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기자의 눈)신뢰 잃어가는 은행, 이젠 바뀔 때다
2014-04-24 17:06:18 2014-04-24 17:51:49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기자님. 늦은 새벽에 죄송합니다. 자살하고 싶네요. 대학입학을 앞둔 아들한테 부끄럽습니다. KT가 보증하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투자하는데 이보다 안전한 상품이 어딨냐던 직원의 말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제 누굴믿어야 하나요."
 
24일 새벽 2시, 기자의 휴대폰에 장문의 메시지가 떳다. 
 
평소 기업은행 특정금전신탁 지급유예 사건으로 연락을 하던 이름모를 피해자 한 분의 간곡한 문장이었다.
 
자연스레 기억은 지난해 9월 동양사태로 흘러간다. "동양그룹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휘청거립니다"라던 동양증권 직원의 말이 데자뷰처럼 떠올랐다.
 
가장 많은 금액이 지급유예된 기업은행의 피해자들의 말을 간추려 보면 기업은행은 'KT ENS'는 숨긴 채 '정부소유의 은행인 기업은행'이란 단어를 앞세웠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의 몫이지만 기업은행의 '완전'하지 못한 영업방식의 한 단면을 보게됐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KT ENS는 모기업인 KT의 지원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국내 신용시장에서 상당히 높은 등급을 받았다”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이전에 KT ENS의 신용등급을 평가했다면 애초에 KT의 지원 가능성을 낮은 수준으로 봤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KT ENS가 보증한다고 밝히면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을 했던 것일까. 대다수 창구직원들은 KT를 앞세운 채 KT ENS를 고객앞에서 솔직하게 밝히지 못헀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자신들이 대한민국 정부가 60.03%의 지분을 가진 은행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사실 고객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게 된 데는 '국책(國策)'이란 단어의 역할도 상당했다.
 
한 피해자는 "정보소유의 은행인데 안전하지 못한 상품을 팔면 큰일난다. 일반 시중은행이 파는 것과 안정성에서 다르다"라는 말을 직원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이말이 사실이라면 재무관리의 제 1원칙인 '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을 까마득히 잊은 창구직원의 착각이요 허언이다.
 
기업은행은 '국민 모두의 은행', '참 좋은 은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고객에게 다가갔다.
 
또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리고 기업이 살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광고로 많은 호감을 얻기도 했다.
 
많은 사람의 뇌리에 기억된 이 광고문구에 '은행이 신뢰를 잃으면 금융권이 침체되고, 금융권이 죽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숨은 뜻을 알아야 그야말로 '국민 모두의 은행'이 될 수 있음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