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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위태로운 왕좌'..중화권 저가공습에 '비상'
스마트폰·노트북PC·디스플레이 등 곳곳에서 중국산 추월
2014-08-06 17:34:11 2014-08-06 17:38:37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갤럭시 신화'와 함께 개화한 삼성전자(005930) 전성기가 2014년을 기점으로 저무는 모습이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노트북 PC 등 주요 세트 및 부품사업 영역에서 줄줄이 중국, 대만 등의 신흥기업들에게 뼈아픈 일격을 당하며 위태로운 형국에 처했다.
 
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는 노트북 PC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크롬북 시장에서 대만의 에이서(Acer)에게 시장점유율 1위를 내줬다. 2013년 이후 줄곧 1위를 차지해 온 터라 충격은 크다. 스마트폰, LCD 디스플레이 시장에 이어 노트북 시장에서도 신진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삼성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것. 
 
PC업계의 안드로이드격인 크롬 운영체제(OS)로 구동되는 크롬북은 탄생한 지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파죽지세로 매출을 늘려가며 현재 PC OS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부문에서 제왕처럼 군림해온 삼성전자는 크롬북 시장에서도 줄곧 압도적인 지위를 자랑해 왔다.
 
하지만 대만의 에이서가 아시아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공공시장을 중심으로 저가공세에 나서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5일 기준으로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에이서의 11.6인치 2GB 크롬북은 179달러, 한화로 18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가격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아마존 전체 노트북 판매 제품 중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판매고를 나타내고 있다.
 
◇에이서가 아마존에서 판매중인 18만대의 중저가형 크롬북 C720.(사진=아마존)
 
에이서의 제품과 비슷한 사양의 모델을 놓고 비교해보면 HP의 크롬북은 306달러, 삼성전자의 크롬북은 229달러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사실상 가격경쟁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에이서의 크롬북 시리즈의 경우 삼성보다 낮은 가격 대비 비교적 안정적인 성능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크롬 기반 컴퓨터는 총 290만대가 출하됐다. 이는 윈도 PC(2억8000만대)와 맥 PC(1250만대)와 비교해 미미한 수치지만, 크롬북의 판매 추이를 볼 때 순식간에 2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분석이다. 가트너는 아무리 늦어도 2016년까지 크롬북이 애플의 맥북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위기는 크롬북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시장에서도 시장 지위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는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고, 인도에서는 마이크로맥스가 16.5%의 시장점유율로 삼성전자(14.4%)와 노키아(10.9%)를 따돌렸다. 특히 이들 국가가 스마트폰의 수요를 뒷받침하는 노른 자위여서 아픔은 더 크다.
 
TV, 모니터, 노트북PC 등에 쓰이는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시장 장악력이 예전만 못하다. 디스플레이서치가 최근 공개한 세계 9.1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 출하량 자료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분기 18.7% 점유율을 기록하며 3위로 밀려났다. 1990년대 LCD 사업에 뛰어든 이후 삼성이 대만 업체에 추월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TV 등 주요 세트사업이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구가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중국, 인도를 제외한 북미, 유럽, 일본 등 선진 시장에서는 중국, 인도 등 신흥 기업들이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 2분기 북미 시장 휴대폰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는 중국 ZTE가 6.1%를 기록하며 4위 자리에 올랐을 뿐, 모든 중국 업체가 10위권 내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샤오미와 레노버,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대부분 자국 내수 시장 판매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만 업체인 HTC는 3%의 점유율로 7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중국, 인도에서의 휴대폰 시장점유율 조사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내부적으로는 현재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삼성전자의 제품이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다”며 “신흥 시장에서의 성과 역시 한 분기 점유율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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