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일본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의 초밥집에서 나란히 앉아 초밥을 먹으며 동맹국가의 친밀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최대 관심사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결국 불발됐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이례적으로 공동 기자회견 후 발표 예정이었던 공동 성명도 내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만찬 자리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초밥"이라며 초밥의 맛을 극찬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제공된 초밥을 절반만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아베 총리의 입장에서도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에서 절반의 성과만을 거둔 셈이다.
안보를 위한 동맹 강화에는 양측이 뜻을 같이 하기로 했지만 경제 문제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보 문제 합의로 긴밀한 동맹 관계 재확인.."속내는 중국 견제"
◇기자회견 중인 오바마와 아베 (사진=로이터통신)
24일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함께 평화로운 아시아 태평양 지역 확보를 위해 일본은 동맹 관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나라의 긴밀한 동맹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아베 총리의 기를 살려줬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을 뿐 아니라 중국과 영토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대해서도 일본을 강력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센카쿠 열도를 포함해 일본 행정권 아래 영토는 모두 미·일 안보조약 대상"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공격한다면 미국이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자회견 내내 두 정상들의 친밀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 발언을 일본어 인사로 시작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는 아베 총리를 공식 호칭 대신 '신조'라고 불렀고 이에 화답하듯 아베 총리도 공식 호칭 없이 오바마 대통령을 '버락'이라고 불렀다. 호칭과 직함이 중요시 여겨지는 일본 문화에서 이례적인 행동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 같은 동맹 강화의 속내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고 주요 외신은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대해 미국이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씻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의식하고 일본을 지지하는 강경한 발언들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경제 문제는 '난항'..마음 급한 오바마 "지지율 높은 당신이 양보 좀.."
다만 두 정상은 결국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4일 현지언론은 이번 TPP 협상을 위해 이례적으로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아마리 아키라 TPP 담당상이 23일밤부터 24일 새벽에 걸쳐 마라톤 협상을 했지만 결국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아시아 순방에서 무엇보다 TPP가 간절한 마음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초밥집에서 만찬을 가진 오바마와 아베(사진=로이터통신)
실제로 도쿄의 초밥집에서 아베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이 만찬을 가질 당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던 아베 총리의 바람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돌직구 스타일로 TPP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60%인 반면 나의 지지율은 45%밖에되지 않는다"며 "그쪽이 정치적 기반이 강하니 양보해주면 좋겠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농담으로 넘기려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TPP 협상이 잠들어있는 일본을 다시 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거듭 압박한 것으로 나왔다.
양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이유는 미국과 일본이 농산물, 소고기, 자동차 부문에 붙는 관세에 대해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백개의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는데 미국은 이를 철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와 그가 속한 자민당이 선거 과정에서 농민 보호를 위해 농산물 관세를 철폐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관세 철폐는 일본에게 어려운 문제다.
또한 일본은 국내 양돈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저렴한 돼지고기일수록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차액관세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폐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 관세 역시 TPP 협상 타결에 걸림돌이다. 일본은 미국이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에 부과하는 2.5%의 관세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자동차 수입 관세 철폐를 원치 않는다.
결국 안보 문제에서는 긴밀한 협상을 약속했지만 TPP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진전을 이뤄나가지 못한 것이다.
하루나 미키오 와세다 대학 교수는 "미국 대통령이 센카쿠 열도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이번 발언은 무척 중요하다"며 "아베가 어느 정도의 진전을 이루어 낸 것은 맞지만 TPP에서는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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