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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거나 영리하거나..YG의 스타 육성법
2014-09-12 16:39:54 2014-09-12 16:44:16
◇신인 그룹 아이콘의 멤버로서 데뷔를 앞두고 있는 B.I. (사진캡처=Mnet)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그룹 아이콘(iKON)의 멤버들을 선발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믹스앤매치’(MIX & MATCH)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믹스앤매치’에선 B.I, 바비, 김진환, 송윤형, 구준회, 김동혁 등 지난해 전파를 탔던 ‘WIN: Who Is Next’를 통해 B팀으로 얼굴을 비췄던 기존 멤버들과 정진형, 장찬우, 양홍석 등 새로운 연습생들이 만나 경쟁에 돌입하게 되는 첫 이야기가 그려졌다. 세 차례에 걸친 경연을 통해 9명의 후보 중 아이콘의 멤버가 될 7명을 가려내게 될 '믹스앤매치'. 이 프로그램을 잘 살펴보면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 가요기획사인 YG의 스타 육성법이 보인다.
 
◇'믹스앤매치'에 출연해 후배 연습생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한 빅뱅의 지드래곤. (사진캡처=Mnet)
 
◇잔인한 서바이벌..가요계 치열한 경쟁 미리 맛봐
 
‘믹스앤매치’에 출연하는 9명의 연습생 중 B.I, 바비, 김진환은 아이콘의 고정 멤버로서 이미 데뷔가 확정됐다. '믹스앤매치'에선 나머지 6명 중 이 3명과 잘 어우러질 만한 4명을 뽑게 되는데 'WIN: Who Is Next'에서 그룹 위너와 데뷔 기회를 두고 경쟁을 펼쳤던 송윤형, 구준회, 김동혁은 다시 한 번 생존 싸움을 벌이게 됐다. 이 세 사람과 이들의 팬들의 입장에선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양현석 YG 대표의 결정이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만한 상황이다.
 
구준회는 "숟가락을 얹는 기분이다. 조금 껄끄럽다"고 속내를 드러냈고, B.I는 “원래 여섯 명이 그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새로운 멤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엔 치열한 경쟁의 연속인 가요계의 생존 싸움을 미리 경험해봄으로써 생존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양 대표의 의도가 숨어있다. 연습생들은 끊임 없이 경쟁을 반복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간절함과 독기를 기르게 되고, 이는 정글과 같은 가요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신인 가수에게 중요한 자산이 된다.
 
아이콘과 마찬가지로 데뷔 전 서바이벌을 거쳐야 했던 빅뱅의 승리는 "나도 서바이벌로 한 번 탈락을 했었고 마지막에 간신히 붙어서 팀에 합류했었다. 정말 그때의 심정은 간절함, 절실함이었다"고 말했고, 지드래곤은 "곡 만드는 것을 들어보면 B팀 친구들이 악에 받쳐서 하는 느낌이 든다. 가수가 되기 전에는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후배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믹스앤매치'에 출연한 김진환(왼쪽)과 바비. (사진캡처=Mnet)
 
◇영리한 홍보 전략..연습생 시절부터 철저한 관리
 
가요 기획사의 홍보 전략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가수에 대한 홍보는 신곡을 발표하거나 데뷔를 하는 시점에 맞춰서 진행됐던 것이 보통. 하지만 대형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말 프리데뷔팀인 SM루키즈를 론칭하면서 연습생들의 브랜드화에 나섰다. SM의 브랜드화 전략에 맞서는 것이 바로 YG의 서바이벌 전략이다. YG는 데뷔를 앞두고 있는 연습생들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시킴으로써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WIN: Who Is Next'를 통해 데뷔한 위너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달 데뷔 앨범을 발표한 위너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데뷔곡 '공허해'로 각종 음악 방송 1위를 차지한 위너는 해외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일 일본 데뷔 앨범을 발매한 위너는 오리콘 앨범 데일리 차트 2위, mu-mo 앨범 리얼타임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현지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또 지난 11일엔 일본 도쿄에서 공연을 열면서 현지 투어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고, 총 5개 도시에서 11회에 걸쳐 콘서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위너가 데뷔와 동시에 이처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대형 기획사의 신인 그룹이란 이점이 작용한데다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였기 때문. 하지만 데뷔 전부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탄탄한 팬층을 미리 확보했던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됐다. 
 
'믹스앤매치'에 출연 중인 아이콘의 멤버들 역시 위너와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 앞서 방송됐던 Mnet ‘쇼미더머니 3’에 출연했던 B.I와 바비의 경우, 두 프로그램에 걸쳐 연속으로 얼굴을 비추게 됐다. 기존 인기 가수들의 입장에서도 이와 같이 연속적으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알릴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다.
 
'믹스앤매치'의 첫 회에선 B.I, 바비, 김진환의 방이 공개됐다. 이날 방송에서 세 사람은 자유분방한 평상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바비와 김진환은 카메라 앞에서 등근육과 복근을 선보였고, 이 장면은 방송 뒤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믹스앤매치'의 홍보 효과를 증명했다.
 
◇데뷔곡 '공허해'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그룹 위너.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직접 곡 쓰고 무대 꾸미는 아티스트 양성
 
기획사의 입장에선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아이돌 그룹의 리더를 결정하지만, 가장 나이가 많은 멤버가 리더를 맡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하지만 아이콘의 경우엔 다르다. 3명의 고정 멤버 중 가장 나이가 어린 B.I가 리더로서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김진환이 1994년생으로 가장 나이가 많고, 바비가 1995년생, B.I가 1996년생이다.
 
가장 나이가 어린 B.I가 리더로 발탁된 것은 뛰어난 작사, 작곡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 'WIN; Who Is Next'를 통해 무대 연출에도 남다른 감각을 보여줬던 B.I는 위너의 데뷔곡인 '공허해'를 작곡했다.
 
가수가 앨범을 발매할 땐 기획사가 중심이 돼 앨범의 콘셉트나 발매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YG는 철저히 아티스트 중심의 앨범 기획 전략을 펴고 있다. 아티스트가 중심이 돼 직접 노래를 만들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노래가 완성됐을 때 앨범을 낸다. 빅뱅의 경우엔 리더 지드래곤이 프로듀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아이콘에선 B.I가 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WIN: Who Is Next'를 통해 데뷔 기회를 손에 쥔 위너의 데뷔가 예상보다 늦춰졌던 것 역시 스스로 만든 곡으로 앨범을 채울 만한 충분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믹스앤매치'는 아이콘의 예비 멤버들이 B.I를 중심으로 직접 곡을 쓰고, 무대를 꾸미는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대중들에게 미리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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