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모바일과 TV에 이어 IFA를 달굴 또 하나의 격전장이 바로 생활가전이다. 지멘스, 밀레, 보쉬 등이 안방 유럽의 수요를 등에 업고 '명품'으로 자리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로 도전장을 내민다.
생활가전은 통상 혁신보다 제품의 본질을 중시한다. 집약된 기술력은 제품 본연의 기능에 완벽함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빠른 변화로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이 유독 고전하는 이유다. 특히 빌트인 시장은 유럽의 독주가 지속되면서 공략이 불가능한 요새로까지 불린다.
◇시대를 넘는다..'사물인터넷'의 소비자가전 4.0
그럼에도 혁신을 향한 제조사들의 당찬 도전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물론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이 있다. 스마트홈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집 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내 마음대로 통제하는 미래의 가정이 IFA 무대에서 구현된다.
주최 측도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전시회 주제를 스마트 기능을 통해 모든 가전 기기가 연결되고, 이를 통해 제품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소비자가전 4.0' 시대로 잡았다.
지난 4월 열린 'IFA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한스 요아힘 캄프 독일가전통신산업협회 감독이사회 회장은 "올해는 인터넷을 통해 모든 생활가전 및 디지털 기기들이 연결되는 소비자가전 4.0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전 1.0 시대는 전통적인 가전시장, 2.0 시대는 글로벌 제조사들의 등장, 3.0 시대는 생활가전 제품들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진화한 시기를 의미한다. 4.0 시대는 인터넷을 통해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다.
IFA 측은 소비자가전 4.0 시대에 어울리는 행사를 위해 미국 최대 모바일 전시회 'CTIA 수퍼모빌리티쇼'와 이원 생중계를 진행한다. 북미와 유럽, 서로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2개의 전시회를 동시에 연결함으로써 가전과 모바일의 통합을 보여준다.
한층 진화된 스마트홈을 들고 나서는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IFA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미래의 가정에 대한 삼성의 비전'을 발표한다. 스마트홈으로 표현되는 미래 가정의 모습이 IFA 무대에서 구현된다. 중심에는 기술이 있다.
◇삼성 vs. LG, 사물인터넷 업그레이드 경쟁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스마트홈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집 안의 모든 가전제품들과 모바일 기기들을 통합 플랫폼으로 연동시키는 '삼성 스마트홈'을 공식 출시한 데 이어, 이번 IFA에서는 한층 완성도를 높인 역작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을 전시장 중앙에 배치하고,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각종 가전제품이 연결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한다. 이번에 공개되는 삼성 스마트홈 서비스는 ▲세이프티(Safety) 서비스 ▲에너지 모니터링 ▲위치 인식 ▲음성 제어 등의 신기능이 포함됐다. 지난해 IFA에서 공개된 스마트홈보다 규모와 질적 측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 제품 뿐 아니라 도어락, IP카메라, 스마트 플러그 등 다른 제품군까지 서비스 대상 기기를 확대해 사용자 선택의 폭을 더욱 넓혔다. 스마트 플러그란 스마트기기가 아닌 일반 제품까지 스마트하게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가령 외출 중 현관의 도어락이 열리면 등록된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전달하고, IP 카메라를 통해 집안을 살필 수 있는 일종의 무인경비시스템을 제공한다. 또 스마트홈 서비스에 연결된 모든 기기들의 전기 소비량과 예상 비용을 집계해, 보기 쉽게 알려 주는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도 지원한다.
위치인식 기능은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가 집에 가까이 왔음을 자동으로 인지하고 조명과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미리 작동시킨다.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 시리즈와 갤럭시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S보이스를 통해 에어컨, 로봇 청소기, 조명 등을 작동시킬 수도 있다.
스마트홈을 구현키 위한 삼성전자의 행보도 발빠르다. 삼성전자는 이달 미국의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개발 회사인 스마트싱스를 인수하는 등 사물인터넷을 미래 성장을 담보할 전략적인 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이번 IFA에서 메신저를 통해 스마트 가전과 소통하는 '홈챗'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홈챗'은 사용자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가전제품의 원격 제어, 모니터링, 콘텐츠 공유 등을 가능하게 한 서비스다.
사용자가 메신저를 통해 "에어컨 현재 상태를 알려줘"라고 물으면 에어컨이 "현재온도 28도, 희망온도 26도, 바람세기 강으로 운전 중이에요"라고 답변한다. 사용자가 "온도를 27도로 높여줘"라고 지시하면 즉각 온도 조절에 돌입한다.
외부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가전제품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사용자가 메신저를 통해 "휴가를 떠난다"는 메시지를 남기면 냉장고와 로봇청소기가 각각 "파워세이빙 모드로 바꿀까요?", "매일 9시에 청소하면 될까요?"라고 질문한다.
이밖에 가전업계는 NFC를 활용한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프리미엄 제품들을 대거 선보일 전망이다. 전용 애플리케이션 실행 후 제품의 ‘NFC 태그온'에 스마트폰을 대면 2~3초 내에 제품 오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애플리케이션에서 원하는 작동방법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동작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향후 생활 속 사물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사물인터넷'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최대 관심이다. 물론 맞은 편에는 여전히 제품의 본질에 충실한 유럽 명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시내 전자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가전제품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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