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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인사이드)"총장님, 검사동일체 원칙 정말 살아있습니까?"
2014-09-01 08:08:53 2014-09-01 08:13:38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27일 김진태 검찰총장은 '유병언 변사체'에 대한 검시조치 미흡으로 광주지검 순천지청 소속 검사 2명에 대해 감봉처분을 결정하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청구했습니다.
 
해당 검사는 정 모 검사와 김 모 부장검사로, 이들은 지난 6월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에서 2km 가량 떨어진 매실밭에서 발견된 유씨의 사체를 단순 '행려자'로 보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비위로 감찰을 받았습니다.
 
검찰의 변사사건처리지휘지침상 사인이 불명한 사체에 대해서는 검사가 직접검시를 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직접검시는 검사가 사체 발견 현장이나 병원 등 사체가 있는 곳으로 출동해 사체를 직접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당시 유씨의 사체를 발견한 순천경찰서는 '사인 불명'으로 정 검사에게 보고했습니다. 당연히 검사가 직접 나가서 확인했어야 하는 사안입니다.
 
▶"검사가 직접검시했다면 유씨 확인 가능성 커"
 
감찰본부는 브리핑을 통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검사가 직접 검시를 했다면 유씨의 사체로 의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안일한 정 검사의 행동이 수사에 혼선을 주며 40여일 동안 국력을 낭비하게 했다는 것이지요. 김 부장 역시 같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시계바늘을 지난달 22일로 돌려보겠습니다. 이 날은 전날인 21일 밤 늦게 "유씨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식전 댓바람부터 검찰이 발칵 뒤집힌 날입니다.
 
전날은 또 공교롭게도 검찰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을 모아놓고 "유병언의 꼬리를 잡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검거'에 자신감을 보인 날이기도 합니다. 그 당일 밤에 (나중에 확인 된 것이기는 하지만)유씨가 사체로 '발견'된 것입니다. 때문에 이 "꼬리를 잡고 있다"는 말은 두고두고 검찰 수사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꼬리표'가 되고 있습니다.
 
유씨 사체가 발견된 당일 밤. 검찰 관계자들은 "유씨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솔직한 표현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지요. 실제로 수사라인의 한 검사는 "끝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결과를 기다려봐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아니길 바란다.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바람은 검찰 수뇌부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런데 지난달 22일, 그러니까 유씨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된 다음날 아침 검찰 수뇌부는 발견된 사체가 유씨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자 덜컥 다른 걱정이 생깁니다. 사체가 발견된 것은 6월12일. 유씨로 추정되기까지 40일이 지나는 동안 검찰 중 누구도 이 사실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유씨를 잡는다고 목포로 해남으로 헛발질을 해대며 돌아다닌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나중에 경찰 수사결과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구원파 가운데 유씨 비호세력들이 여러 대의 차량과 인력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유씨를 도피시켰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왜 유씨 사체를 확인하지 않았나
 
문제는 왜 검찰이 유씨의 사체를 알아보지 못했느냐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왜 알려고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지요.
 
발견 당시 이미 반백골이 되어 있는 상태였기는 했습니다만, 스쿠알렌 병이나 유씨의 저서 제목 '꿈속의 사랑'이라는 글자가 박힌 천 주머니가 유류물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사체는 검찰과 경찰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씨를 제대로 덮친 비밀별장에서 불과 10분 떨어진 거리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검사가 갔어야 합니다. 그랬으면 최소한 지금보다 40일은 일찍 상황이 종료되었겠지요.
 
무엇보다 검찰총장은 물론 대통령까지 불에 덴 듯 나서서 유씨를 잡아들이라고 다그치는 가운데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면, 검찰은 한마디로 도대체가 아무런 '령(令)'이 안 서는 한심한 집단이 되는 것입니다.
 
검찰 수뇌부는 이 점이 걱정됐던 겁니다. 실제로 22일 당일 아침 여러 검찰 고위관계자들은 이런 의혹들에 대해 얼버무렸습니다. 그대로 옮겨볼까요?
 
"부검 영장은 하루에도 수 십 건씩 있는 일반 사건이라서 형사부에서 처리되고 부장 전결로 처리되는 간단한 사건들이다."
 
또 이런 말도 합니다.
 
"순천은 9개 시군을 담당하고 있어서 하루에 여러 건. 지역이 넓어서 그런 변사사건은 매일 있을 것이다. 추측이긴하지만…경찰도 루틴한 업무로 지나가고 있다. 유씨에 대한 가능성 의견은 없었다. (경찰도)통상 변사사건에 준하는 의견을 냈다."
 
이런 말도 합니다.
 
"변사체 근처에 흩어져 있는 것만 가지고 보면 일반적인 형사 사건이다. 민생사건 처리하는 것이 검사이고. 검사가 바빠서 신문 볼 시간이 없으니까 (유씨의 소지품 등에 관한)내용을 몰랐을 것이다. 그런 정도 유류품만 가지고 힘들지 않았을까?"
 
그러나 나중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검사 '자기 일처럼'…뜻대로 안돼"
 
"모든 검사나 부장들이 자기 일처럼 관심 가지고 대해주길 기대하는데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애처롭습니다. 더더욱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검찰의 보고 체계와 속도입니다. 이날 대검으로 2장짜리 유씨 사체 발견에 대한 수사지휘 관련 문서가 순천지청으로부터 팩스로 올라왔습니다. 앞의 검찰 수뇌부들의 말은 이 보고서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날 순천경찰서는 언론에 '유병언 추정 사체'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사기록을 언론에 공개합니다.
 
검찰 수뇌부들이 보지 못한, 40면 분량으로 알려진 '유씨 추정 사체' 조사결과 보고서가 비슷한 시간에 순천에서 공개된 것입니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순천지청에서는 경찰기록을 가져다가 일일이 스캔을 떠서 대검으로 올립니다. 이날 오후 검찰 수뇌부의 대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변사체를 발견하고 유씨의 신원을 장기간 확인하지 못한 이유와 이 과정에서 업무처리상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파악하라"고 지시하고 감찰본부 감찰1과장(과장 김훈)을 팀장으로 하는 감찰팀을 이튿날 순천으로 급파했습니다.
 
시계를 한 달여 뒤인 오늘(27일)로 다시 제대로 돌립니다. 순천지청을 감찰한 감찰본부가 감찰결과와 함께 책임이 있는 검사 2명을 감봉 처분키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감찰본부 관계자는 "직접 검시를 하면 서류상 보는 것과 다르다. 서류상에 안 나오는 유루품이나 유족들의 증언이 있기 때문이다. 사망사건에 대해 추가로 단서를 확보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유씨 사체를 장기간 방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유류품을 보면 서류 기록과는 다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감찰위원회는 '일을 못할 정도로 (변사사건)이 과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씨 사체 발견 당일 검찰수뇌부가 한 말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34년 전 변사사건처리지휘지침 아직도 유지
 
이와 함께 감찰본부는 순천지청의 '변사자 사건처리' 2년치를 분석해 시스템상 여러 문제를 발견하고 관련부서에 통보했고 관련부서가 개선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시스템상의 문제는 밝히지 않았지만 시스템의 근거가 되는 변사사건처리지휘지침이 1981년도에 제정된 것이라고 확인해줬습니다. 33년 전의 지침이 현재까지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번 순천지청 사건으로 검찰조직이 유기적으로 통일되게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2004년도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동일체 원칙은 폐지됐습니다. 소신수사냐 하극상이냐를 두고 여러 잡음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해 11월13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은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김 총장은 그 이유에 대해 "어떤 조직이던 상하관계가 없으면 조직이 성립할 수 없다, 그 조직이 대외적으로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특히 검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만큼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변했습니다. 묻겠습니다. 총장님, 정말 검사동일체원칙은 살아있습니까?
 
◇김진태 검찰총장이 지난 5월21일 '전국 검사장 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최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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