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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디지털'체험기)⑤블루투스..고마운 줄 몰랐던 너의 존재
2014-07-28 15:44:14 2014-07-28 15:48:51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이어폰과 헤드폰, 유선랜의 공통점은 선이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 제품들을 쓰다가 선이 제 멋대로 꼬여서 짜증이 난 적이 있을 겁니다. 또 어딘가에 걸리거나 접지가 약해져서 고장난 적도 있을 겁니다.
 
블루투스 기능이 도입된 후에는 이 같은 불편함은 일정 부분 해소됐습니다. 유선에서 무선의 시대가 도래한 겁니다. 이로 인해 행동 반경도 넓어졌습니다. 선이 허락하는 거리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IT기기들을 특정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동의 자유가 주어졌습니다.
 
요즘 웬만한 IT기기들은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블루투스의 활용 범위도 다양했습니다.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 동안 블루투스 없이 살아 봤습니다. 아예 블루투스가 무엇인지 몰랐으면 모를까, 있다가 없어지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는 헤드폰(사진=뉴스토마토)
 
개인적으로 블루투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분은 이어폰과 헤드폰입니다. 주로 음악을 들을 때 애용합니다. 물건을 잃어버려서 새로 사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흔치 않은 반면, 자주 고장내는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이어폰입니다.
 
이어폰 선이 책상 모서리에 걸린지 모르고 앉았다가 벌떡 일어났을 때 귀에 느껴지는 강렬한 고통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를 겁니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입니다. 이런 일이 두 세번 발생하면 단순한 고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결국 접지에 이상이 생겨서 이어폰이 안 들리게 되는데, 이어폰은 왼쪽·오른쪽 중 한 곳이라도 들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에 겉은 멀쩡해보이더라도 사용하던 것을 버리고 새로 사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제 또 이어폰을 사야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어느덧 음질이나 EQ를 고려하기보다 저렴한 제품 위주로 구매하게 됐습니다. 이어폰이 샴푸처럼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만 겁니다.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는 이어폰을 운전 중이나 집안일을 할 때 애용하고 있다.(사진=LG전자)
 
그래서 블루투스 이어폰과 헤드폰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대부분 이어폰 고장은 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은 선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음악만 듣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음악을 듣던 도중 바로 전화를 주고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전화가 왔을 때 귀에서 이어폰을 뺀 후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겁니다. 평소 손에 무언가 들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매우 유용합니다.
 
이번 주에는 블루투스 사용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서랍 깊은 곳에 있던 이어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동안 블루투스 제품이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요. 이어폰 줄이 무거우면 얼마나 무겁다고, 누군가가 귀를 밑으로 쭉쭉 잡아 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이어폰 줄이 블라우스 단추에 걸리거나, 지하철에서 내릴 때 다른 사람 가방에 걸려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청소할 때도 이어폰이 거추장스러웠는데요. 뭐가 잘못됐는지 이어폰을 꽂은 귀에 전기 충격이 와서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고무줄을 이용해서 노트북 어답터와 마우스 선을 정리해도 다소 번잡한 맛이 있다.(사진=뉴스토마토)
 
24시간 중 보통 18시간을 깨어 있는데, 이중 9시간 이상 사용하는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마우스입니다. 사용하는 시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고장나는 횟수도 많다는 의미겠지요. 그래서 마우스도 이어폰처럼 저에게는 소모품과 다름 없습니다.
 
마우스가 제공하는 줄의 길이가 필요 이상으로 긴 탓에 선을 정리해서 고무줄로 묶어 둡니다. 그러다보니 중간에서 접지가 끊겨서 마우스가 불통되는 경우고 있고, 마우스 본체나 USB쪽이 헐거워지면서 새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거지요.
 
가방 속도 복잡합니다. 노트북 가방 안에는 스마트폰 충전기와 노트북 어답터, 유선 마우스, 이어폰 등이 얽혀 있습니다. 평소엔 고무줄로 정리를 잘해 놓지만, 급할 땐 마구 구겨 넣게 됩니다. 나중에 가방을 열었을 때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옵니다. 온갖 신경을 집중에서 엉킨 선을 풀 때마다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같은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무선마우스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우스 줄이 얼마나 부피를 차지하겠냐 싶지만, 노트북 가방처럼 한정된 공간에서는 선이 있고 없고가 큰 차이로 느껴집니다. 마우스 선이 없어진 덕에 선이 조금이라도 덜 엉키고, 또 시각적으로도 말끔해서 일할 때 집중력도 더 높아지는 기분입니다.
 
이번주에는 다시 유선 마우스를 사용했습니다. 사용하는 데는 사실상 차이가 전혀 없지만 가방 속은 천지 차이였습니다. 가방을 열 때마다 얽혀 있는 줄들의 향연이란. 바로 가방을 다시 닫을 정도였습니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동해서 음악을 뜰을 뿐 아니라 전화도 한다. (사진=뉴스토마토)
 
1편인 '이어폰 없이 살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운전할 때 최대한 전화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짧게 이동하는 거리라면 도착하자마자 다시 전화를 하면 되겠지만, 장거리 운전이라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는 걸려 오는 전화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스마트폰에 스피커 기능이 장착된 이어폰을 사용했습니다. 스마트폰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두고,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은 다음 전화가 올 경우 사용하는 것인데 이 경우 문자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팝업이 뜨면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빨간 불이 걸릴 때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게 되고, 심지어 운전 중에도 버릇처럼 폰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어폰 대신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수신 내용 음성알림' 기능으로 설정해두면 전화가 오거나 메시지가 왔을 때 내용을 읽어줍니다. "이진욱 님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운전 중 시선을 빼앗길 위험이 없는 거죠.
 
블루투스 스피커나 이어폰은 일상생활에도 두루 사용되고 있습니다. 청소만 하면 지루하니까 청소할 때는 꼭 신나는 음악을 곁들입니다. 이 때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착용하면 음악 소리에 물소리, 청소기 소음까지 더해져 전화나 메시지가 오면 듣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블루투스 스피커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설거지를 하다가 전화가 오면 버튼 하나만 눌러서 하던 청소 그대로 하면서 전화를 받는 식으로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잠시 트렁크에 넣어두고, 이어폰을 꽂아서 사용했습니다. 블루투스를 사용하기 전에는 이어폰이 딱히 불편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보다 더 번잡할 수는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운전 도중 틈틈이 SNS를 확인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며 각성하기도 했습니다.
 
청소할 때도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설거지 중에 전화가 오면 고무장갑을 벗어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통화를 한 후 끝나면 또 고무장갑을 끼고 다시 설거지를 하고...
 
◇지난 27일 지인들과 찾은 쳥계천. (사진=뉴스토마토)
 
주말에는 주로 밖으로 나가는 편입니다. 이번주에는 청계천을 찾았습니다. 한 주 내내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햇빛을 보기 어려웠는데 일요일이 되니까 햇빛이 나더군요.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집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야외로 나갈 때마다 빠질 수 없는 게 음악입니다. 만나는 지인들이 작곡가, DJ, PD, 라디오 작가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어 만날 때마다 음악을 서로 공유하고, 직접 만든 곡에 대해 자문을 얻기도 합니다.
 
한 두 명이 같이 듣는 경우에는 이어폰을 한쪽씩 꽂으면 되지만 보통은 6명 이상이 모입니다. 그래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서 한 번에 음악을 듣고는 합니다. 물론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말이죠.
 
이번주에는 블루투스를 사용할 수 없어서 대신 노트북을 들고 갔더니 지인들 반응이 "야, 여기까지 와서 일하려고?"라며 짜증섞인 질문이 날아오더군요. 친구들에게 이번주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을 했더니 납득이 가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블루투스 스피커는 완충하면 6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는데 노트북은 2시간이 못 돼서 배터리가 나가더군요. 블루투스 스피커가 그리워지는 때였습니다.
 
◇노트북을 들고가지 않을 때에는 평소에 들고다니는 스마트폰과 연동할수 있는 블루투스 키보드를 접어서 들고다닌다. (사진=아이락스)
 
'기자는 엉덩이 붙이는 곳이 기자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언제 어디서든 기사를 쓸 수 있는 준비와 자세가 전제돼야 함과 동시에 어디에 있든 기사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평일에야 노트북을 항상 들고 다니지만 주말에는 그렇지 못한 때도 많습니다. 팀마다 당직이 있어서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주말에 일을 하는데 당직이 아니어도 기사를 써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세상 일이라는 게 언제나 그렇듯, 노트북을 풀 세트로 들고 다닐 때는 아무일도 없다가 간만에 가볍에 외출할 때는 꼭 뭔가 터지곤 하죠.
 
평소에 허리디스크도 있고 해서 주말이라도 몸을 가볍게 다니고 싶은 마음에 꾀를 냈습니다.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는 휴대용 키보드를 구입한 것이죠. 접으면 가방 안에 살포시 들어가지기 때문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주말에는 먼 길에 다녀왔는데 출근할 때 가져가는 노트북 가방을 그대로 들고 갔습니다. 기자는 밤낮,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일하는 직업이라지만 지금이 주말인지 평일인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리면서 말이죠.  
 
사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IT 기기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것만 쓰는 타입이기 때문에 블루투스 기능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 기사에 쓸 내용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제로 블루투스 없는 일주일을 보내다보니 '참 여러 분야에서 블루투스를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블루투스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 기능은 아닙니다. 블루투스 없이도 IT 기기를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품으부터 물리적인 해방을 시켜주기 때문에 우리 삶을 조금 더 편하게 해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기를 먹어 본 사람이 고기맛도 알고 또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것처럼 블루투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땡큐 블루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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