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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해외자원개발사업..권력형 게이트로 번지나?
2014-10-24 14:44:50 2014-10-24 14:44:5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사업 권력형 비리로 번질 조짐이다.
 
MB정부에서 부실투자를 주도했던 주역들의 책임이 조금씩 베일을 벗는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의 아들이 부실투자에 관여한 업체에서 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야당은 해외자원개발사업 전체에 대해 청문회를 열고 의혹들을 모두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한국석유공사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온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은 "캐나다 하베스트 광구 인수 문제를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물었으나 이견이 없어 승인으로 받아들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석유공사의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해 최경환 부총리가 '잘 검토해서 추진하라'라고 답했다"며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MB정부에서 실제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벌인 당사자의 입에서 나온 이번 발언은 부실투자의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전을 벌이던 여·야 모두에게 폭탄발언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국감 내내 부실투자에 대한 최경환 전 지경부 장관(현 경제부총리)의 책임론을 주장하며 MB에게도 잘못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새누리당은 부실투자가 어디까지나 에너지공기업의 단독 결정이므로 MB정권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서문규 현 석유공사 사장이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는 공사가 단독 결정한 것으로 지경부나 최 부총리와는 무관하다"고 말하며 여당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런데 이번에 강 전 사장이 서 사장의 발언을 뒤집었다. MB정권의 실세였던 최 부총리가 부실투자를 알았고 사업추진 과정에 관여했다면 MB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명박정부에서 추진된 부실 해외자원개발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캐나다 하베스트 광구(사진=한국석유공사)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은 "최 부총리가 부실투자를 알고 있었다면 부실투자는 결국 정부의 정책결정에 따른 투자인데 지금은 에너지공기업만 비판받고 있다"며 "진상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라도 최 부총리가 국감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사업 타당성 조사를 맡아 부실 보고서를 작성한 자문사에 MB 측근의 아들이 근무한 것이 드러나 정권과의 유착의혹까지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 등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할 때 해외투자 자문사로 메릴린치가 선정됐는데 이곳 서울 지점장이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 아들이라는 주장이다.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은 MB의 대학 동문의 'MB 집사'로 불린 인물이다.
 
부좌현 의원은 "메릴린치가 석유공사의 자문사로 선정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며 "당시 자문사 선정에 참여한 10개 기업 중 1차 계량지표 평가에서 메릴린치는 하위권이었지만 비계량평가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얻었고 결국 자문사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이후 메릴린치는 하베스트의 자회사 날(NARL)에 대해 '최적의 중질유를 처리할 수 있는 정제공장', '정제품의 100%가 시장에서 팔린다', '순이익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원료비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위험성은 낮고 수익성은 높다' 등의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하베스트의 NARL은 지난 1986년 캐나다 국영회사가 단돈 1달러에 팔았을 만큼 부실했던 업체로 석유공사는 NRAL 인수 후 2년간 2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메릴린치가 MB정권의 부실투자를 정당화하기 위해 엉터리 보고서를 낸 셈.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이 커짐에 따라 여당 내에서도 이번 일을 부실투자 문제를 넘어선 권력형 비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위원장인 김동철 의원(새누리당)은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는 에너지공기업의 경영상 판단 잘못으로 국부가 유출된 일이 아니라 MB정부의 권력형 비리와 관련 있다"며 "이 문제를 검찰에 의뢰한 후 법원에서 판결받도록 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MB정부에서 추진한 부실투자가 석유공사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 등 에너지공기업 대부분이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벌였다가 수십억에서 수십조에 이르는 혈세를 날렸다.
 
이에 당시 사업추진 결정과정과 사업 타당성 조사 등을 모두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은 "부실한 해외자원개발사업 전체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사업 공과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경환 부총리는 24일 열린 기획재정부 종합국감에서도 해외자원개발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최 부총리는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에게 하베스트 인수를 보고받은 적 없고 지경부 산하 다른 공기업의 사업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며 "공기업의 프로젝트를 주무부처 장관이라고 해서 하라마라고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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