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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ECB 통화정책회의..드라기 효과에 '시선집중'
드라기, ABS·커버드본드 매입 계획 구체화
대차대조표 확대 규모 공개 예정
2014-10-02 11:09:16 2014-10-02 11:09:16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입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ECB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지난달에 발표된 깜짝 부양책의 규모가 구체화되고 미국식 양적완화 도입에 관한 힌트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ECB, 추가조치 시급..유로존 물가상승률 14개월來 최저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 경기침체(디플레이션)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라 ECB의 추가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고 보도했다.
 
ECB가 그간 각종 부양책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음에도 물가 수준이 위험수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3%로 지난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해 유로존의 목표치인 2%에서 더 멀어졌다. 저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면 상품가격 하락을 우려해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내수가 침체되고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기업은 신규 고용을 멈추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제조업 경기도 꽁꽁 얼어붙어 시장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유로존의 지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50.3으로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 하락은 독일이 주도했는데, 독일 제조업 PMI는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50선 밑으로 추락했다. 그동안 유럽의 회복세를 떠받쳐 온 독일마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독일의 부진을 만회해 줄 회원국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럽 경제 2위국 프랑스의 제조업도 침체 국면을 이어갔고 3위국 이탈리아는 아예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낮췄다. 올해 회복할 것이란 기대를 저버린 채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유로존 물가상승률 추이 (자료=트레이팅이코노믹스)
 
◇유로존, 양적완화 도입 가능성 낮아..ABS·커버드본드 매입 구체화
 
유로존의 경제위기가 커질수록 ECB에 거는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거듭되는 부양책 시행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이제는 미국식 양적완화를 도입해야 할 때란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이번 ECB 회의에서 양적완화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내려질 확률은 낮은 편이다. 
 
지난달에 이미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설정하고 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0.05%로 하향하는 등 대규모 부양책을 도입한데다 양적완화에 따르는 기술적인 문제들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로존은 미국과 달리 각 회원국들의 연합체라 양적완화를 도입하면 다양한 국적의 국채가 발행된다. 그러면 어느 국가의 국채를 얼마나 사줄지 결정해야 하는데, 그건 정치적인 성격이 강해 쉽사리 풀 수 없는 문제다.
 
가령, 그리스나 이탈리아 같은 취약국의 국채가 매입되면서 유로존 내 지분이 높은 독일의 부담이 커지면 국민들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에릭 라셀즈 RBC 글로벌 어셋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양적완화 등의 새로운 통화정책 발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ECB의 정책보다 드라기의 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드라기가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커버드 본드의 매입 규모를 구체화하고 양적완화에 관한 힌트를 줄 것이란 전망에서다. 
 
마첼 알렉산드로비치 제프리스 인터내셔널 이코노미스트는 "채권시장과 FX마켓 등 시장 참여자들이 드라기가 대차대조표를 어느 정도 확대할지, 국채매입에 관해선 어떤 암시를 남길지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차대조표 규모를 얼마나 확대할지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ECB의 대차대조표를 2012년 초 수준인 3조유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목표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과 기타 자산매입 규모는 1조유로 정도 늘어야 한다. 현재 대차대조표 규모는 2조유로에 그치고 있다.
 
프레데릭 듀크로제 크레디트 아그리꼴 스트래티지스트는 "정확한 자산매입 규모는 불분명하나 ECB는 향후 3년간 1조유로의 유동성을 시장에 더 풀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ECB가 투자등급 이하로 평가된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ABS를 사들일지도 관심사다.
 
ECB는 한국 시간으로 2일 저녁 8시45분에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은 9시30분에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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