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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페퍼톤스 "34년 살면서 겪는 이야기 앨범에 담아"
2014-08-21 14:36:22 2014-08-21 14:40:43
◇2인조 밴드 페퍼톤스의 신재평(왼쪽)과 이장원. (사진제공=안테나뮤직)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1981년생 동갑내기로 구성된 남성 2인조 밴드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하이파이브’(HIGH-FIVE)를 발표했다. 지난 2004년 가요계에 발을 내디뎌 데뷔 10년째를 맞은 페퍼톤스가 거쳐온 세월의 흔적들이 묻어나는 앨범이다. 신재평은 “우리의 초기 작품들이 20대의 기념 사진이라면 이번엔 30대로서의 이야기를 기념 사진처럼 음반으로 남겼다. 40대에도, 영감님이 돼서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멋진 일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페퍼톤스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소속사 안테나 뮤직의 사무실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얘기 하려고 했다"
 
페퍼톤스는 데뷔 당시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런 만큼 사람들의 우울증을 치유할 만한 유쾌하고 발랄한 음악이 페퍼톤스를 대표하는 음악적 색깔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르다. 듣는 이들의 상상과 판타지를 자극했던 페퍼톤스의 음악이 좀 더 현실에 가까워진 느낌을 준다.
 
이에 대해 신재평은 “이번 앨범을 만들 때 우리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어른이 된다는 게 너무 피곤하고 신경쓸 것도 많구나’와 같은 투정 같은 이야기가 노래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해왔던 해맑은 음악과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34년을 살면서 실제 겪는 이야기들”이라며 “물론 그걸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겐 공감을 못 이끌어낼 수도 있다. 엄마의 도시락을 들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학교에 가는 내용을 담은 ‘도시락’이란 수록곡을 자전적으로 썼는데 학교가 급식으로 바뀐 지 오래됐더라.(웃음) 그래도 공감하는 사람들은 알아들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페퍼톤스의 새 앨범은 풍성하게 구성돼 있다. 총 14곡이 실렸고, 타이틀곡도 ‘굿모닝 샌드위치 맨’, ‘캠퍼스 커플’, ‘몰라요’ 등 3곡이다. 뮤직비디오도 11곡을 찍었다.
 
“처음에 기획을 할 땐 이번 앨범을 15개 트랙으로 하자고 했어요. 양적으로 푸짐한 앨범을 만들자고 했죠. 왜냐면 요새 아무도 그렇게 안 하니까요, 다들 미니앨범이나 싱글앨범 위주로 하잖아요. 오히려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해서 음반을 사는 사람들이 더 배부를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신재평)
 
 
◇지속적 음악적 변화.."대명제는 '즐거운 음악'"
 
페퍼톤스는 데뷔 후 꾸준히 음악적 변화를 보여줬다. 예쁘고 밝은 음악을 시작으로 팝적인 요소를 가미하기도 했고, 밴드 사운드가 두드러진 음악을 하기도 했다. 활동 초기엔 객원 보컬을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직접 노래를 부른다는 것 역시 큰 변화다. 이번 앨범에선 옥상달빛과 함께 부른 ‘캠퍼스 커플’을 제외하면 모든 곡을 페퍼톤스가 직접 불렀다.
 
“4집 때 객원 보컬 없이 우리끼리 노래하는 걸 처음 시도하고 나서 공연을 많이 할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엔 공연을 하려면 10명씩 같이 다녀야 했는데 이젠 사람이 많이 줄었죠. 차 한 대에 다 탈 수 있거든요.(웃음) 지금은 우리 음악 인생에 있어서 우리끼리 하는 그런 시기인 것 같아요.”(이장원)
 
신재평은 페퍼톤스의 지속적인 음악적 변화에 대해 “그러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대명제는 안 바꾸려고 한다. 그 대명제는 사람들이 들었을 때 씩 웃게 되는 즐거운 음악, 기분 좋은 음악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대명제 안에서 음악적 변화를 시도하려고 한다. 그래야 고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엔 기계로 노래의 음정을 맞춰주는 오토튠도 안 썼어요. 다 내려놓은 거죠. 노래는 해도 안 늘어요.(웃음) 우리가 노래를 잘하는 팀이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알잖아요. 음반 콘셉트도 자연스러운 거니까 오픈을 하자고 했어요. 그리고 연주도 기계로 정박으로 맞추는 작업을 일부러 안 했어요. 대신에 그만큼 노래와 연주 녹음에 시간을 더 써서 기계로 만지지 않아도 될 수준으로 했죠.”(신재평)
 
 
◇"다음 앨범 낼 수 있을까" 고민도
 
10년전, 20대 중반이었던 두 사람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오랜 기간 동안 한 가지 일을 하면서 초심을 유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 10년전에 페퍼톤스가 음악을 대했던 태도와 지금의 태도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처음엔 좋다고 무작정 달려들었죠. 앨범이 나온 것 자체가 좋았어요. 그런데 이젠 앨범이 나오고 나서 이것저것 따지게 되더라고요. 머리가 굵어졌죠. 10년을 했는데 15년은 할 수 있을까, 20년은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걱정이 되는 것도 있어요. 다음 앨범을 또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들기도 하죠.”(이장원)
 
신재평은 “30대가 된 후부터 음반을 낼 때마다 우리끼리 이 음반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처럼 있는 듯 없는 듯 10년을 버틴 팀은 없을 것이다. 엄청난 히트곡이 없어도 은근과 끈기로 버텼다”며 “다사다난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비교적 무난하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앞으로도 은근과 끈기로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우리가 방송에 직접 출연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예능의 배경 음악으로 우리도 놀랄 정도로 우리 음악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사실 사람들이 배경 음악에 별로 귀를 기울이진 않는데 아는 분들은 페퍼톤스의 노래라는 걸 알죠. 우린 그 정도의 팀으로 계속 온 것 같아요.”(신재평)
 
“우리 음악이 배경 음악으로 좋긴 좋나보다 생각도 들고, 감사하죠. 그런데 반주 부분만 나오더라고요. 노래가 나오려고 하면 딱 끝나던데요?(웃음)”(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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