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우청 중국석유대학 석유가스산업 연구개발센터장.(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이기 때문에 해외로 셰일가스를 수출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동시우청 중국석유대학 석유가스산업 연구개발센터장이 중국에서 생산된 셰일가스가 자급용으로만 사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동 센터장은 중국석유협회의 부위원장이자 중국 관영 CCTV의 특별 해설자로, 에너지경제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다. 그는 지난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차 셰일가스 국제협력 컨퍼런스'에서 연사를 맡게 돼 한국을 찾았다.
컨퍼런스 직후 동 센터장을 따로 만나 중국 셰일가스의 현주소와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 미칠 영향 등을 들어봤다.
셰일가스 하면 가장 먼저 북미지역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셰일가스 붐의 진원지이자 생산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 바로 미국이기 때문. 하지만 유화업계에서 예의주시하는 또 다른 지역이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다. 셰일 혁명의 출발지는 미국이지만, 매장량은 중국이 미국을 능가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기술적으로 회수 가능한 셰일가스 매장량이 1115Tcf(31조㎥)로 세계 1위의 셰일가스 보유국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매장량(665Tcf)의 1.7배나 많은 규모다.
중국이 셰일가스 생산에 본격 나설 경우 파급력은 미국 못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천연가스 공급량 증가로 석유와 석탄 수요가 감소되는 것은 물론 석유화학·철강·자동차 분야에서 석유 대신 천연가스 기반의 에틸렌을 기초 원료로 사용, 원가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에너지 믹스의 변화와 더불어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가 예고되고 있는 것.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자급률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유화기업이 중국 셰일가스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동 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셰일가스 생산 확대를 천명한 만큼 오는 2020년까지 개발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셰일가스개발계획'을 통해 2011년부터 오는 2015년까지 셰일가스 생산 목표를 65억㎥로 제시하고, 셰일가스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20년에는 300억㎥ 규모로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셰일가스 개발 기업에 대해 ㎥당 0.4위안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비롯해 세금 혜택과 절차 간소화 등 정책적으로 뒷받침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중국 최대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시노펙은 푸동지역에서 셰일가스전을 발견하고, 상업 생산에 나서기도 했다. 시노펙은 오는 2015년까지 50억㎥에 달하는 셰일가스 생산 목표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로 생산되는 미국 석유화학 업체들에 비해 생산 규모는 미약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상업생산의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며 상당히 고무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 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내놓으며 셰일가스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면서 "시노펙의 성과를 토대로 다른 석유회사들도 셰일가스 탐사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는 대륙은 물론 주변국의 자원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한국과 일본 등 인접국가에 대한 수출 가능성을 묻자 그는 "중국 정부가 가스 수출에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만큼 셰일가스를 자체 소비하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라는 얘기다.
동 센터장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중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1170억㎥였음에도 LNG(액화천연가스)와 중동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들여온 천연가스의 양이 각각 245억㎥, 274억㎥에 달했다.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웃도는 양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는 셈이다.
동 센터장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은 그만큼 해외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셰일가스 개발을 적극 장려하는 이유가 비용 절감에 있는 만큼 주변국으로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셰일가스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셰일가스가 활성화된 미국에 비해 기반시설이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잘 보완해야 중국 정부도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
동 센터장은 중국 셰일가스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크게 네 가지로 꼽았다.
첫째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석유화학 선두 업체들이 대거 포진한 미국의 경우 대규모 생산체제를 갖췄지만, 중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둘째, 시장경쟁을 통한 시스템 구축이다.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에 석유 메이저 업체들은 물론 중소형 규모의 업체들까지 가세해 업체간 치열한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소수의 국영기업이 셰일가스 사업을 독점한 상태로, 개발에 속도를 내는 유인이 약하다.
셋째, 셰일가스를 수송하는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미국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존 정유시설을 활용해 셰일가스를 운반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주요 거점에 석유와 가스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구축돼 있지만, 지역과 지역 간 연결은 미미한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에 비해 높은 생산원가도 극복해야 할 요소로 지목했다.
그렇다면 중국산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중국을 비롯한 한국 등 해외 석유화학 기업들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동 센터장은 해외 기업에 미칠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업스트림(석유·가스 개발과 생산) 분야의 개방이 촉진될 것이라면서 시장환경의 변화를 전망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현재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업스트림 분야는 시노펙과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 등 소수의 국영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반면 다운스트림(석유화학제품 생산) 분야는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지역의 대표 석유화학 기업들이 포진, 현지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형국이다. 동 센터장은 시진핑 주석이 경제개혁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조만간 업스트림 산업의 독점체제도 허물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기존 시스템을 바꾸려는 의지가 확고한 만큼 중국 소수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분야도 점차 개방될 것"이라면서 "향후에는 다운스트림 산업에 진출해 있는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도 업스트림 분야에 진출할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뉴스는 2014년 09월 19일 ( 8:53:12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