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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회계가 투명해야 시장이 산다
2014-03-28 21:31:32 2014-03-28 21:35:32
[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앵커: 회계정보는'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고도 불리죠. 그런데 최근 회계사들이 외부감사인으로서의 기업 감사 역할을 하기에 환경이 지나치게 열악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그 원인과 실태 자세하게 짚어보고, 대책에 대해서도 기획으로 다뤘습니다. 기획 취재를 한 증권부 김보선 기자 나왔습니다.
 
김기자, 이렇게 회계사들 즉 외부감사인들의 독립성 향상에 대한 주장이 이어지는 이슈가 뭘까요. 특히 3월이 힘든 한달이었다고요?
 
기자: 오늘이 3월 마지막 금요일이죠. 회계사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달이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게 일이 너무 많아서 입니다. 3월은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기죠. 회계사들에게는 '시즌'으로 불립니다.
 
기업의 실적 자료 작성이 마무리되는 1월 말부터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3월 말까지 감사보고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주주총회 일주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주총 일정을 고려하면 시간은 빠듯한 상황입니다.
 
12월 결산법인은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전체 법의의 97%에 달합니다. 2013년 기업 실적을 기록하는 업무를 짧은 기간에 물아서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회계사가 많고 고급 인력이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한 상황입니다.
 
앵커: 업무가 과중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우선 문제가 되고 있군요. 국내 회계투명성 실태는 어느정도 수준인가요?
 
기자: 한국의 회계투명성 수준은 세계적으로 하위권입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는 60개국 중 58위, 세계경제포럼(WEF) 평가 결과는 148개국 중 91위에 그쳤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대형 금융사들의 회계 전문인력은 평균 1~2명 꼴로 나타났는데요, 그만큼 회계오류가 빈번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회계 전문가들은 외부감사인인 회계사와 기업 사이의 소위 '갑을' 관계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합니다.
 
현재는 자유수임제 방식으로 기업과 회계법인이 외부감사 계약을 맺기 때문에 외부감사인 선정 단계부터 감사인의 독립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기업은 감사인선임위원회를 열긴 하지만, 3년에 한 번 열리는 위원회에서 경영진의 선택을 견제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최진영 금융감독원 회계 전문심의위원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최진영 금융감독원 회계 전문심의위원
 
앵커: 감사 계약 방식은 수임료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제는 없습니까?
 
기자: 수임료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회계법인간 수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부감사인을 바꿀 경우에 평균 수임료는 줄어들고 있는데요, 금감원 조사 결과 전년과 같은 감사인을 선임했을 때 수임료는 평균 3.0% 늘었는데요, 감사인을 변경한 경우는 평균 8.2%가 줄었습니다.
 
가격위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저가 수임료를 제시한 감사인을 선호하는 현상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행 자유수임제도를 바꾸는 안을 놓고 각계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외감법에서는 관리종목이라든지 감사인 선임기간 내에 감사인을 선임하지 못한 기업 등에 대해서 증권선물위원회가 외부감사인을 지정해주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정사유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인데요, 기업입장에서는 반길 일이 아니죠.
 
이승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조사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 담당자 변경과 비용 등이 부담되므로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외부감사인 지정은 그 기업의 부실을 의미하기도 해 자칫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기업이나 회계법인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겠고요, 무엇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겠군요.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기업은 자체적으로 내부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대형 금융사마저 전문 회계 인력이 태부족하다는 것은 규모가 작은 기업의 실태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죠.
 
회계법인도 감사품질 위주의 조직운영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해 자체 본부별로 독립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관련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특히 비상장법인들의 법인세 신고 기한이라도 1~2개월을 늦춰 3월에 감사 업무가 집중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주무부처인 국세청, 기획재정부와 논의 중입니다.
 
앵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금융당국의 움직임 그리고 회계제도 개선이 될 것 같은데요.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요?
 
기자: 금감원은 올해 1월부터 회계감리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해서 회계분식에 대한 사후처리보다 사전 예방에 업무를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상하반기 중 총 10개 회계법인에 대해서 감리도 마치겠다고 밝혔습니다.
 
관련법 개정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요, 앞으로는 상장사 그리고 자산총액이 1000억원이 넘는 비상장사는 오는 7월부터 감사 전에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를 증선위에 제출해야 합니다. 비상장사는 일단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앞서 공인회계사회의 주장대로 법인세 신고기한을 연기해 감사 기간을 충분히 갖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 그리고 회계 부실과 관련한 기업 내부자 고발에 대해서 포상금을 현행 1억원에서 대폭 상향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법 개정이 이뤄지려면 국회에서 부지런히 고민해야겠죠. 관련법 개정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고요?
 
기자: 네,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달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증선위가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사유 대상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전면 확대에 가까운 법안 발의도 예고돼 관심을 끄는데요, 민주당 김기준 의원이 다음달 3일에 관련 입법 공청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김 의원은 감사인 지정을 확대해 모든 상장사 그리고 전 금융사에 대해서 증선위가 감사인을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지정제 전면 확대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우려한 반대 의견도 많아 이날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해관계자들 간 의견을 잘 수렴해서 하루빨리 관련 제도가 정비돼야겠군요.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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