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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열전)②쿠쿠전자 vs. 리홈쿠첸
2014-08-11 16:02:45 2014-08-11 16:14:59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쿠쿠전자와 리홈쿠첸. 국내 밥솥시장을 주도하는 양강이다. 제품을 섞어놓으면 어디 제품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양사의 밥솥은 서로 닮아있다. 사명까지도 비슷해 형제기업처럼 비친다. 닮은 듯, 그러면서도 또 다른 양사다.
 
대기업이 밥솥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쿠쿠전자는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리홈쿠첸은 아직 쿠쿠전자의 아성이 버거워 보인다. 만년 2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쿠쿠전자는 65%, 리홈쿠첸은 35% 가량을 점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 규모는 연간 300만대 규모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5000~6000억원 정도다.
 
◇대기업과 관계 맺으며 성장..2세 경영도 '비슷'
 
◇(사진 왼쪽부터)이번에 리홈쿠첸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대희 리홈쿠첸 대표, 2006년 대표이사에 오른 구본학 대표 (사진=리홈쿠첸·쿠쿠전자)
 
양사는 밥솥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IH 압력밥솥과 전기보온밥솥 등을 기본으로 가습기와 에어워셔, IH레인지 등 생활가전으로 사업군을 넓혀가고 있다. 양사는 밥솥에 와이파이, LCD 등의 첨단 IT기능을 접목해 제품을 프리미엄급으로 끌어올렸다. 조리 기능도 한층 다양해졌다. 가격도 100만원을 호가한다. 만만하게 볼 밥솥이 아니다.
 
대기업과의 관계를 통해 사세를 키워왔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쿠쿠전자는 설립 이후부터 주문자생산(OEM) 방식으로 밥솥을 대기업에 납품하다가, 지난 1998년 그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자체 브랜드 '쿠쿠(CUKCOO)' 밥솥을 내놨다. 쿠쿠 신화의 시작이었다.
 
리홈쿠첸은 2004년 LG전자의 밥솥 폭발 사건 이후 LG전자 밥솥 사업부를, 2009년 웅진쿠첸의 생활가전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지금의 체제를 완성됐다. 인수 과정에서 특허권까지 거머쥐게 됐다. 리홈쿠첸이 밥솥 원조인 쿠쿠전자보다 앞선다고 자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창업주에 이어 2세가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는 점도 양사의 라이벌 구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쿠쿠전자는 지난 2006년 구자신 회장의 장남인 구본학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넘겨받았다. 이후 꾸준한 성장세와 함께 정수기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달에는 학수고대하던 코스피 상장까지 마무리 지었다. 구본학 사장은 회사 지분 33.1%를 보유하고 있다. 일약 주식 부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리홈쿠첸은 최근에서야 2세 경영이 전면에 섰다. 취임부터 소비자 중심 경영을 내세우는 등 출발은 산뜻하다는 평가다. 이동건 리홈쿠첸 회장의 장남인 이대희 대표는 올 초 리홈쿠첸 총괄 사장 자리에 올랐고, 지난 7월 리빙사업부를 이끌던 강태융 대표가 물러나면서 전 사업부를 장악했다. 취임 직후 고객지원센터를 본사 직속으로 개편하는 등 소비자 중심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는 리홈쿠첸의 18.3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급격하게 몸집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면에서 아직은 쿠쿠전자가 크게 앞선다. 쿠쿠전자는 지난 2012년과 2013년 각각 4490억원(개별3063억원)과 4995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21억원(개별 330억원)과 651억원을 기록했다. 리홈쿠첸은 지난 2012년 3290억원의 매출액과 1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3년 매출액은 3721억원, 영업이익은 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사업 방향·對중국 전략에서 확연한 '차이'
 
◇쿠쿠전자의 얼음정수기
국내 밥솥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양사는 교체 수요와 1~2인 가구 급증으로 당분간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체기를 대비해 차후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밥솥을 주무기로 내세우는 양사지만, 신성장 동력은 각각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쿠쿠전자는 렌탈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생활가전 렌탈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지난 2010년부터 정수기 사업을 시작, '얼음정수기' 등이 히트치면서 53만 계정(누적)을 달성했다. 업계 2위권을 넘보는 가공할 만한 성장세다. 정수기 돌풍을 바탕으로 생활가전 시장에서도 정상권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다. 동양매직 인수전에 뛰어든 점도 렌탈 사업을 키워보겠다는 쿠쿠전자의 의지로 읽힌다. 
 
리홈쿠첸은 밥솥의 핵심기술인 IH(Induction Heating)기술을 이용하는 제품으로 사업군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IH방식과 하이라이트 방식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레인지를 내놨다. 초기만 해도 IH레인지가 다양한 용기를 사용하는 한국 요리문화와 맞지 않은 까닭에 시장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가격도 100만원을 훌쩍 넘겨 부담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비슷한 제품들이 출시될 정도로 리홈쿠첸의 진단은 맞아 떨어졌다. 성장성이 확인된 만큼 주도권을 살려 올 가을에는 ALL-IH레인지로 다시 시장을 선도해 가겠다는 계획이다. 또 빌트인 등에도 관심을 쏟는 등 당장의 실적보다 시장 지배력 강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과 전략에서도 다소 차이점이 발견된다. 쿠쿠전자는 보급형의 대중시장과 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다잡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내놓고 있다. 반면 리홈쿠첸은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쿠쿠전자는 중국 현지 공장에서 대중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전기압력밥솥을 생산, 공급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생산된 고가의 IH밥솥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반면 리홈쿠첸은 대중시장보다는 'made in korea' 강점을 내세워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브랜드력을 높이고, 이를 발판으로 보급형의 중저가 시장에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프리미엄 전략이 맞아 떨어질 경우 파급효과는 중저가로 확대되기 마련이다.
 
◇모험 안하는 1위? 모험하는 2위?
 
◇(왼쪽부터) 쿠쿠전자의 IH압력밥솥 CRP-DHR0610FS, 리홈쿠첸의 IH압력밥솥CJH-PC1006iCT
 
쿠쿠전자는 리스크를 안는 무리한 도전에는 인색하다.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1위만의 자신감은 보수적 전략으로 이어졌다. 정수기를 시작으로 한 생활가전 렌탈, 오는 하반기에 출시되는 IH렌지만 보더라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보다는 성장성이 검증된 곳에 진입하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렌탈 사업에서의 초기 성공은 쿠쿠전자의 위력을 보여준다. 절대강자 코웨이가 독주하고 있는 렌탈 시장에서 기존 경쟁사들을 제치고 단숨에 2위 그룹에 진입했다. 우려도 있다. 기존 주자들의 업력에 따른 기술력이 만만치 않을 뿐더러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초기 안착은 분명 성공적이나, 이것이 향후 결과마저 담보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또 있다. 외부와의 소통 부재다. B2C 기업임에도 IR과 마케팅, 홍보 등 외부와의 채널을 대행사를 통해 꾸려가고 있다. 제조업 마인드로, 일종의 고집과도 같다. 특히 최근 코스피에 상장되며 외부와의 소통 문제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 상황에서, 내부사정에 정통하지 못한 외부 인력만으로 투자자와 증권업계, 언론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갈지는 과제다.  
 
◇리홈쿠첸의 하이브리드 레인지
리홈쿠첸의 과제는 명확하다. 1등 쿠쿠전자의 아성을 넘어서야 한다. 자칫 만년 2등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는 조직 전체에게도 치명적이다. 리홈쿠첸은 쿠쿠전자보다 디자인 면에서 앞선다고 자신한다. 곡선 위주의 쿠쿠전자보다 상대적으로 디테일에 강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참신한 디자인과 시의적절한 마케팅 전략은 필수적이다. 전문가들 또한 리홈쿠첸만의 이미지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새롭게 시작한 IH레인지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것도 리홈쿠첸이 직면한 과제다. 시장성을 가늠하고 있는 업체가 이미 상당수에 이르면서 우선순위를 점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커지고 있다. 유럽의 가전 명가들 사례를 눈여겨 보는 이유다.
 
◇2세경영,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CEO 경영능력 직접 비교는 양사 모두에게 부담이다. 일단 구본학 쿠쿠전자 사장의 경영능력은 지난 8년여간 검증됐다고 보는 게 보편적이다. 그가 경영을 맡으면서 매출액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정수기 시장 진입도 무난하게 이뤄졌다. 절대과제였던 상장을 마무리한 만큼 향후 쿠쿠전자의 성장 동력을 어디에서 찾느냐가 과제다.
 
리홈쿠첸의 이대희 대표는 지난 2010년 리빙사업부 대표직에서 물러나 러시아와 중국 등 해외 판로 개척에 힘썼다. 러시아의 메이저 전자업체와 제휴, 중국의 면세점을 비롯한 주요 유통망 입점 등 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그에 대한 평가도 높아졌다.  
 
올 초 본사로 컴백하면서 그가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AS 체계를 정비하고, 고객들의 불만을 직접 접수해 만족도를 높이는 일이었다.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성장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고객 만족과 직접 맞닿아 있다. 지난해 웅진쿠첸 시절 판매됐던 제품의 결함이 발견되자 무상수리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홈쿠첸에게 IH 레인지의 성공 여부는 쿠쿠전자와의 경쟁만큼이나 중요하다. 특히 그 성과는 이대희 대표의 공(功)이자 과(過)가 될 수 있다. 리홈쿠첸을 따라 속속 관련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그는 빌트인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재정에는 분명 부담이지만 시장 선점시 원조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을 잡을 경우 강남 프리미엄 효과도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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