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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신고자 해고는 정당하고, 공채탈락은 부당?
2014-10-01 06:00:00 2014-10-01 06:00:00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공익신고자가 자신을 해고한 회사의 공채에 응시해 탈락한 데 대해 '탈락은 부당하고, 해고는 정당하다'는 미지근한 판결이 나왔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씨는 원장의 지시로 원아의 출석일수를 조작해야 했다. 보육료 등 보조금을 더 타내려는 원장의 꼼수였다.
 
김씨는 2013년 2월 이 사실을 지자체에 알렸다. 지자체장은 김씨가 일하던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원장은 책임을 지고 어린이집을 떠났다. 새로운 원장이 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김씨는 2013년 3월부터 한달간 지자체와 임시계약을 맺었다.
 
신임 원장은 오자마자 새로운 직원을 뽑겠다며 채용공고를 냈다. 임시근로계약 만료일이 얼마 안 남은 김씨도 채용에 응시했다. 어린이집은 김씨를 불합격시키고 며칠 뒤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국민권익위는 김씨가 공익신고로 불이익을 받아 탈락한 것으로 보고 근로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를 두고 어린이집 측은 권익위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냈고, 김씨는 해고가 부당하다고 맞소송을 냈다.
 
같은 사실관계로 엮인 두 건의 소송이었다.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이 져야하는 사건처럼 보이지만, 어린이집과 김씨 모두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 부장)는 보육교사 김씨가 "해고는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어린이집 원장이 바뀌더라도 기존의 직원은 계속해서 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영유야보육조례를 이 사건에 적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임 원장이 재직하기 하루 전날 김씨의 근로계약이 만료돼 근로관계가 종료됐다"며 "새 원장이 김씨를 고용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김씨는 근로계약이 만료될 예정이어서 새로 올 원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었다"며 "1개월의 공백기간 동안 지자체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는 신규직원 채용공고를 보고 입사신청을 했고, 불합격하자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신청해 보호조치결정을 받았다"며 "김씨도 근로계약이 종료된 것을 전제로 이같은 행위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는 지난 5월 권익위의 보호조치 결정처럼 김씨가 신규채용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씨가 공익신고를 하고 공채에서 탈락한 시간적 간격이 매우 짧은 점을 고려하면,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채용될 수 없는 결정적인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공익신고를 한 것이 탈락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어린이집이 공채 과정에서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가진 김씨를 우대하지 않았고, 면접 비중을 크게 둬 심사위원의 자의가 개입할 여지가 컸던 점도 함께 고려했다.
 
서울행정법원 장승혁 공보판사는 "5월 판결은 공채과정에서 불이익을 인정한 것이고, 최근 판결은 재계약 갱신을 하지 않은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같은 사안을 두고 다른 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모두 패소한 꼴이지만, 그렇지 않다.
 
어린이집은 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김씨를 고용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김씨가 이 기간 동안 일하고 받았을 임금과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했다.
 
어린이집은 김씨를 고용하지도, 임금을 지급하지도 않고 항소했다. 법원이 인정한 권익이 결정을 지키지 않더라도 과태료만 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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