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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시위중)③정정불안 태국..성난 민심에 흔들리는 경제
시위로 얼룩진 방콕..끊임없는 정국 혼란에 경제도 '휘청'
시위 장기화 될 듯..향후 정국도 '안갯속'
2014-03-13 10:30:00 2014-03-13 10:36:59
[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정계에 입문한지 불과 한달 반 만에 총리직을 거머쥐며 '정치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인물이 있다.
 
영화배우를 떠오르게 하는 수려한 외모와 세련된 패션, 또 특유의 우아함으로 단번에 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른 태국 최초의 여자 총리, 잉락 친나왓 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스타의 몰락은 한순간이라고 했던가, 그를 지지하던 국민들의 목소리는 원망으로 바뀌었고 태국 내에서는 잉락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거세지며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정정 불안이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여파 또한 심각하다. 태국의 경제 성장률은 곤두박질치는 중이고 세계 각국은 방콕에 여행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도 반정부 시위로 큰 아픔을 겪었던 태국이 또다시 대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금 방콕은..셧다운 시위 종료에도 여전히 '비상사태' 
 
'천사의 도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태국의 수도 방콕, 지난 11월부터 지금까지 계속되 온 반정부 시위로 지금 방콕은 '혼란' 그 자체다. 
 
잉락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1월13일부터 방콕 시내를 마비시키는 이른바 '셧다운 시위'를 벌이며 거리 곳곳을 점거했다.  
 
◇셧다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 (사진=로이터통신)
 
반정부 시위대는 잉락 총리가 집무를 보고 있는 국방부 및 관사를 포위하는 등 정부 기능을 마비시켰고 시위 현장에서는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의 충돌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방콕 도심 한복판에서 수류탄과 폭탄 공격이 발생하며 피로 얼룩진 시위 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지난달 23일에는 괴한의 총탄 공격을 받은 4세와 6세 남매가 목숨을 잃는 등 무고한 어린이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인해 현재까지 사망자는 최소 20명이 넘고 부상자 역시 800여명에 달한다.
 
이는 반정부 시위로 90여명이 숨진 2010년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다.
 
◇피가 흥건한 한 거리에서 노점상이 시위 관련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지난 3일 시위대가 셧다운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있어 방콕과 인근 지역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다. 
 
◇친탁신파vs탁신파 갈등이 뿌리..친오빠 구하려다 벼랑 끝에 선 잉락
 
이번 반정부 시위는 잉락 총리가 지난 2013년 10월 자신의 친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비롯한 여야 정치사범을 사면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면법'을 추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실 태국 내 정정 불안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8년 탁신 전 총리가 권력남용과 탈세 등의 비리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고 해외로 도피한 이후 태국 내에서는 친탁신파와 반탁신파의 갈등으로 인한 사회 분열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탁신 전 총리를 그리워하는 이른바 '레드셔츠'파는 탁신 전 총리의 친동생인 잉락 총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잉락은 태국 첫 여성 총리가 되는 영광을 누린다. 
 
정치적 경험 부족에도 불구하고 잉락 총리는 일일 최저임금 300바트 전국 시행, 초등학교 입학생 모두에게 태블릿 PC 지급, 쌀 수매가격 50% 인상 등 친서민적인 공약으로 민심을 사로잡는듯했다. 
 
◇잉락 총리를 보기 위해 몰려든 태국 시민들 (사진=로이터통신)
 
그러나 처음부터 탁신 전 총리의 후광으로 총리 자리에 올랐다며 잉락 총리를 탐탁지 않아 하던 반탁신 세력들의 불만이 결국 사면법 추진으로 폭발했다.
 
수텝 타욱수반 전 부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는 잉락 총리는 단지 탁신 전 총리의 '꼭두각시'일 뿐이라며 잉락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고 사상자가 속출하자 잉락 총리는 결국 지난 1월9일 의회를 해산한 데 이어 22일에는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또 그는 정국 돌파를 위해  2월2일에 조기 총선을 할 것을 제안했지만 민주당과 시위대는 이를 거부하고 셧다운 시위를 시작해 많은 곳에서 투표가 무산됐다.
 
최근에는 쌀 수매 대금을 지불 받지 못한 농민들까지 잉락 총리에게 등을 돌리면서 정정 불안은 더 심화되고 있다. 
 
◇한 태국 남자가 "잉락 나가라"고 적힌 포스터 옆에 서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시위 장기화로 태국 경제 휘청..내수 경기·투자·관광 급감 
 
장기화되고 있는 시위는 태국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
 
지난 2월17일 태국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B)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대비 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분기의 2.7% 증가보다 훨씬 둔화됐을 뿐 아니라 2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2013년 전체 GDP 성장률 역시 2.9%를 기록해 태국 정부가 제시했던 성장률 전망치 3%에 미치지 못했다.
 
 
 
반정부 시위 격화로 인해 내수 수요와 투자가 급감하고 관광객 역시 줄어들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경기까지 둔화된 탓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수출은 179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8% 감소했다. 수입 역시 20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5% 줄었다.
 
지난 6일 태국상공회의소대학(UTCC)이 발표한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69.9로 2001년 11월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던 2011년 대홍수 때보다 낮은 것이다.
 
이재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흥지역연구센터 동남아팀 전문연구원은 '태국의 정정 불안과 향후 전망'이라는 리포트에서 "내수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각종 경기지표들이 2013년 중반부터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하는 관광업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 캐나나, 일본 등을 포함한 45개국이 태국에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태국 관광사업협회는 지난해 4분기~올해 1분기 해외 관광객이 예년보다 30~40%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손실 규모는 100억 바트(약 3283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관광협회는 "올 들어 관광객이 이미 5% 줄었다"며 "1분기 전체 관광객은 650만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7.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포라니 통옌 아시아플러스시큐리티 이사는 "현재 태국내 소비와 투자도 부진한데 관광 산업까지 슬럼프가 오면 경제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신청액 역시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재호 연구원은 "태국 시장으로의 FDI 신청액이 2013년 중반부터 감소하는 추세고 반정부 시위로 인해 태국투자청이 임시 휴업하는 상황까지 발생해 FDI 투자 유치 관련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대외경제정책연구원)
 
◇향후 정국 깊은 안개..쿠데타, 잉락 총리 탄핵 가능성 
 
태국 정국의 혼란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잉락 총리는 지난달 2일 실시된 조기총선 절차를 계속 진행하고 시위대와 대화·협상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지만 시위대는 총선을 통한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일절 타협하지 않겠다던 수텝 전 부총리가 최근 잉락 총리에게 전국에 생중계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제의해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진정성과 협상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태국 군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일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태국에서 쿠데타를 보기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미국 정부 역시 태국 군부의 쿠데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프라윳 찬 오차 육군참모총장은 '쿠데타는 없다'며 적극 부인했지만 1982년 이후 태국에서 19번이나 쿠데타가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잉락 총리의 탄핵 가능성 역시 제기되고 있다. 
 
최근 태국의 반부패 국가위원회가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쌀 보조금 정책을 부적절하게 강행한 혐의로 잉락 총리에게 청문회 참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위가 장기화되면 태국 경제 역시 타격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태국 민간경제단체 ‘공동민간위원회’는 지금과 같은 정치적 위기가 1년간 계속되면 2400억바트의 GDP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태국의 정정 불안이 지난 8년동안 수차례 반복됐음을 고려할 때 성장 둔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태국 경제는 지난 2006년부터 정치적 이슈를 견뎌왔다"며 "오히려 2011년 발생했던 대홍수의 여파가 경제에는 더 치명적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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