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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지구 어린이집 '태부족' 이유는?
주택건설기준 개정됐지만 여전히 '부족'
내년까지 서초구 민간 어린이집 신규인가 제한..학부모 '발동동'
2014-10-24 10:29:48 2014-10-24 10:29:48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 지난 7월 내곡지구에 입성한 J씨. 세 자녀가 있는 맞벌이 주부로 다자녀 특별공급의 혜택을 입어 당첨된 기쁨도 잠시,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들로 인해 몸도 마음도 고생 중이다. 첫 아이는 다 컸고 둘째는 다행히 단지 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됐지만 가장 어려 보살핌이 필요한 막내는 자리가 없어 전에 살던 곳의 어린이집으로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J씨가 퇴근하는 저녁 6시면 내곡동 어린이집에서 둘째 아이를 데리고 편의점서 간단히 저녁을 떼운 뒤 한 시간 넘게 버스를 환승해가며 막내까지 집으로 데려오면 어느넛 9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 된다. J씨는 어린 자녀들이 피로와 멀미에 시달려 녹초가 되는 것이 속상해 직장을 그만둘 생각까지 하고 있다.
 
서울 내곡지구의 어린이집 부족으로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정 비율이 높아 어린이집 수요가 많은 반면, 정작 어린이집 설치는 주택건설기준에 따라 일괄적으로 행해졌기 때문이다.
 
내곡지구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신원동, 염곡동 일원 76만9000㎡ 규모로 약 5000가구를 수용할 예정인 강남권의 대표 보금자리주택지구다.
 
유일한 민간분양인 서초 엠코타운 젠트리스를 제외하면 서울시 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이 대부분인 만큼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정 비율이 높다.
 
현행법 상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비율은 공공분양주택이 15%, 국민임대주택은 30%로 민영주택 10%에 비해 높고, 3자녀 이상 다자녀 가정의 경우도 민영주택은 5%만 배정되는 것에 비해 공공분양주택 10%, 국민임대주택 20%로 두 배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2012년 10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돼 300가구 이상 단지에는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립해야 한다. 기존 규정이 300가구 이상 단지에 21명 이상, 500가구 이상 단지에는 40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어린이집을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에서 세부적인 기준이 대폭 완화된 것. 하지만 여전히 입주자들은 어린이집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내곡지구 1단지의 입주자 A씨는 "단지 규모가 커서 100명 넘게 받는 어린이집이 생겼는데도 대기 순위에서 밀려 개포동까지 아이를 보내고 있는 중"이라며 "아이가 많아야 아파트에 당첨될 수 있게 해놓고 정작 아이들을 위한 시설은 부족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개정된 내용에 따라 300가구 이상이면 반드시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고 규모나 정원은 수요에 따라 더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서초구에서는 내년까지 신규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허가를 제한하기로 했다. 출산율 감소와 무상보육 확대 등으로 재정부담에 과다하게 작용했다는 이유다.
 
서초구 관계자는 "지역 균형적인 측면에 따른 보육수급률, 인구노령화 및 출산율 감소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인 수요와 공급 및 무상보육 전면 확대에 따른 기초 자치단체의 과다한 재정 부담 여건 등을 종합 검토한 보육정책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올해 1월 1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민간(가정)어린이집 신규인가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높은 경쟁률을 뚫고 보금자리주택에 들어왔지만, 자녀 보육 걱정에 내곡지구 입성을 후회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입주자 B씨는 "SH공사가 미리 아이들 인원을 파악해 대책을 세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내곡지구는 다자녀 가정이 많아 다른지역보다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멀리 아이들 데리러 다니기 바쁘고 몇 달째 집에만 있는 아이들도 많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입주자는 "다른 지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다니는 어린이집을 알아보거나 비싼 놀이학교를 보내야 할 상황"이라며 "월 100만원 가까이 하는 놀이학교 보내기는 형편이 안 되고 아직 말도 못하는 아이를 멀리 보내기도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첨되기 전에는 제발 당첨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이런 문제가 생기니 괜히 계약했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만이 답이 될 수 있겠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행 영유아 보호법에서는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주택단지 지역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도록 명시했지만, 500가구 이상인 단지부터 적용돼 국토부의 주택건설기준과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내곡지구는 다자녀 가구 및 신혼부부 위주의 입주민이 많은 특수성을 고려해 기준보다 많은 정원규모로 어린이집이 설치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어린이집 설치 허가권이 있는 관할 자치구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내곡지구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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