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선진국들이 차세대 친환경차의 종착지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수소연료전지차의 각종 인프라 확충과 관련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양산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확보하고도 정부 지원이나 인프라가 부실해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시기는 지난해 2월부터다. 당시 현대차는 울산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성공했는데, 이 같은 성과는 오는 2015년 이후 양산 예정인 벤츠와 GM, 토요타 등 글로벌 선두권 업체들보다 약 2년이 빠르다.
그럼에도 정부의 차세대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과 규제 등의 검토가 제자리를 맴돌면서 다시 선진국들과의 선두권 경쟁에서 우위를 내주는 모양새다. 토요타가 지난 6월 공개한 수소차 판매가격은 700만엔(약 7000만원)으로, 현대차가 올 4월 시판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1억5000만원)에 비해 절반에 불과했다.
◇현대차가 지난 4월17일 세계 최초로 판매모델로 양산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사진=현대차)
◇총리가 직접 나서는 일본, 5년간 매년 1000만달러 지원하는 미국
20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주요국의 수소산업 정책과 자동차 산업' 특집호에 따르면, 토요타의 이 같은 파격적 가격 책정은 아베 정부가 뚝심있게 추진하는 '일본 재흥전략 2014'가 바탕이 돼 가능했다는 평가다.
일본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재흥전략에는 아베 총리의 구상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연료전지차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포함해 수소충전소 정비와 지원 대책 마련, 보조금 제도 개편, 규제 검토 등이 담겼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구상을 토대로 수소공급충전소 건설비를 오는 2015년까지 360만엔(약 3600만원)으로 낮추기로 계획하는 한편,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점을 감안해 충전소 건설을 위한 보조금을 교부하기 시작했다.
또 전국 4대 도시권을 중심으로 100개 정도의 수소공급충전소의 선행 정비를 추진하기 위해 설치와 운용을 규제하는 고압가스보안법, 소방법, 건축기준법 등을 검토해 보완·완화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7월에는 연료전지 차량을 구매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200만엔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전체 부·성·청에 연료전지차량을 공용차로 도입하기로 하는 등 수소차의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도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에서 상당한 역량을 확보한 GM·포드 등과 함께 관련 법규 및 규정, 표준화 사업 등을 국가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 2005년 개정된 에너지정책법에서 수소연료전지자동차에 대한 예산지원 내용을 세부적으로 확정하고, 오는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대해 지원한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전미 5개 지역에서 연료전지버스 운행 시범 프로그램이 실시 중이며, 정부는 관련 업계와 연구소에 최근 5년 사이 매년 100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연구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내년 수소차 예산 40% 삭감..저탄소차 제도는 백지화
일본, 미국 등 선진국들이 한발 앞서 수소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사이 우리나라는 관련법 개정 노력 없이 오히려 연구비 지원조차 줄이고 있어 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3일 산업부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수소연료전지차 관련 예산은 올해 대비 40% 이상 삭감된 20억원이 편성됐다. 또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 구축도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일본의 경우 경제산업성 내 수소 전담기관을 설립해 내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기 구축을 발표했고, 미국도 2023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기를 구축할 계획인데, 우리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시작했는데도 지금은 연구용 충전소 13곳이 전부인 상황"이라면서 "2013년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공모해 2016년까지 137억원을 들여 세종시에 수소충전소를 건설하려던 계획마저 무산됐다"고 질타했다.
정부가 당초 내년부터 실시할 것으로 계획했던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오는 2020년으로 연기돼 사실상 백지화 됐다. 물론 여기에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입김도 한몫 했다.
저탄소협력금 제도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는 대신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민간업체들의 기술개발을 독려하는데 가장 큰 당근책으로 여겨졌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주요국의 완성차 업체들은 국가적인 지원에 힘입어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현재는 상용화 단계에 이르고 있다"며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관련 법의 정비 및 인프라 구축 등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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