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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의 가요별점)‘섹시의 덫’에 갇힌 현아가 위험하다
2014-07-28 16:11:34 2014-07-28 16:16:11
◇신곡 '빨개요'를 발표한 포미닛의 현아.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많은 남성팬들이 기다리던 ‘섹시퀸’ 현아의 새 앨범이 나왔습니다. 28일 발표된 현아의 솔로 앨범엔 인트로를 포함해 총 5곡이 실렸습니다.
 
‘빨개요’. 타이틀곡 제목부터 강렬하죠? 이번엔 현아가 또 얼마나 섹시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했던 팬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현아는 이번 앨범에서 자기 자신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빨개요’란 타이틀곡의 제목도 자신을 상징하는 색깔인 빨간 색에서 따온 것인데요. 현아 스스로를 일종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현아에 앞서서 이와 같은 시도를 했던 여성 솔로 가수가 또 있었죠. ‘원조 섹시퀸’이라 불리는 이효리인데요. 이효리는 6년 전인 2008년 ‘It's Hyorish'라는 제목의 앨범을 내놨습니다. 이효리는 ’효리다운‘이라는 뜻이 담긴 이 앨범을 통해 다른 여성 솔로 가수들은 따라할수 없는 이효리만의 느낌이 묻어나는 음악들을 선보였습니다. 이효리는 문화 아이콘이라고 불렸고, 파급력도 엄청났죠.
 
현아는 데뷔 이후 제2의 이효리라는 말을 듣곤 했었는데요. 현 가요계를 대표하는 섹시 여가수라는 점에서 그런 타이틀이 따라붙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아가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이 제2의 이효리로서 손색이 없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는지 한번 볼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쉽지만 이번엔 그러질 못한 것 같습니다.
 
 
'빨개요'의 가사부터 살펴보죠.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나는 빨개요. 깨물어 주고 싶은 애교가 예술이에요. 밤마다 내가 생각나 Like 매콤한 라면. 먼저 들어와 봐 내가 좋다면"
 
"현아's back uh 웬만한 애들 보다 잘 빠진 몸매는 내겐 Full option 몸 좀 풀고 달려 보려니까 빨간 거 그게 나니까. 이제 무대 위로 올라가 볼까"
 
'빨개요'의 소재는 현아입니다. 그리고 주제는 "현아는 섹시해"입니다. 물론 '빨개요'를 부르는 현아는 섹시하고 예쁩니다. 또래의 여가수들이 따라갈 수 없는 섹시한 매력이 있다는 점도 충분히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So What?"(그래서?)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이효리도 현아와 마찬가지로 무대 위에서 항상 당당하고 섹시했습니다. 하지만 이효리는 "나만 섹시해", "내가 최고야"라고 소리치기보다는 "여성들이여 당당해져라", "당신들도 섹시해질 수 있다"는 식으로 목소리를 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효리는 남성팬들 못지 않게 여성팬들에게도 사랑을 받는 워너비 스타가 될 수 있었죠. 그러나 자신의 노래에서 "나는 섹시해"를 반복하는 현아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보긴 힘듭니다.
 
5번 트랙에 실린 ‘블랙리스트'(Blacklist)에서도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나는데요. 현아가 직접 작사에 참여한 가사를 보죠.
 
"별다른 Idea 없으면 내 사진이나 봐 네 방 벽. 어때 예쁘지 않아 절대 나 착하지 않아. 내가 하는 예쁜 짓 네가 해 보니 어때 헤프지 않아"
 
여자 아이돌로서 과감하고 거침 없는 표현을 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 아이콘이나 섹시 아이콘의 모습은 아닙니다. 섹시하고 예쁜 모습에 열광하는 남성팬들은 충분히 만족시킬 만하지만, 여성팬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아는 자신이 소속된 그룹인 포미닛에서 가장 섹시한 멤버로 주목을 받았죠. 그리고 비스트의 장현승과 함께 결성한 그룹 트러블 메이커를 통해서도 섹시한 매력을 한껏 뽐냈습니다. 솔로 앨범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현아의 섹시한 이미지가 너무 빨리 소모돼 버리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요.
 
섹시한 매력으로 최고 인기 스타 반열에 올라섰던 현아가 어느 순간 ‘섹시의 덫’에 빠져버린 듯합니다. 어느 순간 현아의 트레이드 마크는 섹시가 됐고, 그런 현아가 대중들의 시선을 계속 붙잡아놓기 위해 새 앨범을 내놓을 때마다 매번 더 섹시한 것만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요. 문제는 이런 전략이 일부 대중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번 앨범이 발표된 뒤 각종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대중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안타깝습니다. 현아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을 포함한 악성적인 댓글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이제 스물 두 살이 된 현아에겐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섹시한 현아에게 억지로 귀엽고 청순한 이미지를 입힐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가수들 저마다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잘 어울리는 것들이 있죠. 하지만 섹시 하나만으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다양한 음악 장르에 도전한다든지, 숨겨뒀던 보컬이나 랩 실력을 뽐낸다든지 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수로서의 경쟁력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아는 다른 가수들에겐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톤의 목소리를 갖고 있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현아가 가수로서 롱런할 수 있는 현명한 전략을 펼 수 있게끔 잘 이끌고 도와줄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이번 앨범을 통해선 좀 더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네요. 무대 위의 화려하고 섹시한 현아 말고, 대중들이 평소에 보지 못했던 무대 밖 스물 두 살 현아에 대해서요. 인트로곡인 'A Talk'를 들어보면 이런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듭니다. 그루브감 있는 조금 느린 템포의 노래에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다면 현아의 섹시한 매력을 살리면서도 대중들의 좀 더 뜨거운 반응을 얻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아가 새로운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두 번째 트랙의 ‘프렌치 키스'(French Kiss)는 강렬한 힙합 비트가 돋보이는 댄스 곡입니다. 이 노래도 가사를 볼까요?
 
"뭘 그리 쭈뼛거려 망설이고 있어. 넌 이미 원하고 있어 다가와 더 어서. Do it do it do it I want you to kiss me boy"
 
'빨개요'와 마찬가지로 현아의 섹슈얼리티를 앞세운 노래입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 현아는 적어도 "또래 여가수 중 섹시한 콘셉트는 내가 가장 잘 소화한다"는 것만은 증명해 보인 것 같네요.
 
4번 트랙의 '어디부터 어디까지'는 비스트의 양요섭과 함께 호흡을 맞췄습니다. 그룹 비투비의 멤버인 임현식이 작사, 작곡을 한 노래라는 점이 눈에 띄네요. 현아 역시 이 노래의 작사에 참여했습니다. 아이돌 가수 중 가장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가수로 인정 받는 양요섭의 보컬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현아는 자신의 독특한 목소리 톤을 뽐내면서 랩을 합니다.
 
현아가 데뷔 후 솔로로서 발표했던 노래 중 가장 높은 인기를 얻었던 곡은 역시 지난 2011년 발매됐던 ‘버블팝’이었습니다. 현아는 이 노래를 통해 최고의 섹시퀸으로서 인정을 받았죠. 그런데 재밌는 건 이 노래엔 "내가 섹시해", "내가 예뻐"라는 식의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대신 현아는 무대 위에서 건강한 섹시미를 발산하면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현아는 분명 현재 가요계를 대표하는 섹시 가수입니다. 그리고 이제 20대 초반이라는 점에서 갈 길도 많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가수로서 발전할 여지가 많다는 의미겠죠.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또 1년, 1년 경력이 쌓여가면서 모든 면에서 성숙해져가는 현아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 현아 솔로 미니 3집 'A Talk'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전환점이 필요한 섹시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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