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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상륙 초읽기)①대형가구업체, 차별화로 맞대응
2014-07-30 10:00:12 2014-07-30 10:04:38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의 국내 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가구업체들은 각자의 생존전략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국내 대형 가구업체들은 프리미엄 정책에 따른 경쟁력 차별화 등 나름의 대응책을 통해 태풍권의 안전지대로 피항했다. 반면 이케아의 진출로 직격탄을 맞게 된 인근지역 중소 가구업체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중소 가구업체들은 이미 오랜 불황에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케아가 대형화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인근 지역에 초대형 매장을 오픈할 경우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을 길이 없다. 그 실상을 쫓았다. (편집자)
 
이케아는 올 연말 광명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국내 1호점을 오픈한다. 광명점을 시작으로 경기도 고양시 인근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에 거점을 마련해 2020년까지 전국에 모두 5개의 초대형 매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케아 왕국의 도래다.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세계 42개국에 군림하는 글로벌 가구기업 이케아는 직원만 15만 4000명에, 연간 매장 방문객은 7억600만명에 달한다. 지난 2012년 기준 총 매출액은 42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케아는 우리나라 가정까지 일일이 방문해 주거양식, 소비행태 등 시장을 철저히 조사하며 국내 진출을 벼렸다. 오랜 준비기간이 소요된 만큼 진출 초기의 오류는 최소화될 전망이다. 이케아는 본사가 있는 스웨덴에 1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 인구는 970만명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서울 인구만 1000만명이다. 이케아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국내 가구업계 지각변동 초읽기..대형가구업체 대응 '총력전'
 
이케아의 상륙으로 국내 가구업체의 매출이 30% 이상 타격을 받을 것으로 가구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케아의 진출 하나만으로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진다는 설명.
 
국내 가구 업계는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데다 마케팅 역량도 부족하며, 전문인력 양성시스템은 전무한 실정이다. 신제품 개발, 디자인 등 연구개발(R&D) 투자도 상당히 저조하다. 정면대결을 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가구업계는 마케팅 강화, 채널 확보, 서비스 경쟁력 제고 등 시장 수성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케아의 단순한 유통구조에 맞서기 위해 유통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림과 동시에 타깃층을 달리 하겠다는 계산이다.
 
가구업계 1위 한샘(009240)의 가정용 가구 매출 비중은 77%로,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7300억원이다. 빌트인, 주방가구 등 판매 수입은 23%이며, 수출액은 총매출의 0.76%에 불과하다. 내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한샘은 7년만에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 방송광고를 시작하는 한편 온라인 정찰제로 가격을 대폭 인하하고, 오프라인 매장 파격 할인전을 실시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전환했다. 모두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몸부림이다.
 
한샘은 올해 부산 센텀과 서울 목동에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한샘 목동 플래그십스토어는 연면적 5680㎡, 전시면적 4210㎡에 지하 2층~지상 6층으로 구성됐다. 이는 강서권 최대 규모다.
 
매장 역시 생활용품관, 신혼 모델하우스, 침실관, 거실.식당관, 수입가구관, 맞춤패브릭관, 서재.자녀방, 키즈존 등으로 고객이 원하는 공간을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쇼핑과 함께 여유롭게 차 한잔과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운영한다. 한샘은 이후 서울 강북지역, 전국 광역시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플래그십스토어를 20개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샘은 국내 대형포털처럼 한샘의 디자인에 대한 내용을 검색할 수 있는 포털도 9월말 개설할 예정이다.
 
<한샘 목동 플래그십 스토어>
 
현대리바트(079430)도 백화점 입점 수를 대폭 늘리는 한편 대형매장 ‘리바트 스타일샵’을 오픈하며 이케아 공습에 대비하고 있다. '리바트 스타일샵’ 은 이케아와는 달리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위치한다.
 
지난달에는 중곡가구거리에 대형매장을 열었다. 리바트가 중곡 가구거리에 개점한 1200㎡ 규모 대형매장은 브랜드 가구사 중 강북지역 최대 규모다. 1층에서는 조명·액자·주방용품·테이블웨어 등 생활용품을 판매하며, 2층에는 프리미엄부터 실속형까지 다양한 가격대별 주방가구를 배치해 토털 인테리어숍의 면모를 강조했다.
 
까사미아 역시 지난달 부산 센텀시티에 대형 직매장을 열었다. 1000㎡ 면적에 2개층 규모로 꾸며진 이 매장은 까사미아의 부산지역 대리점 가운데 가장 크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가구기업들이 브랜드 파워나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할 경우 기존 업체들은 두 눈 뜨고 점유율 하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 업체들은 이에 맞서기 위한 여러가지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케아 후폭풍 온라인 시장까지
 
이케아 상륙에 따른 후폭풍은 온라인 가구시장으로까지 번질 태세다. 이케아가 온라인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업체들은 2조원에 육박하는 온라인 시장 수성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이케아는 고객의 체험을 중시하는 마케팅 전략상 우선 오프라인 매장에 주력한 후 1~2년 간격을 두고 온라인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복안이다.
 
이케아 관계자는 "한국에서 온라인 시장의 파급력을 잘 알고 있어 온·오프라인 시장을 모두 공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한국은 인터넷 문화가 발달돼 전 세계 온라인 시장을 강화하는 테스트 마켓으로서의 가치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온라인 가구시장은 지난 2009년 6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 규모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7조원 전체 가구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도 20% 수준으로 커졌다.
 
가구업체들은 한샘몰, 이즈마인 등 자사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 H몰 등의 종합쇼핑몰을 통해 온라인 전용 가구브랜드를 출시하고 빠른 속도로 매출을 키워왔다.
 
한샘은 온라인 판매가격 정찰제로 제품 가격을 내렸다. 온라인 정찰제를 통해 한샘몰과 타사 온라인 몰에서 판매되는 한샘 제품 가격을 이전보다 더 할인된 가격으로 통일시켰다. 이에 힘입어 2008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한샘의 온라인부문 매출은 지난해 950억원까지 급증했다. 올해는 2000억원 수준으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현대리바트와 까사미아 등도 온라인 전용브랜드를 출시하고 가격 경쟁력과 디자인을 무기로 젊은층 수요잡기에 나섰다.
 
현대리바트는 지난 2005년 온라인 전용브랜드인 이즈마인을 출시한 후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즈마인은 기존 제품보다 가격대를 30~50% 낮춰 20~30대 젊은 고객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2009년 75억원 수준이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450억원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까사미아는 실속형 가구 브랜드 데일리까사미아를 신세계몰에 입점시키면서 온라인 유통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데일리까사미아는 까사미아가 이케아의 국내 진출에 대응해 지난해 2월 론칭한 전략브랜드다. 20~40% 저렴한 합리적 가격대가 특징인 데일리까사미아의 제품군은 DIY형 가구와 소형가구, 수납제품을 포함해 1500여개에 이른다. 데일리까사미아는 전년 대비 51%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출시 이후 매출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까사미아 압구정 매장 내부>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이케아가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것"이라며 "온라인 시장 특성상 가격 경쟁력이 매출과 가장 큰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가격을 더 낮추거나 이케아와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온라인 시장에 대응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국내 가구업계는 고급화로 승부
 
국내 가구업계는 이케아에 맞설 핵심 경쟁력으로 '고급'이라는 이미지와 서비스 품질을 들고 나왔다.
 
한샘은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를 서울 목동에 열었다. 광명 이케아 1호점과 13킬로미터, 10여분 거리에서 서울 서부권 시장 잡기에 나선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이케아에 맞서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다. 한샘은 시 외곽에 창고형 매장을 내는 이케아와 달리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대형매장을 오픈해 접근성을 높였다. 여기에 독자적인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 이케아와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샘 목동 플래그십 매장 내부>
 
이케아와 국내 주요 가구업체는 주요 고객층에서 차이가 있다. 한샘의 경우 신혼부부 중심의 가구 패키지 구매나 30~40대 고급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층이 두텁다. 이에 반해 이케아는 주로 싱글족이나 단품 및 저가 생활용품 구매 고객이 주를 이룬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올해 이케아 상륙으로 가구, 건자재 업계가 긴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대비해 수년 전부터 이케아와 정반대인 '고급화' 전략으로 B2C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며 "건설경기 침체로 B2B 부문을 줄이고 B2C 사업을 강화함으로써 지난해 대부분의 기업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현대리바트도 도심 속 대형매장에 고급 가구를 들여 놓음으로써 이케아에 맞불을 놨다.
 
현대리바트는 서울 중곡동 가구거리에 강북 지역 최대 규모(영업면적 1200㎡)의 대리점을 열었고, 도곡동에는 1000㎡ 규모의 주방가구 전시장 '리바트 하우징'을 선보였다. 주방가구 매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향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면적 1000㎡ 이상의 직영 매장 10여곳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리바트는 모기업인 현대백화점의 백화점 영업망을 통해 고급 이미지 부각에 주력하고 있다. 리바트 관계자는 "이케아가 단순한 디자인의 중저가 가구로 젊은 층에 인기가 높지만, 리바트는 가구와 생활소품 등에서 고급화 전략을 추구해 이케아의 고객층과 겹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몬스 역시 명품 전략을 내세웠다.
 
에몬스 관계자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혼수, 입주, 이사와 같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구 구매를 결정한다"며 "일회용, 조립식 가구가 아닌 자랑하고 싶은 명품 가구로 공간을 채우고 싶어 하는 국내 소비층의 수요를 적극 반영, 소유하고 싶은 명품 가구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디자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엄격한 품질 관리는 물론, 온·오프라인을 포괄하는 마케팅 강화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하반기 국내 가구 업계의 트렌드 전반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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