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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M&A대전)②주가급등으로 실탄장전..절세효과도 노려
'경제회복·낮은 금리·높은 주가'로 M&A 3박자 완성
"버블우려 적어"..M&A 발표후 주가도 상승
M&A 호황 당분간 지속될듯
2014-05-12 09:30:01 2014-05-12 09:30:01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최근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기업들의 인수합병(M&A)에는 여러 의도가 숨어있다. M&A를 통해 손쉽게 업계 지배력 확대를 꾀하는가 하면, 자본이동에서 생길 수 있는 세금문제를 피하려는 계산도 깔려있다.
 
지난해 증시가 급등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충분한 자본을 확보한데다, 미국의 초저금리 기조로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진 점도 M&A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법인세를 피해 유럽 기업을 공략하는 미국 기업도 늘었다. 
 
차입금을 바탕으로 한 M&A 보다는 보유 현금과 주식을 통한 거래가 늘면서 질적인 측면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기업규모 확대나 세금회피를 위한 M&A가 이뤄질 경우 승자의 저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경제성장 신뢰감 회복..쌓아둔 현금으로 기업사냥
 
선진국의 경제회복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낮은 자금조달 비용과 기업들의 높은 주가수준 및 현금보유량이 M&A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들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그 동안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투자보다는 현금보유를 선택했다. 올초 전세계 상위 33% 비금융 기업이 가지고 있는 현금만 2조8000억달러에 달했다. 미 연방준비제도 또한 당분간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자금조달비용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미국과 유럽의 증시 급등으로 기업들의 주식자산 규모도 크게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주식으로 인수대금을 전액 지급한 M&A 건이 전체의 18%로 전년대비 두배 늘었다. 급증한 주가 역시 M&A를 위한 실탄으로 쓰인 것이다.
 
전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은 인수 대상 기업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돋보이게 했다. 특히 지난해 유럽연합(EU) 소속 28개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치면서 유럽 기업의 저가 매력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기업을 사는 편이 새로운 신사업 개척이나 신기술 개발보다 리스크가 적다는 점도 M&A의 장점이다. 특히 최근 특허권 만료로 위기감이 커진 대형 제약업체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신약 개발보다는 M&A를 통한 수익성 향상을 선택하고 있다. 아예 사업부 맞교환을 통해 주력사업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보이는 제약회사들도 많다.
 
미국 기업의 경우 세금문제도 M&A의 중요한 요인이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미국 본토에 가지고 올 경우 최대 35%의 높은 법인세율이 적용되지만 M&A를 통해 세율이 낮은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으로 본사를 옮기면 절세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화이자의 아스트라제네카 인수 추진이나, 제너럴일렉트릭(GE)의 알스톰 인수 추진 모두 세금 회피가 목적이라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전략적 M&A 많아져.."버블우려 적어"
 
M&A 시장의 덩치가 커지는 가운데 내실도 강화되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최근 대규모 M&A 딜이 급증하고 있지만 금융위기 직전과 같은 버블을 초래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진단했다.
 
폴 파커 바클레이즈 글로벌 M&A 부문 대표는 "최근 빅딜이 잦아졌지만 2007년에 나타났던 거품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본상황이 좋은 대기업이 비교적 크고 전략적인 딜을 하고 있다"며 "주식과 현금을 함께 사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로이터통신)
과거처럼 막대한 차입금을 이용한 인수합병이 줄어든 점도 M&A 시장이 질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현금으로만 인수대금을 지급한 딜은 전체의 47%로 2007년 76%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는 2001년 이후 최저수준이기도 하다. 반면 현금과 주식을 함께 지불한 경우는 2007년 14%에서 올해 33%로 두배 이상 늘었다.
 
M&A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관점도 변하고 있다. 딜로직은 과거 20년 동안은 'M&A=주가하락'이라는 공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M&A의 이점보다는 자금조달의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은 M&A를 발표한 날 해당 기업의 주가가 평균 4.4% 상승했다. 이는 딜로직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프랑수아 자비에 드몰망 골드만삭스 소비자·소매부문 글로벌 공동대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인수합병이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과거부터 적절한 때를 기다려왔던 것이기 때문"이라며 "기업가들의 자신감 등 M&A 시장의 턴어라운드를 위한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입김이 주요 변수..'승자의 저주' 주의해야
 
성공적인 M&A는 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안겨주며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지난 2005년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한 레노버는 휴렛패커드(HP)와 델 등을 물리치고 세계 1위 PC업체에 올랐다. 구글의 유투브 인수도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유투브의 광고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0% 이상 늘어나며 구글의 전체 광고매출을 견인했다.
 
M&A의 성공을 위해서 기업들이 뛰어넘어야 하는 일차적 장애물은 정부의 입김이다. 각국 정부들은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또 자국내 산업의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 M&A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 정부는 공공연하게 GE의 알스톰 인수제안에 적대감을 표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도 독과점 우려로 통신업계의 빅딜에 미온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GE는 프랑스 정부에 고용 보장과 핵심 사업부의 프랑스 배치를 약속하는 등 프랑스 정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거품없는 M&A를 통해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것이다.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을 경우 인수 후 기대했던 시너지가 나오지 않고 막대한 인수자금만 낭비한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제국을 확장하고 싶어하는 기업 경영자들의 야심을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로 막기는 힘들다"며 "지난 1990년대 초반에도 M&A로 업계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지만 모든 딜이 적절했던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포브스지는 "그동안 많은 인수합병이 참된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단지 기업의 세력을 확대하고 은행들의 주머니만을 두둑하게 해줄 뿐이라는 느낌이 있었다"며 "현재의 흐름도 M&A가 꼭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할수 있기 때문에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M&A가 단순히 부족한 성장성을 가리거나 세금회피를 위한 수단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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