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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하반기기상도)③철강, 수급불균형 속 재무구조 개선 박차
하반기도 철광석 가격 하락세 지속..수요처 가격인하 요구↑
수입재 공세 강화..철강업계 반덤핑 제소 등 적극적 대응 나서
2014-07-23 16:52:50 2014-07-23 16:57:15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상반기 철강업계의 숨가빴던 시계가 끝이 났다.
 
맏형인 포스코는 지난 3월 새로운 수장을 맞아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고, 지난해 말 현대하이스코 냉연 사업부를 품에 안으며 몸집을 급격히 불린 현대제철은 합병 시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동국제강은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상반기는 철강 공급 과잉과 전방산업 부진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의 심화, 저가 수입재 공세 등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면서 철강산업에도 재무구조 개선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시기였다.
 
여기에다 지난해부터 모든 산업 현장의 화두로 부상한 안전 이슈와 통상임금, 전기요금 인상 등 기업 실적과 직결되는 사안이 차고 넘쳤다.
 
희소식도 있었다. 수요 부진은 지속됐지만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롤 마진 개선 효과를 봤다. 원재료 하락세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철강업계의 가장 큰 위안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황 회복의 근본적 개선책인 수급불균형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가 미미한 데다, 건설·조선 등 수요 증가를 견인할 전방산업 회복도 요원한 상황이다.
 
◇하반기 철강업은 원재료 비용 하락으로 롤 마진은 소폭 증가하지만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인한 수급불균형 현상은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사진=뉴스토마토DB)
 
◇하반기도 철광석 가격 하락 지속 전망..수요처 가격 인하 요구↑
 
철강산업은 원재료 비중이 높은 산업 중 하나다. 이러한 특성 탓에 철광석 등 수입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그만큼 기업이 가져가는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다 연초부터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실질적인 철광석 수입 가격은 더 낮아졌다.
 
주로 브라질과 호주에서 수입하는 철광석은 올 초부터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호주의 경우 톤당 가격은 연초 대비 30% 이상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지속적인 가격하락에도 세계적인 철광석 생산 업체들이 계속 생산량을 늘리는 추세여서 전문가들은 철광석 가격 하락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인 브라질 발레(VALE)의 경우 철광석 가격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지난 1분기 46%의 높은 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철광석 가격이 내리면서 철강 수요 업체들의 가격 요구는 더 거세지고 있다. 원재료 가격 인하로 제품 생산 단가가 낮아진 만큼 공급 가격을 인하해 달라는 것이다. 최근 저가 수입 철강재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수요처의 요구를 무시할 수 만은 없는 상황.
 
이에 대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요가 줄고 수입재 공세가 강화되면서 수요처의 가격 협상력이 많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대규모 수요처의 경우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는 이미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와 철강업계는 3분기 철근 가격을 톤당(고장력 10㎜) 68만5000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톤당 2만5000원 낮은 수준으로, 국내 철강사의 철근 공급가격이 60만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8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 2분기 현대제철에 자동차강판 공급 가격 인하를 요구해 톤당 8만~9만원 가격을 낮춘 바 있다.
 
◇수입재 공세 강화..철강업계 반덤핑 제소 등 적극적 대응 나서
 
최근 국내 철강업계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저가 수입재의 내수시장 확대다. 국제 철광석 가격 인하로 고사 위기에 몰렸던 중국 철강업체들이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중국산 수입재의 공세도 한층 강화됐다.
 
그동안 국내 철강업계는 할인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수입재에 대응해 왔지만 수입재의 지속적인 저가 정책에 더 이상은 가격을 낮출 수 없는 한계 상황까지 다다르게 됐다. 품질 격차는 여전하지만 낮은 가격의 매력은 수요처의 눈을 중국산으로 돌리게 했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달 중국산 저가 H형강을 반덤핑 혐의로 정부에 제소했다. 직접적이고도 공격적인 대응이다. H형강은 건축물의 골조나 토목공사에 주로 쓰이는 철강재로, 내수 규모만 2조원에 달한다.
 
H형강의 경우 국내산과 중국산의 톤당 유통가격이 약 1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내수시장 유통가격보다 20% 이상 싼 가격으로, 중국 업체들은 낮은 가격을 앞세워 국내 H형강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H형강을 비롯해 선재, 열연강판, 후판 등 주요 강종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 철강재 수입은 1121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했다. 이중 중국산은 655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0% 급증했다.
 
품목별로 보면 H형강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한 57만9000톤, 선재는 9.4% 증가한 84만6000톤, 중후판은 23.6% 증가한 166만1000톤, 열연강판은 11.5% 증가한 321만1000톤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올 들어 5월까지 수입산 철강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8.7%에서 올해 40.1%로 증가했으며, 이중 중국산 수입은 20.0%에서 23.4%로 늘었다.
 
 
◇중국, 철강업 구조조정 성공 여부 관건..전방산업 회복은 아직
 
철강 업황 회복의 핵심은 수급 불균형 해소다. 넘치는 공급을 줄이고 수요처를 확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올 하반기는 전반적으로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재료 하락으로 일정 부분 마진율은 개선될 조짐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 수급 불균형 현상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하반기 산업기상도에서도 철강업은 상반기에 이어 ‘흐림’으로 전망됐다.
 
하반기에는 선진국 중심의 경기 회복과 설비가동률 향상으로 수출과 생산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건설·조선 부문 등 전방산업의 수요회복 부진과 저가수입 압력 지속 등의 악재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세계 철강 공급 과잉을 야기하고 있는 중국 철강업체들은 올 들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철강업체들의 일평균 조강생산량 고점은 230만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중국 내수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넘쳐나는 물량이 해외시장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 정부의 철강 구조조정 의지가 지방 정부에까지 미치지 못한 탓도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무원은 오는 2018년까지 8000만톤 이상의 철강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조강생산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허베이성을 비롯해 산동, 산시성 등의 철강 업체를 통·폐합하고, 생산설비 철거를 통해 감산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부분 지방정부들이 재원 확충을 위해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생산 설비 폐쇄 등 감산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방해로 설비 감산 정책에서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최근에는 환경규제로 방향을 선회했다”며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2~3년후부터는 실질적인 감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하반기에도 철강 전방산업의 대폭적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H형강 등 철강재 수요가 높은 건설업이 여전히 구조조정 중인 데다, 꾸준히 수요를 유지했던 자동차 산업마저 지속적인 원화 강세와 통상임금 등의 문제로 인해 큰 폭의 성장이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철강 전방산업 중에서는 그나마 조선업에서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에 따르면 지난해 증가했던 조선 수주가 올해부터 점차 건조량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조선소가 보유하고 있는 저가수주 비중에 따라 후판의 추가 가격 인하 요구도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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