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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남궁민 "연기만 생각했던 과거, 그게 더 겉멋이었다"
2014-03-10 14:22:04 2014-03-10 14:26:24
◇남궁민 (사진제공=tvN)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MBC 주말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어두운 분위기가 서려있는 장준하 역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대중과 친밀해지나 싶었는데, 한참 동안 작품을 안했다. 그리고 E채널 '실업급여 로맨스'에서 그간 하지 않았던 지질한 종대 역로 얼굴을 비췄다. 다소 몸에 맞지 않았던 탓일까, 크게 화제되지 않았다.
 
그 다음 선택한 작품이 tvN '로맨스가 필요해3'다. 30대 중반 홈쇼핑 국장에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어느 하나 남 부러울 것 없는 완성형 캐릭터 강태윤으로 안방에 돌아왔다. 캐릭터의 매력 때문일까 여성들에게 엄청난 환호를 이끌고 있다. 남궁민 이야기다.
 
예능이나 토크쇼에 출연 경험이 많지 않은 남궁민은 그의 본 모습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영화 '비열한 거리'의 모습일지, '내 마음의 들리니'의 장준하일지, '로맨스가 필요해'의 강태윤일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지난 7일 직접 만난 남궁민은 솔직할 줄 아는 배우이자 남자였다. 어떤 질문에도 직접적이고 진솔한 태도로 답변에 임했다. 강태윤의 부드러운 이미지도 갖고 있었고 장준하의 카리스마도 느껴졌다.
 
◇"분량 적었는데, 존재감 있었대요"
 
'로맨스가 필요해3'에서 강태윤은 오세령(왕지원 분)과 오랜 연인 사이였다. 그러던 중 오세령과 헤어지고 신주연(김소연 분)과 사귀기 시작했다. 신주연은 직장 후배다. 신주연과 오세령은 학창시절부터 인연이 깊은 친구 사이다.
 
오세령에게는 온갖 감정을 쏟아부었는데, 신주연에게는 다소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다가갔다. "다소 독특한 상황에 놓인 강태윤으로서 3개월 간 살아본 기분이 어땠냐"고 물었다. 의외로 "살았다고 말하기 힘들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남궁민은 "이 드라마에서 태윤은 감정선이 연결된다기 보다는 성준과 신주연의 사랑에 비교되는 역할이 강했다. 나쁘게 그려지는 면이 있었던 것 같다. 사랑에 대해 너무 이성적으로만 접근하는 모습이 멋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예전 같았으면, 스트레스가 심했을 법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느낌으로 많이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본 강태윤은 그럼에도 꽤나 멋있는 역할이었다. 이기적인 느낌보다는 감정적인 사랑에 지쳐서 하는 행동이라고 판단됐다. 이성에 치우친 사랑이 꼭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기도 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궁민은 "실제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서도 다른 여자를 이용해서 그 힘든 마음을 잊으려는 모습 때문이다. 지나치게 이성적이니까. 옳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며 "사실 성준은 너무 감성적이다. 완성적인건 태윤과 주완(성준 분)이 합쳐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태윤 역시 주연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옳은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남궁민은 "내 몸값이 이렇게 높았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촬영 분량이 여유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촬영하면 100부작도 하겠다"는 말을 했을 정도란다.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였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비싼 사람인 줄 몰랐다. 아마 소연씨만 죽어났을 것"이라고 말한 남궁민은 "감독님께 분량이 너무 적은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는데, 감독님이 '태윤은 임팩트가 있는 장면이 많아서 괜찮다'고 하더라. 내 생각에도 분량에 비해 존재감은 강했던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남궁민이 가진 부드러운 매력을 한 껏 뽐낼 수 있는 기회였다. 강태윤과 이미지가 그대로 겹쳐보이는 지점이 많다. 경제적인 여유와 부드러운 성격, '잘난 사람'의 이미지가 남궁민과 겹쳐보였다.
 
남궁민은 "너무 편하게 연기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아서 일부러 스트레스를 주면서 일했다. 이번에는 더욱 혼자서 어렵게 연기하려고 했다. 그래야 긴장감도 있고,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미소를 지었다.
 
◇남궁민 (사진제공=tvN)
 
◇"연기만 생각했던 과거, 그게 더 겉멋 같았다"
 
남궁민은 예능 출연이 거의 없었다. 기회가 분명히 있었는데도 스스로 고사했다고 밝혔다. 연기로만 승부하고 싶었던 면이 강했다고 한다. "나는 모가 난 성격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모가 날 위치가 아니었는데도 그랬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일화를 설명했다. 드라마 홍보차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요청이 왔는데, 당시 세 명의 주인공만 출연하고 본인은 일부러 빠졌었던 경험이었다. "왜 그랬었냐"고 물으니 "그 때는 예능에 나가는 게 겉멋이 든 행동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답했다. 지금은 반성하게 된다는 말도 뒤에 이었다.
 
남궁민은 "대중성이 있어야 연기를 잘하는지 못하는지가 평가되는건데, 난 너무 연기만 생각했다. 처음 봤는데 '연기 잘하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기가 있을 때 '저 친구가 연기도 잘하는군'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기도 연기지만 어느정도 인기가 있는 사람들이 더 뽑힐 수밖에 없다. 내가 제작사라도 그럴 것 같다. 예전에는 그걸 몰랐다"고 토로했다.
 
"지금 선배 격이 되서 보니까, 너무 연기만 하고 인사도 없고 농담도 안 하는 후배들은 정이 안 간다"고 말한 남궁민은 "예전에 내가 그랬다. 촬영장 와서도 아무것도 안하고 연기만 하고 갔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게 겉 멋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는 남궁민은 이번 촬영을 커피숍 가는 기분으로 찍었다고 한다. 김소연, 왕지원 등과 신나게 수다를 떨고 왔다고 말했다. 지금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잠시 '남궁민에게 어떤 예능이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와 잘 어울릴 법했다. 인물 속에 신비함이 있고, 여자를 만나는 과정이 진솔할 것 같았다. '우결 어떠냐'고 물으니 특유의 100만불짜리 미소를 지었다.
 
남궁민은 "군대가는 '진짜 사나이' 말고는 다 해볼만 하다. 진짜 사나이는 진짜 힘들어보인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괜찮을 것 같다"고 밝혔다.
 
◇남궁민 (사진제공=tvN)
 
◇"여자 잘 알 것 같다고? '여자 초짜'다"
 
'우리 결혼했어요' 얘기가 나오고 자연스럽게 여자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1978년생이다. 적지 않은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 미혼이다. 극중에서는 여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강태윤이었다. 오세령이든 신주연이든 조금씩 웃음을 흘리기도 한다. 실제 남궁민 역시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여자얘기가 나오니 남궁민은 "기자님이 봤을 땐 내가 여자를 얼마나 만날 것 같냐"고 되물었다. "기본적으로 평타 이상은 칠 것 같다. 여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면 금방 여자친구로 만들 것 같다"고 답했다. 남궁민에 대한 이미지가 그랬기 때문이다. 저 외모에 그게 힘들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그러니 남궁민은 "나는 여자에 대해서는 초짜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 하면서 '여자와 남자가 가치관에서 완전히 다르구나'라는 걸 알았다. 나는 여자를 만날 때 '이해'가 우선이었다. 감성적으로 다가가야 하는데, 현실적인 상황에 맞춰서 이해를 하려고 했다. 그래서 눈치없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금 후회가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태윤처럼 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남궁민은 "강태윤은 알게 모르게 여자들에게 흘리는 말을 잘 한다. 내가 그랬으면 진짜 많이 만났을 것 같다. 난 태윤이처럼 능수능란하게 하지 못했다"고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우리 결혼했어요'에 들어가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다. "아마 쑥맥 같을 것 같다"며 "해봐야 알겠다"고 다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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