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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투운용, ELS펀드 모방 논쟁 '팽팽'
"업계 최초 배타적 사용권 달라" vs "운용형태와 평가방법 다르다"
2014-09-24 08:46:09 2014-09-24 10:23:26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새로 출시한 펀드의 배타적사용권 신청 결과를 두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대형운용사인 양사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상품을 출시, 이를 둘러싼 '모방 논쟁'이 한창이어서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운용과 한국운용은 이달 금투협에 각각 '삼성 ELS 인덱스펀드'와 '한국투자 ELS 솔루션펀드'에 대해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했다.
 
2001년 도입된 배타적사용권은 독창적인 금융투자상품 개발사에 일정기간 해당 상품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으로 이 기간 동안 다른 회사들은 비슷한 내용의 상품을 팔 수 없다.
 
삼성운용은 지난달 '주가연계증권(ELS) 인덱스펀드'를 먼저 내놓으면서 '업계 최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기존 ELS 투자의 문제점을 보완해 고객 편익을 제고하고자 2년 동안 신상품 개발에 매진, 만기 없이 분산투자가 가능한 ELS인덱스펀드를 지난달 18일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고 말했다.
 
한국운용은 이달 ELS 솔루션펀드 출시에 앞서 배타적사용권 승인을 대기 중이다.
 
한국운용 관계자는 "ELS를 발행한 금융기관이 부도날 경우 원금 대부분이 손실 날 가능성이 존재하는 반면 ELS 솔루션펀드는 20개의 ELS로 지수를 만들고 그 지수의 손익을 교환하는 방식(스왑)을 활용해 발행사 리스크를 사전에 줄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운용 측은 중국-유럽 등 2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삼성운용과 달리 한국-중국, 한국-유럽, 유럽-중국 등 3개의 기초자산을 골고루 편입했다는 점을 차별성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시기다. 먼저 상품을 출시한 삼성운용은 한국운용이 자사 상품 전반의 체계를 모방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존 ELS에 펀드의 안전성을 보완한 펀드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운용형태와 평가방법 등 세부구조가 삼성운용과 전혀 다르다는 게 한투운용 측 입장이다.
 
두 회사 모두 적지 않은 공을 들인 만큼 오는 26일 금융투자협회의 승인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동필 금투협 약관심사실장은 "기각이냐 부여냐 여부는 심의위원회의 공정한 심사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독창성 정도와 국민발전 기여도, 투입기간 등을 배점에 적용해 배타적사용권(펀드의 경우 통상 1~4개월)이 부여될지 아닐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신선하게 등장한 새 구조화 펀드가 운용성적이 아닌 배타적사용권 심사 결과를 승패의 첫 무대로 삼게 돼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특히 지난 2011년 이후 금투협의 펀드에 대한 배타적사용권 인정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투협이 적극적으로 배타적사용권을 행사할 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협회의 배타적사용권 승인 기회는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고 이를 위한 업계의 창의적인 상품개발 노력은 우선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펀드라는 금융상품은 근본적으로 구조화에 있어 유사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운용능력에 따른 2차적 검증이 더 중요하게 판단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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