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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인사이드)검찰의 '사이버검열' 최종목표는 '자기검열'인가
2014-10-20 08:09:54 2014-10-20 08:55:5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정감사로 정국이 긴박하게 돌아가던 지난 15일 대검찰청에서는 브리핑이 열렸습니다. 주제는 역시 2차 '사이버 명예훼손 유관부처 실무회의'였습니다.
 
검찰은 지난 9월18일 1차 회의를 연 뒤 '사이버검열', '사이버사찰' 비판이 폭발하면서 연일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는 황교안 장관이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밀리다 못해 "저도 카카오톡을 쓴다"며 곤욕을 치렀고 이튿날에는 김진태 검찰총장이 "논란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일선 청에 직접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김 총장은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이석우 다음카카오를 겨냥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경고를 날렸지만 예의 날이 서 있지는 못했습니다.
 
이날 검찰의 유관기관 회의 이례적인 백브리핑도 '사이버검열' 논란에 대한 진화의 연장선상이었습니다.
 
▶검찰 해명 논란만 더 부추겨
 
하지만 진화는 커녕 논란만 더 부추기게 됐습니다. "검열은 없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 할 기준은 여전히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사이버검열' 보다는 국민들의 '자기검열'이 검찰과 정부가 정한 목표라는 인상이 강하게 듭니다.
 
여러 논란과 검찰의 해명, 문제점을 검찰 관계자의 입을 빌어 살펴보겠습니다. 다만, '모니터링의 대상'이 어디까지냐는 문제는 이번 검찰인사이드에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이미 많은 기사에서 다뤘기 때문입니다.
 
이날 백브리핑을 주관한 검찰관계자는 "한 시간을 넘겨서까지 회의가 진행됐다"며 기자실로 예정보다 늦게 들어왔습니다. 안색은 한 눈에 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기자실로 들어서자마자 "분명히 말할 것은 명예훼손은 감청영상 대상범죄도 아니어서 수사는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는 사이버 검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법적 권한도 없을 뿐더러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검찰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국민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모바일 프로그램 성격상 영장집행에서 제3자의 글을 동시에 볼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어쨌든 그럼에도 영장집행 과정에서 범죄혐의와 관련이 있는 범위에 대해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자료를 확보하도록 하겠다. 이것이 정리된 의견이다."
 
그러나 프라이버시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답변을 못했습니다. 다만 "범죄와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함께 압수수색 집행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해 나가겠다. 지금까지도 저희가 노력해왔지만 향후에도 범죄혐의와 관련이 없는 부분은 법정에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 외에는 신속히 폐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고소·고발 없이도 수사 진행하겠다" 
 
수사 대상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고소나 고발, 진정 등 신고가 있을 경우가 원칙이라고 말 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대상으로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혐의'를 지목합니다. 그대로 옮겨 봅니다.
 
"주로 피해자 고소·고발·진정 등이 있는 경우를 수사하겠지만, 공인에게 인신적이고 악의적인 공격으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거나 우려되는 경우에 고소·고발·진정 없이도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하겠다."
 
"고소·고발·진정 없이도 수사를 진행하겠다". 이 말은 그동안 인터넷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명예훼손 혐의자를 찾아내겠다는 이른바 '선제적 인지수사'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피해자가 알지 못하는 명예훼손행위를 찾아내겠다는 의미로, 피해자의 의사 없이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겁니다.
 
그 대상은 공인(公人), 최 선임연구관은 정치가나 연예인을 예로 들었습니다만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고 있는 명예훼손 범죄의 경향은 정치인 쪽에 쏠려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두는 것은 명예훼손 범죄의 특성상 '공연성'과 언론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피해자가 알지 못하는, 어찌 보면 '피해자가 없는 혐의'를 조사해 범죄로 발전시켜 수사하겠다는 의미로도 이해됩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검찰의 자의적 수사가 우려됩니다. 법리적으로도 다듬어지지 않은 위험한 문제입니다.
 
때문에 검찰 관계자는 공인 외에 '인신적이고 악의적이며, 피해가 심각하고 회복이 불가능한'이라는 제한을 둡니다. 그러나 그 개개 요건에 대한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부나 특정 정치인을 비호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혹이 재차 불거지는 대목입니다. 그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해명합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야 하나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은 확산속도가 빠르고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입히는 심각한 범죄로서 그로 인해 인격살인, 대인기피증과 같은 극도의 정신적인 외상에 이르게 하는 사이버 흉기와 같은 글에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취지이다. 특히 지금은 남녀노소, 이념좌우, 신분저하를 막론하고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정부정책이나 공직자 업무수행에 대한 비판과 토론에 대한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고소·진정 없다고 수사 못 하면 수사 안 해"
 
피해자가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건에 왜 검찰이 나설까요?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검찰은 국민의 권리보호기관이자 범죄에 대응하는 기관이다. 피해자도 보호해야 하고 프라이버시도 보호해야 한다. 그런 논리로 일관하면 모든 개인적 법익에 대해서 당사자 고소나 신고나 진정이 없으면 검찰이 범죄수사를 안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피해자가 모르는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선제적 인지수사'의 문제점은 또 있습니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입니다. 가해자를 찾아내더라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결국 검찰은 당사자가 없는 사건에 수사력을 낭비하는 셈입니다.
 
이 같은 지적에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처음에는 피해자 신고 없이 수사를 진행하지만 피해자 조사를 할 수 있고 범죄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의견청취가 필요할 경우 피해자의 처벌의사를 문의하게 될 것이다. 반의사불벌죄는 명시적인 불원의사 없으면 처벌 안한다. 과도한 수사력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다."
 
검찰 관계자의 설명을 곱씹어 보면 검찰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사이버검열', 아니 검찰의 표현 대로 '사이버상의 명예훼손 엄단 방침'은 매우 설익은, 누군가에게 떠밀려 급히 추진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더욱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관기관 대책회의'가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이버상 폭로성 발언'을 언급한지 이틀 뒤 열린 것을 보면 이번 논란과 박 대통령은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은 이날 세월호법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와 세월호사건 유가족들의 면담 신청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1차 회의 자료에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다음과 같이 박스로 강조되어 적시되어 있습니다. 허위사실 유포 사범 실태 및 대응 방안에 대한 검토배경 부분입니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했든, 검찰을 비롯한 정부 관계부처가 자진해 나섰든 '사이버상의 명예훼손 엄단 방침'은 또 한번 검찰을 위기로 몰고가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은 이 때 또 해외 순방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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