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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창구..법조계 출신 사외이사는 기업의 '예스맨'?
최근 3년간 116명 이사회 2076회 참석
총 6건 제외하곤 기업 안건에 모두 'Yes'
2014-10-20 16:16:43 2014-10-20 16:33:29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법률적 전문성을 통해 보다 엄격하게 경영진을 감시해야 하는 법조인 출신의 사외이사가 실제로는 기업의 잘못된 결정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기호 의원(정의당)이 20일 발표한 '대규모 기업집단의 사외이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로 근무한 116명은 총 2000회가 넘는 이사회에 참석해 안건을 토의했으나 반대한 의견을 개진한 사례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진의 방만 경영과 독단적인 결정을 견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사외이사 제도'가 오히려 법조계의 전관예우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년간 2076회 이사회 참석..실질적 반대는 단 1건뿐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들은 총 2076회의 이사회에 참석했다. 그 가운데 2011년 2회, 2012년 4회 등 총 6건을 제외하고는 기업이 정한 안건에 대해 모두 'Yes'를 택했다.
 
해당 6건도 대부분 조건부 반대거나 자기거래에 따른 의결권 제한에 따른 것이었다.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의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윤모씨는 재직 중인 법무법인 율촌과 회사와의 자기거래 승인의 건에 대해 2회에 걸쳐 의결권이 제한된 바 있다.
 
같은 해 SK네트웍스 이사회에서는 법조계 출신의 또 다른 윤모씨를 비롯한 사외이사 전원은 콕카투 콜(Cockatoo Coal Ltd.) 지급보증 제공 연장 건에 대해 의결을 보류했으나, 4일 뒤 속행된 이사회에서는 전원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결국 지난 3년간 법조계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반대한 안건은 S-오일의 한국실리콘 유상증자 참여에 전원 반대 의견을 제시한 한 건 뿐이었다. 
 
지난 2006년 11월 금호산업이 대우건설 주식 18.46% 인수를 결정하는 이사회에서도 사외이사는 전원 찬성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금호산업을 비롯한 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무리한 대우건설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기업-법조인 사외이사 얽힌 이해관계..'독립성 확보' 관건
 
사외이사 제도의 본래 취지대로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감시·견제 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확보' 여부가 중요하지만, 사외이사는 소속 로펌과 기업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대형 로펌 소속 사외이사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대리와 자문, 추가적인 사건 수임을 의식해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업이 자신의 사외이사가 재직 중인 로펌과 자문계약을 체결한 경우 ▲재벌 총수의 형사소송을 변호한 로펌 소속 법조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경우 ▲소송 상대방 기업을 대리하는 로펌 소속 법조인을 기업의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경우도 있었다.
 
검찰총장 출신의 송 모 변호사는 2002년 대선자금 수사를 맡으며 많은 대기업집단과 총수들의 불법자금에 대해 수사한 바 있는데, 그는 2007년부터 김앤장 고문변호사로 재직 중으로 지난해 삼성전자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법무법인 화우는 2012년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부친 이맹희씨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7000억원대 주식인도소송의 대리인으로 선임됐는데, 화우의 변 모 변호사가 2009년 삼성정밀화학의 사외이사로 선임돼 2015년까지 임기를 두고 있다. 
 
◇특정로펌 소속 법조인 집중 선임 경향
 
한 기업이 특정 로펌 소속 법조인을 집중적으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경우도 많았다. 2005년 이후 사외이사 중 1명을 김앤장 소속 전현직 변호사로 선임해 온 ㈜두산은 현재 계열사의 법조계 사외이사 5명 중 2명은 김앤장 소속이다.
 
한진 그룹의 경우 조양호 회장의 매형 이 모 상임법률고문은 2009년까지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 변호사였다. 이 고문은 1970년대부터 대한항공의 사내이사 등으로 장기간 재직했다. 서 의원은 이런 영향으로 한진그룹이 대한항공, 한진해운 등 주요 계열사에 광장 소속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왔다고 지적했다.
 
한 사람이 한 기업에 장기선임되거나 계열사를 돌아가면서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경우도 많았다.
 
동국제강의 사외이사 윤모씨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2004년 3월 최초로 선임돼 임기만료 시점인 2015년 3월까지 만 10년을 재직하게 된다. 헌법재판관 출신인 CJ헬로비젼의 사외이사 주 모 변호사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CJ제일제당 사외이사를 연임했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회사와 이해관계에 있는 법인에 대한 판단기준 확대, 집중투표 의무화, 사외이사 총 재직기간 제한, 사외이사추천위에 소액주주 참여권 보장 등을 통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제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조계 사외이사 중 71.55%인 83명이 판사와 검사 출신으로 변호사 경력만 있는 사람보다 2.5배가량 많다"면서 "이는 단순히 법조계 인사의 전문성을 활용한다기 보다는 검찰과 법원에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서기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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