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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대토론회)수가현실화 본격 거론..다양한 해법놓고 격론
2014-04-16 19:27:50 2014-04-16 19:32:04
[뉴스토마토 김미애 기자] 제약업계와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의 전문가들은 현행 의료제도에 대한 개혁과 제약업계의 신약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건강보험료와 수가 책정의 적정성 여부, 약가 정책 방침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16일 <뉴스토마토> 주최로 여의도 렉싱턴 호텔 15층 Grand Station에서 열린 '보건의료제도, 이대로 좋은가' 의료개혁 대토론회는 오후 2시부터 5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1세션 발제자로 나선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국내 '의료현황과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낙제점을 줬다. 노 회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 이용량은 OECD 평균의 2배다. 연간 외래 진료일수도 2배이고 연간 입원일수도 2배다. 그렇다면 의료비 사용액도 당연히 2배가 되어야 하지만, 의료비 사용액은 OECD 평균의 6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는 낮은 건강보험수가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며 "우리나라의 보험 수가는 원가의 약 70%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병원은 손실을 줄이고 이익을 늘이기 위해 편법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박리다매, 비급여 진료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들에게 끊임없이 양심의 도전을 요구하는 현행 의료보험제도와 비정상적인 건강보험제도를 국민과 정부 그리고 의료계가 함께 바로잡을 때가 됐다. 민간 의료보험료를 줄이는 대신 건강보험료와 보험수가를 현실화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가 책정 적정성 논란.."국민 시각에서"
 
1세션 지정토론에서는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주임교수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 ▲김종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장성인 대한전공의협회 회장 등이 건강보험제도의 개선 방향 등에 열린 토론을 벌였다.
 
수가 책정의 적정성 여부, 보험료 책정과 의료계의 양극화 현실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갔으며, 토론 진행은 치과의사 출신의 전현희 전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맡았다.
 
김윤 교수는 "건강보험료를 올리려면 국민들이 비용을 더 내도록 설득을 해야 하는데, 지불한 보험료 만큼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게 하려면 의료시스템 개혁 또는 의료분야에서의 과잉 투자를 막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만성질환·노인 환자를 돌볼 복지 제도를 만드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저수가 문제와 관련해 "의사가 교과서에서 대로 배운대로 양심적으로 진료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편법을 부려야 살아 남는다"며 "좋은 의사, 좋은 병원이 퇴출되는 구조가 수가가 낮다는 문제의 핵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에서는 수가 책정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수가만을 올리자고 접근하면 국민들도 반발할 것"이라며 "국민들은 민간보험에 내는 보험료를 국민건강보험으로 돌리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계나 장비에 대한 수가는 고평가 돼있고, 인력이 직접 투입되는 수가는 50% 수준도 있다. 논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의료계 양극화 현상에 대해 꼬집었다. 나 실장은 "대형병원들의 무분별한 투자 경쟁이 의료 서비스 집중화 현상을 초래해 지역간 의료 서비스 불균형, 중소·지역 병원의 도태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렉싱턴 호텔 15층 Grand Station에서 '보건의료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대토론회가 오후 2시부터 <뉴스토마토> 주최로 성황리에 열렸다.(사진=정해훈 기자)
 
정부의 책임도 꼬집었다. 나 실장은 "건강보험법에 의하면 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20%를 일반 재정에서 부담하게 돼 있지만 정부가 부담하는 금액은 16~17%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부담하고 있지 않은 건강보험 재정의 4%로,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장성인 회장은 의료와 복지를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의료에서 복지는 큰 부분인데, 왜 정부는 적은 비용만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원격의료 부분은 산업적 시각에서 의료를 바라보는 시도라고 하는데, 의료가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산업으로서의 의료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의료체계에서 진료비나 수가 부분이 부족한 부분의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 놓고 이야기해 정당하게 값을 지불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가가 인상돼야 한다고 노 회장이 제시한 근거에 대한 반론도 오갔다.
 
김종호 사무차장은 낮은 수가 책정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기 이전에, 왜 우리나라의 의료 이용률이 높은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사무차장은 "우리국민의 의료 이용량이 OECD의 2배라고 하는데 왜 2배인지, 왜 연간 입원일수가 OECD 평균보다 긴 것이지 연구 결과가 있어야 한다"며 "원인에 대한 고찰 없이 한마디로 의료비가 인상돼야 한다는건 성급한 결론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신약개발 현실은..R&D 투자 만큼 '마케팅 역량' 중요
 
2세션에서는 '한국제약산업의 글로벌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학계와 업계, 협회 전문가들이 참여해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과 발전 가능성을 진단하는 토론이 벌어졌다.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 ▲권세창 한미약품 연구센터 연구소장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총괄사업본부장 ▲이의경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단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신약개발의 어려움과 필요성, 현재 약가 책정 시스템,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발제를 맡은 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의 과제는 R&D 투자를 통한 신약 개발, 리베이트 추방과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 글로벌 진출"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제약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장은 "정부의 제약산업 부문 R&D 투자가 미흡한 것은 물론, 국내 개별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 재원 마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약가 문제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또 "국내 제약산업은 그간 일괄 약가인하와 기등재 목록 정비 등으로 인해 해마다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약가인하 손실의 고통을 겪는 중"이라면서 "제약산업의 막막한 현실을 도외시한 채 밀어붙이듯 강행되는 이중삼중의 규제정책이 아니라, 글로벌 제약시장 쟁탈전에 뛰어들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지원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대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 (왼쪽부터)최태홍 보령제약 사장,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단장, 이의경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 권세창 한미약품 신약개발 연구소장(사진=이지은 기자).
 
최태홍 사장은 새로운 신약의 약가 약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최 사장은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이 뛰어난 것은 연구개발(R&D)역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케팅 역량이 강한 기업이기 때문"이라며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신약 강국이 되기 위해 마케팅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가격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사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보험 재정절감에 기초해 약가 정책을 펼치고 있어 선진국과 비교하면 40% 수준밖에 받고 있지 못하다"면서 "이러한 국가 정책에 의해 책정된 약가가 해외 시장에서 참조가격(home country reference)으로 작용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현 상황에 대해 아쉬워했다.
 
이어 "국내 신약에 대한 혁신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 정부가 새로운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신약에 대한 연구개발이 지속하기 위해서 500~1000억원 가량의 추가비용도 필요하다는 점도 가격 산정에 참고해달라"고 덧붙였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제약을 산업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왔다.
 
권세창 연구소장은 "국가 2020 아젠다로써 글로벌 50위 안에 10개 이상의 신약을 개발한다는 목표가 달성되려면 엄청난 (정부의) 인풋이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제약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이상을 달성하려면 정부가 위험 부담을 기업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승규 본부장은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려면 기초 체력이 필요한데, 기본요건이 매출 1조원"이라며 "신약개발은 성공률이 8.2% 밖에 안되는 '하이 리스크'의 신약개발 분야"라고 말했다. 또 "신약으로  글로벌 시장에 런칭하는게 아주 어렵다. 브랜드 파워가 있어야 한다. 국가 파워 혹은 기업 파워, 둘 중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인력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의경 교수는 "제약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최근 들어 의사나 간호사도 제약산업에 많이 종사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융합형 인력을 대상으로 한 창의적인 교육과정은 부족하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약가 관리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하다 보니 건강보험료 지정에 대해 각계의 공동 책임 의식도 낮은거 같다"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시적인 관점의 약가 관리 정책 말고 거시적인 면에서 총액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약가에 대한 목표치를 설정해 제약업계도 목표치를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의료계도 처방을 합리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동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단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미국 수준의 지적재산권 특허권 도입,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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