 사회 문제를 다루는 영화와는 차별되는 지점이 있었다. 고발보다는 함께 공감하고자 하는 코드가 곳곳에 있었다"며 "사실 명필름에 대한 호감이 컸다. 그리고 김영애 선생님이나 (염)정아 언니, 김강우처럼 좋은 배우들이 모인다고 하는 점도 나를 끌어들인 이유였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만들면 좋은 영화가 나오겠다는 감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은 영화를 찍고 나서 더 커졌다고 한다.
 
"원래 아주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근데 관철이 잘 안 되니까 실망한 경험도 많았죠. 우리 사회가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들의 의견을 들어줄 창구가 좀 있었으면 해요. 얘기를 하고 듣고 소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네요."
 
◇문정희 (사진제공=마리끌레르)
 
◇"엄마면 성공한다고?"
 
최근 한 기사가 떴다. '문정희가 엄마를 맡으면 성공한다?'라는 기사였다. 틀린 말이 아니다. <연가시>, <숨바꼭질>, <마마> 모두 문정희는 누군가의 엄마로 나왔다.
 
<연가시>에서는 아이들을 지키려는 지극한 모성애로 울림을 줬고, <숨바꼭질>에서는 이기심으로 점철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된 모성애를, <마마>에서는 모성애 보다는 여성의 우정으로 사랑을 받았다. <카트>에서는 여성 간의 우정과 어린 아들에 대한 사랑을 보이는 엄마가 모두 섞여 있다.
 
"근데 나, 솔직하게 말하면 모성을 몰라요."
 
결혼한 지 수 년째인 문정희는 아직 아이가 없다. 그래서 엄마의 감성을 직접 느껴본 적은 없다. 꼭 모성애를 경험해봐야 연기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문정희가 보여주는 엄마 연기는 아이가 없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모성이 잘 표현됐다고 하는 것은 감사하게 칭찬으로 받고 싶어요. 내가 생각하는 모성은 책임감 같아요. 남편이든 친구든 자식이든 책임감이 모성의 기본인 것 같아요. 경험이 없더라도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일 거예요."
 
그러면서 그는 이제껏 연기한 엄마가 다 다른 엄마라고 짚었다.
 
문정희는 "제가 연기한 엄마가 다 뻔한 엄마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연가시>나, <숨바꼭질>이나 <마마">, <카트> 모두 색이 진하면서도 다른 엄마여서 존재감도 있고 더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엄마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작품 속에서 문정희는 화장기가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사회나 인터뷰장에서 만나는 문정희는 예쁘다. 큰 눈망울에 잡티 없는 피부며 밝은 표정까지 확실히 실물이 더 예쁘다.
 
대뜸 칭찬을 했다. 그러니 "나 실물 예쁘다는 말 싫어요"라고 대꾸했다.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대중을 만나지 실제로 만날 일은 별로 없잖아요. 그럴 거면 카메라 통해서 볼 때가 더 예쁜 게 좋다는 거죠. 뭐, 실물이 예쁘다는 게 정말 싫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하."
 
실물이 더 예쁜 게 사실인 것만큼이나 카메라 앞에 선 문정희가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 역시 사실이다. 화장기를 지우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최대치로 연기하는 문정희. 혼을 담은 연기로 빚은 감동이 더욱 그를 빛나게 만든다. 다음 작품은 <아빠 빌려드립니다>라는 영화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엄마다. 그가 어떤 엄마가 돼 또 어떤 다른 감동을 줄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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