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책임전가 '정부', 이권챙기기 '중개協'..중개사·소비자만 피해
2014-10-24 15:14:58 2014-10-24 15:14:58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개업 중개업자들이 최대의 위험을 맞닥뜨렸다. 2000년 이후 유지돼 오던 부동산중개요율의 변화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매매·임대차 중개요율을 인하하고, 상업용 시설인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변경해 요율은 반으로 내리기로 했다.
 
전세값 급등에 따라 매매와 전세 중개보수가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오피스텔 중개요율은 너무 높아 이를 바로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2000년 이후 주택값은 평균 두배 상승했고, 전셋값은 최근 5년간 하락을 기록한 적이 없다. 오피스텔은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고요율의 상업용 중개보수요율이 적용된다. 중개보수요율의 조정은 피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이를 알리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중개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막혀 결국 무산됐다.
 
국토부는 이번 중단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고, 협회는 공청회 무산이라는 성과에 만족감을 보였다. 여전히 중개업자들은 정부와 협회의 정책 운영 실패로 소득감소 위협에 노출돼 있지만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없다.
 
정부는 전세집과 공인중개사 수급조절 실패로 인한 소비자의 중개보수 부담을 중개업자에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 8만2000중개업자의 대표기구인 공인중개사협회는 시대와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한채 이권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23일 중개보수 현실화 공청회 현장(사진=뉴스토마토DB)
 
◇전세난, 중개사 수급조절 실패..책임은 중개사에게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는 자격증과 작은 사무실, 지도 한장만 있으면 누구라도 운영자가 될 수 있다. 위치에 따라 거액의 자본금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사무실 자영업 중 이보다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정부는 1997년 말 몰아닥친 외환위기로 실업자가 대거 양산되자, 이들의 탈출구 중 하나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남발했다. 2002년~2004년까지는 연평균 25만5470명이 지원하며 국민자격증으로 불렸다.
 
그 결과 2000년 4만5845개소였던 개업 중개업소는 2013년 8만2214개소로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택거래건수는 96만1996건에서 2013년 119만6535건으로 중개업소 증가율에 미치지 못한다. 매매·전세 거래금액이 올랐음에도 중개업소 과잉경쟁에 소득은 줄고 있다.
 
협회가 4만에서 8만회원까지 증가하면서 정부가 무시할 수 없는 이권단체로 커진 것도 공인중개사 자격증 남발에 따른 결과다.
 
또한 정부는 '미친 전셋값'을 정상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부분에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전세는 기대 심리만으로도 거래가 증가하는 매매와는 달리 순수 실거주수요에 의해 움직인다. 그만큼 수요·공급·가격이라는 시장원리에 따라 충실히 움직인다.
 
선호지역의 전셋값이 급등하며 따라갈 수 없는 수요는 외곽으로 밀려나고, 수요가 줄어든 선호지역은 전셋값이 안정을 찾아야한다.
 
하지만 정부는 전세난민 구제책으로 대규모 전세자금 저리대출지원을 선택, 폭등과 사상 유래없는 장기상승에 일조했다.
 
서울 관악구 보라매공인 관계자는 "정부 전세대출하고, 기업도 하고, 보험사도 하고, 전셋집은 줄고, 월셋집은 늘고, 전세값이 이상적인 폭등을 일으키며 전월세 균형이 깨진 것은 정책 실패인데 왜 중개사들한테만 책임을 떠 맡기나"고 하소연했다.
 
◇8만 대군 이끄는 협회 이권 챙기기 급급..소비자 등한시
 
중개보수 인하라는 거대 위협에 중개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14년간 부동산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는 동안 이권챙기기와 보신으로 일관한 공인중개사협회도 이번 파동의 책임자 중 하나다.
 
2000년 중반 부동산값이 급등하고, 2010년대 전셋값이 치솟으며 중개보수에 대한 변화를 대비해야 했지만, 협회는 이권 다툼과 지위 향상에만 업무력으 치중했다. 소비자를 위한 시스템 개선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올해 협회가 내건 최대 치적은 공인중개사법 통과와 부동산거래정보망인 KREN이다.
 
공인중개사법은 공인중개사자격을 변호사 등과 같은 전문자격사로 인정하는 법이다. 이를 위해 협회는 예산을 들여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중개업자의 고객인 소비자의 만족도 제고를 위한 노력보다 국회를 설득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쏟은 사례다. 
 
또한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의 부동산광고에 대항해 Kren이라는 중개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여전히 대형 포털에서 주택 정보를 얻고 있다. 8만2000여 개업 중개업소가 있음에도 설치회원은 4만5391명에 불과하다. 오픈 1년이 다되가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회원의 절반만 이용하는 거래시스템을 만들어놓고, 협회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방배동 소재 중개업자는 "공인중개사무실을 '떡방(복덕방)'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협회에도 분명 책임이 있다"면서 "협회는 숙원이라던 중개사법이 7월 재정됐지만 이게 소비자와 무슨 상관이 있나.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협회의 큰 그림은 찾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지난 23일 국토연구원 공청회장에서는 일선 중개업자들이 모여 국토부와 산하기관인 국토연구원에 집단 항의를 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작은 몸싸움도 일었지만 협회의 수장인 이해광 공인중개사 협회장은 볼 수 없었다.
 
공식적으로 초청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참석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일선 중개업자들의 생계의 위협을 느끼고 집결했지만, 이들의 최고 지휘자인 공인중개사협회장은 명분을 찾으며 현장행을 거부한 것이다.
 
퇴직 협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관계 윗선과 가까이 있는 사람이 협회장에 올랐지만 온갖 비리와 알력 다툼에 회의를 느껴 일선 중개업자인 현 회장을 추대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면서 "바닥(현장)에서 올라와 혁신을 기대했지만 전에 없던 권력에 빠져있다. 협회장은 계약직이다. 대의원회의 인형에 불과하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지난 7월30일 열린 공인중개사의 날 선포식(사진=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