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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부지 둘러싼 '쩐의 전쟁'
2014-09-16 16:28:40 2014-09-16 16:33:19
ⓒ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쩐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마지막 남은 강남 금싸라기 땅의 주인이 가려질 디 데이(D-Day)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뛰어들면서 결과는 '액수'로 가려지게 됐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입찰은 17일 오후 4시가 마감이다. 최고가격을 써낸 입찰자를 18일 오전 10시에 최종 낙찰자로 선정한다.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7만9342㎡)의 한전 부지는 감정가만 3조3346억원으로, 단일자산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입찰이다.
 
이미 공개적으로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히며 확고한 의지를 보인 현대차그룹에 맞서 재계 1위 삼성그룹이 입찰 참여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삼성의 입찰 참여 여부에 주목하며 애간장을 태웠다. 삼성이 참여할 경우 결국 돈 싸움으로 흐를 것이란 우려에서다.  
 
현대차그룹은 양재동 사옥을 이전해야 한다는 실수요와 함께 이번 기회에 한전 부지를 활용해 자동차테마파크, 컨벤션시설, 한류체험공간, 호텔 등을 두루 갖춘 서울시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내놨다. '내 땅'이라는 선점효과를 누리는 동시에 확고한 인수 의지를 내비친 것.
 
현대차그룹은 서울에만 30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직원도 1만8000여명에 달한다. 이에 비해 양재동 사옥은 5개 회사, 5000여명을 수용하는 규모여서 그룹타운을 확보하는 것은 오랜 숙원이다.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 점검할 정도로 내부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사활을 걸었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앞서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가 있는 서울 성수동 뚝섬에 110층 규모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건설, 계열사를 한 곳에 모으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인허가 문제로 무산된 적이 있어 이번 입찰만큼은 놓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계열사가 입주한다는 계획이 서 있기 때문에 우리는 무조건 입찰한다"면서 "현대차가 단독으로 입찰할 지 계열사가 함께 컨소시엄으로 입찰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 문제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사든 나중에 입주하는 것은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삼성그룹은 아직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검토 끝에 참여 방침을 굳혔음에도 굳이 공식화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고위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도 "무리해 가면서까지 금액을 써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입찰이란 조용히 진행하는 것이지, 굳이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느냐"고 덧붙였다.
 
물론 이조차도 연막작전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자금력에 있어서 만큼은 삼성이 현대차를 압도하기 때문에 의지만 확고하다면 돈 싸움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삼성은 TF를 꾸려 부지 인수와 개발시 수익 회수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왔다.  
 
앞서 삼성물산은 2009년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부지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한 적이 있고,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본사 바로 옆 한국감정원 부지를 사들이면서 한전 부지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경기 침체에 마땅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없는 상황에서 한전 부지는 좋은 먹잇감에 틀림 없다.
 
걸림돌은 '수익성'이다. 한전 부지 개발을 위해서는 낙찰 예상가 5조~6조원을 포함해 10조원 이상을 향후 수년간 투입해야 한다. 이마저도 최소 금액이다. 들인 비용에 합당한 투자수익률 회수가 불투명한 것이 사실. 게다가 스마트폰 실적 부진에 허덕이며 비용 절감에 돌입한 만큼 입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삼성이 참여하든 아니든 우리가 생각한 입찰가격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경쟁자가 생겼다고 해서 무리간 가격을 써낼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한전 측이 써낸 예정가격보다 우리 입찰가격이 낮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와 삼성 외에는 입찰 후보로 거론되는 큰 손은 없는 상황이다. 한전은 감정평가액을 바탕으로 예정가격(입찰최저가)을 정하고, 2개 이상의 응찰자 가운데 최고가격을 써낸 곳을 최종 낙찰자로 정한다. 응찰자가 2곳을 넘지 않거나 써낸 최고가격이 한전의 예정가격보다 적으면 자동으로 유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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