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정해욱의 가요별점)김동률식 감성, 이 시대엔 못 듣는 음악
2014-10-01 15:03:02 2014-10-01 15:03:02
◇정규 6집 앨범을 발매한 가수 김동률. (사진제공=뮤직팜)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가수 김동률이 총 10곡이 실린 정규 6집 앨범 '동행'으로 컴백했습니다. 1일 발매된 김동률의 새 앨범 수록곡들은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면서 ‘줄세우기’를 했는데요. 데뷔 20년째가 된 발라드 가수, 그것도 지난 3년간 새 앨범을 내지 않고 공백기를 가진 가수가 온라인상에서 이런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 분명 흔한 일은 아닙니다.
 
오랜만에 나온 앨범이지만, 김동률은 이 앨범을 통해 1990년대에 발표됐던 히트곡인 ‘기억의 습작’이나 ‘취중진담’의 감동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김동률의 노래엔 세대를 관통하는 그 무언가가 있는데요. 올해 마흔 살의 김동률이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지금과 같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새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을 작사, 작곡한 김동률은 사랑과 이별, 추억을 주제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냅니다.
 
김동률의 음악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노래들과는 분명 다릅니다. 귀에 박히는 후렴구를 반복하면서 듣는 사람들을 유혹하려고 하지고 않고, 고음을 지르면서 가창력을 뽐내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률의 음악은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듭니다. 김동률식의 감성 표현과 가사의 힘 때문인데요. 김동률의 노래를 들으면 멜로디보다 가사에 더 집중을 하게 됩니다. 중독성있는 멜로디를 가진 노래가 각광을 받는 요즘 시대에서 1절이 끝난 뒤 2절에서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하게 만드는 노래는 김동률의 노래 외엔 없습니다.
 
솔직담백한 가사를 통해 감동을 전하고, 이를 통해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노래. 김동률의 음악을 들으면 "진짜 음악이란 무엇인가?"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반복되는 후크로 듣는 이들을 현혹하는 노래들이 진짜 음악은 아니겠죠. 김동률의 음악은 요즘 시대엔 들을 수 없는 진짜 음악입니다.
 
타이틀곡인 ‘그게 나야’부터 볼까요. 김동률은 “우리 서로 사랑했던 그 시절엔 뭐가 그리 설레고 또 좋았었는지 세상을 다 가진 양 들떠 있던 내 모습이 너 없이 그려지지가 않는 게 그게 나야”라고 노래합니다. 이 노래엔 과거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추억이 묻어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김동률은 감정을 터트릴 듯 터트리지 않습니다. 요즘의 가요에 익숙한 젊은 음악팬들에겐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형식의 노래는 김동률의 중저음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면서 듣는 이들을 감성에 빠져들게 합니다. '그게 나야'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인데요.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엔 배우 공유가 출연합니다.
 
 
김동률의 새 앨범엔 스토리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하고, 그 여자에게 고백을 했던 청춘을 추억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애정 표현을 하기도 하고, 알듯 말듯한 여자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어서 이별 후의 쓸쓸함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그렇게 김동률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대해 노래합니다. 
 
이번 앨범엔 김동률의 동료 뮤지션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노래가 두 곡 실려있습니다. 이상순이 참여한 ‘청춘’과 존박이 참여한 ‘Advice'입니다.
 
김동률은 마흔 살 동갑내기 뮤지션인 이상순과 함께 이미 지나가버린 20대의 청춘에 대해 노래합니다. 김동률은 20대의 청춘에 대해 이렇게 표현합니다.
 
"서로가 참 솔직했었던 그때가 그리워. 때로는 쓰라렸고 때로는 부끄럽고 그래서 고맙던 거칠 게 없던 시절. 모든 걸 나눌 수 있었고 같은 꿈을 꾸던 시절”
 
그러면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린 결국 이렇게 어른이 되었고 푸르던 그 때 그 시절 추억이 되었지. 뭐가 달라진 걸까 우린 아직 뜨거운 가슴이 뛰고 다를 게 없는데 뭐가 이리 어려운걸까”
 
20대의 청춘을 거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눈을 가만히 감고 이미 지나가버린 청춘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Advice'는 재밌는 구성의 노래입니다. 존박과 김동률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짜여져 있는데요. 인생 선배인 김동률이 존박에게 이성 관계에 대해 조언을 하는 내용입니다. 존박은 또래 가수들 중 중저음이 가장 매력적인 가수죠. 그런데 김동률과 같이 노래를 부르니 오히려 풋풋한 느낌을 주는데요. 그런 점에서 인생 선후배의 대화 형식으로 짜여진 이 노래의 느낌이 더 잘 살아났습니다. “사랑도 때가 되면 느나요. 조금 더 견디면 쉬워져요. 알 것 같으면서 매일 새로운 거. 그래서 또 사랑을 하나 봐요”라고 노래하는 마흔 살과 스물 여섯 살의 두 남자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내 사람’과 ‘퍼즐’은 사랑하는 그녀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노래들인데요. 두 곡은 노래의 스타일도, 표현 방식도 다릅니다.
 
‘내 사람’의 경우엔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김동률은 억지로 꾸민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도 진심을 충분히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 노래들이 참 많죠. 그런데 김동률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진부하지 않습니다.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냈습니다. 남성들이 사랑하는 그녀에게 이 노래를 불러준다면 좋은 반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사가 이렇습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날 가득 채워주는 이 사람으로 다 된 것 같은. 날 쓸모 있게 만들고 더욱 착해지게 만드는. 한 번이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은 내 사람"
 
그리고 '퍼즐'은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퍼즐을 푸는 것에 비유를 해서 표현을 했습니다. "넌 나에게 알 수 없는 수수께끼. 언제나 한 조각 모자라는 퍼즐처럼. 도대체 난 모르겠어 네 말을 몇 번이나 되짚어도. 전혀 앞뒤가 맞지가 않잖아 어쨌다는 건지 모르겠어"라는 재밌는 가사에서 한 남자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내 마음은’, ‘오늘’, ‘그 노래’는 이별 후의 감정에 대한 그려낸 노래인데요. 가을에 듣기에 딱 맞는 감성적인 노래들입니다. 최근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노래들을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리게 될 지도 모릅니다. 김동률은 솔직담백한 방식으로 감정을 건드립니다. 특히 이별 후의 일상에 대해 소탈하게 그려낸 ‘내 마음은’의 가사는 가슴을 파고듭니다.
 
"뜨겁지 않은 사람이 됐어. 웬만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어. 예전처럼 조그만 일에 화내지 않고 조금씩 무던해졌어. 혼자 있는 게 편하게 됐어.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피곤해졌어. 이러다 나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까. 걱정되다 체념하다 또 너를 생각해"
 
앨범의 전체 타이틀과 같은 제목인 ‘동행’엔 김동률이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청춘을 지나면서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함께 걸어가면 할 수 있다"고 힘을 줍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고독을 느끼곤 하죠.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힘이 납니다.
 
"네 앞에 놓여 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꼭 잡은 두 손이 나의 어깨가 네 안의 아픔을 다 덜어내진 못해도 침묵이 부끄러워 부르는 이 노래로 잠시 너를 쉬게 할 수 있다면"
 
김동률이 새 앨범을 발표한다고 했을 때 큰 기대를 했을 팬들이 많을텐데요. 김동률의 음악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감동적입니다. 올해 발표된 대중 가수의 앨범 중 손에 꼽힐 만한 앨범입니다. 김동률은 오는 11월부터 전국 투어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만나게 됩니다.
 
< 김동률 정규 6집 '동행'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게 음악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