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금융당국이 올 들어 굵직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당국은 자본시장 육성 의지를 담았다며 강조하고 있고, 그동안 시장을 옥죄어 온 금융규제들도 과감히 풀어주겠다고 공언한다. 업황침체와 수익성 악화로 생존 기로에 선 금융투자업계의 기대감이 컸을 터. 그런데 업계 반응이 영 시원찮다. 자본시장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조된 정책에 공감할 수 없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뉴스토마토는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사각지대에 놓인 금융투자업계의 목소리를 담아 바람직한 정책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
자본시장에 불황의 그늘이 짙다. 긴 불황에 여의도를 떠난 증권맨이 올 상반기에만 2000명을 넘는다. 업황 악화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던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런 침체가 계속되면 자본시장의 근간이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금융당국의 '신의 한 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자본시장 개혁 첫발.."보다 과감한 규제완화 아쉽다"
"뚜렷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내용들이 대부분인데 피부에 와 닿을 리 있겠나. 당장의 시장심리 호전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대형증권사 관계자)
"실무에 대한 당국의 고민이 있었다는 측면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큰 틀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중소형증권사 관계자)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생존 문제가 걸린 상황에서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 청취가 우선됐어야 했다."(자산운용사 관계자)
1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올 들어 쏟아낸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 등 일련의 정책 발표에 대해 실효성을 놓고 의문을 제기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지적과 함께 자본시장 개혁의 첫발인 만큼 보다 과감한 결단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최근 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금융규제 개혁방안 역시 구체적인 해결책은 빠지고 명분만 내세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려 700가지가 넘는 금융규제를 없애겠다면서 정작 위축된 금융투자업계에는 단비가 돼 줄 방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어려운 증권사에 직접적인 수혜를 줄 수 있는 장내·외 파생상품 활성화와 투자자예탁금의 예금 보험료 제외, 대체거래소(ATS) 시장점유율 규제 완화 등은 빠졌다"며 "보다 현실적이고 실익있는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고 말했다.
실익이 적은 중소형 증권사에 비해 대형 증권사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대형사 위주로 실질적인 투자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위험액 기준과 인수금융 한도가 높아져 충분한 자금력으로 자체 상품 개발능력을 펼칠 수 있게 됐다"며 "시장 전반의 의견이 감안됐을 것으로 평가한다. 한쪽이 아쉬울 수 있지만 전체가 행복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역시 "장내 파생시장 규제가 여전하다는 점은 섭섭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이나 보험 등 다른 금융업종에 비해 상대적인 소외감과 박탈감을 호소하는 불만도 있다. 신탁판매 허용 등으로 은행업종의 사업영역은 확대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금융시장 내에서 불리한 입장인 금융투자업계는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보다는 갈수록 영역을 뺏기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운용업계 기대 'UP'?.."뒤에서 팔 비틀지 말아야"
물론 시장의 기대가 없지는 않다. 이번 규제완화를 놓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업계 등은 저마다 다른 셈법으로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업계의 경우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철폐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산운용업 인가규제 완화로 앞으로 금융투자회사의 시장 진출입이 보다 원활해지고 탄력적인 경영전략과 특화전략 수립이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융규제 개혁방안>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 사모펀드 제도 개편에 이어 이번에 펀드간 자전거래 요건은 합리적으로 개선됐고 헤지펀드 모범규준이 폐지됐다. 성과보수 지급 기준과 운용사 최소출자비용 기준이 완화된 점도 자산운용업 애로사항이 개선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불리를 따지자면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가 도입되고 신용공여한도가 늘어난 증권업계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그마저도 효과는 대형 증권사에 한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는 금융당국이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정부가 업황개선을 얘기하며 규제완화를 꺼내는 동시에 다른 쪽에서 업계의 팔을 비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7개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자산운용업계가 고객이익보다 사적이익을 도모하는 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선량한 관리자 의무감을 갖고 운용하는 운용업권 전체를 싸잡아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과도하게 몰아간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규제완화도 좋지만 그렇게 해주겠다고 하고 뒤에서 압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계속
(사진제공=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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