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책읽어주는 기자) 좋은 아빠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는데
2014-09-23 08:28:10 2014-09-23 08:32:53
<아빠의 자존감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인다> 이수연 지음 | 경향BP 펴냄
 
내가 성장할 때만 해도 아버지라는 존재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성역할이 당연시 됐다. 저녁 늦게 술에 취해 들어오고 주말에는 피곤하다며 소파에 누워 잠만 자도 큰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우리 아버지뿐만 아니라 내 주변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그러했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과거의 권위적인 아버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어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맞벌이 가정이 늘고 아빠들의 양육이 아이의 지능이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는 것은 물론 아친남(아내 친구의 남편을 지칭하는 말로 능력 있고 가정적인 아빠)들이 등장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방법도 제대로 모르는 데다 눈치까지 없는 평범한 남자들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가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다. 집에만 가면 아내에게 “혼난다”는 남자들의 웃픈 얘기는 이제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다.
 
다행히 이 책은 기존에 나와 있는 "무조건 좋은 아빠가 되라!" 라는 이론보다는 '방법을 모르고', '해도 욕 먹는' 아빠들을 토닥토닥 위로하며 누구나 공부하고 배우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또 '아빠'·'남편' 이라는 삶 전에 '나' 라는 자아의 행복이 왜 중요한 지를 알려준다. 결국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아내도 행복해질 수 있음을 우선 깨닫게 해준다. 경제적인 압박감으로 인해 잠시 잊고 있었던 가장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전문성 : 저자가 교육과 상담을 통해 경험한 실제 사례들과 해결방안들이 들어 있어서 흡입력이 있다.
 
▶대중성 :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초보 아빠들과 엄마들이 따라하기 쉽도록 구성돼 있다.
 
▶참신성 : '아빠 육아'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어 주제 자체는 그다지 참신하지는
않지만 구체적인 해결방안 제시 및 아빠의 행복과 자존감 회복에 초점을 맞춘 부분은 꽤나 설득력 있다.
  
■요약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해해 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서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몇 해 전 초등학생이 썼다는 <아빠는 왜?>라는 제목의 이 시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많은 아빠들에게 자괴감과 쓸쓸함을 안겨줬다.
 
실제로 이 시가 회자되면서 '아빠'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선배, 친구들과의 술 약속 문의가 쇄도했었다. 그 만큼 '남 일 같지 않은' 이 시는 집에서 존재감 없는 내 모습을 대변하기도 했다.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다지만 아직도 위 시의 아빠처럼 있으나마나 한 아빠들이 참 많다. 가정의 소중함은 알지만 많은 유혹들을 뿌리치고 가정 먼저 챙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성공에 대한 야망이 늘 꿈틀대는 남자들은 더욱더 그렇다.
 
그렇다 보니 소중한 '가족'을 잃고서야 자신이 이룬 것이 아무 의미가 없음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인 자동차 제작 회사 포드의 창설자이자 자동차 왕으로 불리는 헨리 포드는 80세 생일 만찬에서 "당신이 이룬 일들 가운데 가장 크고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그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가정"이라고 답했다.
 
우리도 나이를 먹어 누군가가 동일 질문을 던졌을 때 당당히 "가정을 잘 꾸린 일"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아빠들이 좀 더 시간이 나거나 좀 더 돈을 번 다음에 아이들과 놀아주겠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아빠들만의 착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빠가 시간과 돈에서 여유로워질 때쯤이면 아이들도 자라서 더는 아빠가 필요 없게 된다. 가만 생각해보니 아빠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0년이다.
 
아빠 역할을 자꾸 포기하게 되면 우리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가정에서 소외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잘 모르겠다고, 아이가 엄마만 찾는다고 손 놓고 있는 대신 지금부터라도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을 공부해보자.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좋은 아빠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 별점 ★★★★☆
 
■ 연관 책 추천
 
<파더쇼크> EBS 파더쇼크 제작팀 지음 | 쌤앤파커스
<파더십> 강헌구, 강봉국 지음 | 북클라우드
<유대인 아버지의 4차원 영재교육> 현용수 지음 | 동아일보사
 
정헌철 산업2부 기자 
 
 
이 뉴스는 2014년 09월 19일 ( 15:26:37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