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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진도 팽목항, 그 통곡의 바다
2014-04-20 21:35:53 2014-04-20 21:39:44
오열만이 있었다. 깊은 한숨과 절망. 실낱 같던 희망이 체념이 되면서 더 이상 땅을 딛고 설 힘이 없었다. 사고 이후 아직 아무 것도 먹지도, 씻지도, 자지도 못했다. 남은 힘을 쥐어짜내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청와대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마저도 경찰병력에 막혔다. 모든 것이 비정상이었다. 
 
20일 0시를 전후로 처음으로 선내에서 시신 3구가 수습됐다. 고대했던 구조 소식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상황판에 인상착의가 적혔다. 한 어머니가 털썩 주저앉았다. 직접 챙겨줬던 옷가지들이었다. 집을 나설 때 수학여행에 들떴던 아들 모습이 눈에 선했다. 어머니는 한참을 검게 변해버린 바다 앞에 목놓아 울었다. 옆에서는 동생을 잃은 누나가 가슴을 쳤다. 아무도 그 슬픔에 다가설 수도, 함께 할 수도 없었다. 하늘의 비와 그들 모녀의 눈물이 아들이 있던 차가운 바다로 흘러내렸다.
 
모든 것이 핑계로 보였다. 누구도 신뢰할 수 없었다. 초동 대처도, 구조 상황도 변명 뿐이었다. 누구 하나 책임지고 설명조차 하려 들지 않았다. 묻고 다그치다가, 다시 빌고 애원하고. 무릎 꿇어가며 여기까지 왔다. 군경은 통제에만 바빴다. 줄잇는 민간의 물자와 자원에 대한 투입은 더디기만 했다. 잠수시간에 있어 군경을 앞지르는 민간 전문 잠수부들이 발을 동동 굴렸고, 어둠을 환하게 밝혀줄 채낚기 어선 대신 조명탄만 쏘아 올려졌다. 시신 유실을 막을 저인망 어선도 그물을 펼치지 못했다. 부모들이 '희망고문'에 애끊는 동안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대신 팽목항 한켠은 사고 직후부터 바삐 움직였다. '신원확인소'라 이름 붙여진 하얀 천막 주위를 경찰이 에워쌓고, 그 안은 관으로 채워졌다. 부모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주위는 벌써부터 아이들의 주검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DNA를 채취해야 아이들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여오던 처음의 초조함은 이제 멍한 백지가 됐다. 그저 시신만이라도 온전한 상태로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기도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렇게 마지막이라도, 한번은 안아봐야 보낼 수 있다는 간절함이 팽목항을 울렸다.
 
"내 아들이, 그 착한 녀석이 배에서 시키는 대로 선실에 머물다가, 배가 뒤집히는 줄도 모르고, 선장 놈들 이미 도망친 줄도 모르고, 그렇게 친구 손잡고 시키는 대로 구조를 기다렸다. 바닷물이 차오르고, 몸은 얼음장이 되고,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그 시커먼 공포 속에서, 여기저기서 살려달라고 비명이 들렸을 그 상황을 어린 녀석이 어떻게 감당했을까... 그저 이 못난 아빠가 달려 올 거라 믿고 있었을 텐데, 얼마나 많이도 이 아빠를 애타게 찾았을까... 살려달라는 외침이 내 귀를 떠나지 않아. 얼마나 아빠를 원망했을까. 내가 살아서 이 바다를 볼 수나 있을까..."
 
김기성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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