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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해적'과 '타짜2'에 유해진이 없었더라면
2014-08-29 17:06:15 2014-08-29 17:32:28
◇유해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 7월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2>)이 개봉하기 전이었다. 배우들과 영화관계자, 취재진이 한 자리에 모여 저녁을 즐기는 미디어데이에 유해진도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 유해진은 수심에 잠긴 표정으로 "이 영화를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까요?"라고 물었다. "유머가 통하면 많이 볼 것 같다. <명량>, <군도>와는 또 색이 다르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라며 지긋이 미소를 짓던 유해진이었다. 영화에서 자신의 비중이 워낙 컸던 탓이었을까, 미소를 지었음에도 얼굴의 근육은 쉽게 풀리지 않았었다.
 
평소의 진중한 모습과 달리 <해적>에서 유해진은 철봉 역으로 관객들이 배꼽을 움켜쥐게 만들었다. 한 게시판에서는 "김남길, 손예진 주연에 유해진 하드캐리(엄청난 활약을 펼쳤다는 의미의 게임 은어)"라고 영화의 한 줄 평을 남길 정도로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600만 관객을 넘어 700만 관객을 바라보는 <해적>이다. 유해진이 아니었다면 이런 결과를 얻기 어려웠을 거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렇게 올 여름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 중 하나가 된 유해진이 또 한 번 극장가 대목을 노린다. 영화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을 통해서다. 8년 전 <타짜> 1편에서 고광렬을 통해 많은 관객들에게 각인된 그가 시간이 흐른만큼 중후한 느낌의 도박판의 고수가 돼 돌아왔다.
 
◇유해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 유해진에게 새롭게 붙은 별명이 하나 있다. 바로 '산소호흡기'다. 영화의 내용이 무거워질만하면 등장해 숨통을 틔운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타짜2>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광렬은 온갖 고난을 겪으며 떠도는 대길(최승현 분)이 우연히 만난다. 그러면서 도박판의 새로운 세상을 전수해준다. 대길과 광렬이 도박판에서 활약하는 대목은 이전 장면보다 톤이 가볍다. 무겁던 영화의 톤이 유해진의 등장으로 한 순간에 밝아진다. 놀라운 체험이다. 
 
8년 전보다 무게감도 생겼다. 입으로 화투를 치는 것은 여전하지만 판을 꿰뚫어보는 시선은 여유가 넘친다. 완벽히 판을 짜놓고 승리를 거둔 그의 뒷모습은 멋있기까지 하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웃음을 자극하는 위트와 능수능란한 언변으로 심리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능구렁이가 된 고광렬. 고광렬이 성장한 만큼 유해진도 성장이 있었던 듯 싶다.
 
1편과 2편의 연결고리가 되는 유해진이기도 하다. 1편에서 짜장면집을 찾은 고광렬이 대길과 우연히 만나는 장면이 2편의 출발선이다. 이후에는 나이를 먹은 대길의 스승으로서 고니(조승우 분)와 아귀(김윤석 분) 등 화투판의 전설을 설명하는 역할도 한다.
 
영화 말미 제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까지, 약 30여분의 짧은 분량에서 유해진은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온전히 드러낸다. <해적>에서와 마찬가지로 유해진은 <타짜2>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소속사에 따르면 유해진은 자신의 작품을 관객들이 더 즐겁게 봐주기를 바라는 배우라고 한다. <타짜2>에서도 그의 역할이 막중하기에, 또 한 번 그는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이 아른거린다. 언제나 관객들에게 다가가길 바라는 배우 유해진. 이번만큼은 자신의 연기를 믿고 얼굴의 근육을 가볍게 풀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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