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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박용만호 1년..성과와 과제
2014-08-21 13:33:11 2014-08-21 13:43:22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1년간 지구 10바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68회의 비행.
 
지난 1년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기록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사진)이 2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특유의 소통 방식으로 정치권과 재계, 민심을 잇는 충실한 가교 역할을 했다는 평가와 함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딱딱한 상의를 유연한 조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때로는 짓궂은 장난꾸러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 수장으로서 일궈낸 성과도 많았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자 마자 조직을 슬림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면서도 재계의 선배 인사들을 꼼꼼히 챙기는 후배 역할도 자처했다. 위엄은 사라졌다.
 
상의는 지난해 12월 기존 6본부 1원 2단 1실 49팀 체제를 5본부 1원 1단 2실 42팀 체제로 대폭 축소했다. 핵심은 업무 효율성 강화와 경제단체로서의 대변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특히 2개의 조사본부를 통합하고 경제연구실을 신설한 점은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재계의 주요 화두인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를 아우르는 정치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데 착안한 것이다. 특히 박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으로서 강조해왔던 특유의 소통 철학과 맞물리면서 강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올 2월에는 대한상의 회장 직속의 40인 정책자문단을 출범시켰다. 다른 경제단체와 달리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회원사를 보유한 상의가 이들의 이해를 좀 더 효율적으로 대변하기 위해서는 범기업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상의는 정책자문단을 통해 조사·연구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기존 규제 강화는 투자 및 고용 위축, 한 발 더 나아가 내수 침체를 낳는다는 획일적 사고를 버리고 여론의 공감을 사는 데 애썼다.
 
박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찬성, 정부의 고환율 정책 비판 등 전대 상의 회장들과 차별화된 입장으로 나타났다. 무작정 기업의 입장만을 대변하기 보다 합리적 판단과 근거를 찾아 여론과 연대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상의의 행보에 부합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박 회장은 국제 비즈니스 활동에서도 숨가쁜 1년을 보냈다. 지난해 5월과 6월 연이은 미국과 중국 경제사절단에는 두산그룹 회장으로, 상의 회장으로 취임한 8월 이후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프랑스, 영국, 벨기에 방문 경제사절단을 이끌었다. 올 들어서는 1월 인도를 시작으로 3월 독일, 6월 우즈베키스탄 경제사절단 방문을 주도하는 등 경제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상의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계속됐다. 취임 직후 전국에 산재한 지방 상의를 돌며 현장 목소리를 경청한 데 이어, 임직원 200여명과 함께 상의에서는 처음으로 특별한 주제와 형식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타운홀미팅도 개최했다. 그동안 재계를 대표해 외부와의 소통에 전념했던 상의 행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외에도 생일을 맞은 직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고 스마트 기기를 선물하는 한편, 임직원 결혼식에 참석하는 등 내부 챙기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조직은 기존의 일관된 관념을 벗고 새로운 조직으로 재탄생했다. 상의를 비롯해 재계에서는 파격행보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박 회장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우선 재계의 바람인 규제 완화를 비롯해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 대·중소기업 간 상생, 몇몇 소수 대기업에 편중된 국가경제의 왜곡 완화,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염원, 반기업 정서 탈피, 기업가 정신 고취, 투자 및 고용 확대를 부추기는 정부의 전방위 압박 등 숙제가 겹겹히 쌓여 있다.
 
특히 최근 통상임금 문제를 놓고 노사 갈등이 심화되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된 경기 회복이 극도로 지연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엔저를 무기로 부활하고 있는 일본과, 기술력을 높이며 한국을 추월하려는 중국 사이에서 활로를 찾는 일 또한 시급하다.
 
이와 함께 새로 들어선 최경환 경제팀과 보조를 맞춰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도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지난 1년간의 성과에도 박 회장의 행보에 재계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한편 지난 20일 오후부터 여름 휴가에 들어간 박 회장은 2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캠페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동참했다. 박 회장의 장남인 서원씨가 올린 페이스북 영상에서 박 회장은 "가까운 분도 루게릭병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계십니다"라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소탈한 모습으로 권위를 벗어던진, 대신 진솔함을 통해 자발적 권위를 끌어 올리려는 박 회장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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