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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대·기아차 환율 직격탄..비상경영 검토
2014-04-23 15:09:26 2014-04-23 17:26:32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현대·기아차가 비상경영체제 검토에 돌입했다. 환율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익성이 당초 예상보다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23일 "환율 때문에 비상"이라면서 "내부적으로 비상경영 (전환)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면 인력과 조직의 개편은 물론 그룹 차원의 특별지침이 각 부서로 하달될 가능성이 높다. 환위험으로 초래되는 수익 감소 문제를 헤쳐나갈 방법이 뚜렷히 없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 11일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자료=외환은행, 네이버)
 
지난해 현대차(005380)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할 경우 106억8900만원의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 비용이 뒤따른다.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익은 영업이익에 각종 외부요인을 가감해 산출하는 재무지표다.
 
국내 생산·해외수출 비중이 높은 기아차(000270)는 지난해 환율 하락을 가정했을 때 손실이 더욱 컸을 것으로 평가됐다. 기아차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1318억3000만원의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을 입는다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가 공시한 계산대로 지난해 평균 환율과 현재의 환율을 비교해 보면 양사의 수익성 감소가 얼마나 막대한지 추정이 가능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40원선이 깨졌다. 지난 11일에는 1031원60전까지 떨어지며 5년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원달러 평균환율은 1095원. 이달 중순 현재 원달러 환율이 1030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에 비해 약 6% 정도 하락했다.
 
이를 연간으로 확대하면 현대·기아차에 수백억원의 순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막대한 수익성 감소는 현대·기아차의 수출중심 사업구조에서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총 231만9481대를 생산해 해외로 수출했다.
 
그룹 전체의 지난해 해외판매 실적은 646만973대로, 자국 생산 비율이 35%를 넘는다. 국내 대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해외생산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지만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료=현대·기아차 2013 사업보고서)
 
이와 함께 엔저 현상도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어 현대·기아차의 환위험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는 예상 수준을 훨씬 상회할 수도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로서는 환위험이 가장 민감한 문제로 환율이 10%만 빠져도 매우 심각한 위험이 된다"며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해외생산 물량을 늘리는 등 완충효과를 찾아 비상경영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담당 부사장의 지난 1월 현대차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환위험과 관련한 언급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 부사장은 "올해 사업계획상 원달러 환율은 1050원을 기준으로 했다"며 "시장 전망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평균 1060원대가 유지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어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 초 현대차가 보수적으로 늘려잡았던 하락폭이 예상보다 훨씬 커지면서 그룹 차원에서 비상경영체제를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상현 NH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환율 하락 범위를 1050원으로 잡고 있었는데 이보다 낮아지고 있어 우려가 되는 것"이라며 "환율이 10% 하락하면 순익 기준으로 현대차는 12%, 기아차는 17%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 변동은 지속적인 관심사항으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달러 결제 방식에서 유로화 등으로 결제를 다변화하는 등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별도로 TF를 꾸려 대책방안을 설정하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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