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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노후 대비, 우물쭈물할 틈이 없다
2014-10-28 15:13:10 2014-10-28 15:13:10
셰익스피어 이래 최고 극작가라 칭송 받는 아일랜드의 문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한국 대중에게 그는 좀 엉뚱하게 유명하다. 그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모 통신사 브랜드 광고에 쇼의 묘비명이 나오면서 눈길을 끈 것인데, 그 내용인즉슨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잠깐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는 1856년에 태어나 1950년에 세상을 떠났다. 아흔 살 넘게 장수했고 그토록 명민한 작가였던 이도 경황 없이 죽음을 맞았다고 하니, 겸손한 재치가 돋보이는 한편, 인생이 그런 건가 싶은 여운도 남는다.
 
노화와 죽음은 과거에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의 문제였지만, 이제는 중차대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국제연합(UN)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1%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규정한다. 일본은 24년만에 고령사회(1994년), 12년만에 초고령사회(2006년)가 되었는데, 한국은 2000년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뒤, 18년만에 고령사회, 8년만에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고령화 진행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빠르지만, 선진 복지국가들 수준의 탄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내 이럴 줄 알았'겠지만 순식간에 불행한 노후와 맞닥뜨릴 위험이 크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은퇴, 노인문제, 연금 등의 키워드가 막연한 두려움이나 부담감과 뒤섞여 사회 갈등의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의 복지제도에만 기댈 수는 없기에, 개인적인 차원의 은퇴 준비,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은퇴 관련 사업의 밝은 전망을 일찌감치 감지한 금융분야 사설 연구소들이 쏟아내는 각종 결과물들 봐도, 미리 계획을 세워 준비하는 게 최상의 대응책이라는 결론이 일반적이다.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전국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5~74세 남녀 23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과 일대일 면접 조사한 결과를 분석해 `한국인의 은퇴준비 2014’라는 백서를 펴냈다.
 
이에 따르면, 정년 60세를 기준으로 60세 이후의 삶이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와 풍족한 생활자금, 화목한 가족(특히 배우자)이 필요하다. 은퇴자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은퇴 전에 건강과 체력을 챙기지 못한 것"이었다.
 
건강 다음은 역시 `돈`이다. 50세 이상의 연령층은 은퇴 후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 소득으로 월 194만원,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서는 월 287만원의 소득이 필요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 나이가 젊을수록 기대소득은 더 높아서 40대 이상에서는 최소 231만원이 있어야 하고,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서는 월 338만원의 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흥미로운 점은, 충분한 자산을 가진 은퇴가구에서조차 현재 보유자금이 은퇴생활에 충분치 않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 부분이다. 전문가 상담이나 교육을 통해 은퇴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가족관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설문 결과도 눈길을 끈다. 남편들은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여가를 보내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아내들은 남편보다 자녀, 친구를 선택했다. 사회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과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한 남성은 은퇴 후 시간이 많아져도 가족에게 소외 받을 수 있다는 우울한 결과다.
 
사실, 연구소의 이런 거창한 조사결과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상식적으로 건강과 자금, 가족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지키고 만드는 방법과 실천이 문제일 뿐. 지금부터 부지런히 정보를 찾고 전략을 세워 실행에 옮기는 것이 상책이다.
 
끝으로 사족 하나. 버나드 쇼의 묘비명 원문은 다음과 같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광고에 나온 우물쭈물 운운하는 문장은 매우 적극적인 의역이라는 게 중평이다. 좀더 정확히 번역하면, "정말 오래 버티면(살면), 이런 일(죽음) 생길 줄 내가 알았지." 이것 역시, 지극히 옳은 말이다.
 
김종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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