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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활성화방안)②기업편의냐 투자자보호냐
상장완화 정책기대감 속 부작용 우려도.."기업과 투자자 위한 정책균형 필요"
2014-03-06 16:00:00 2014-03-06 17:55:48
[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정부가 코스닥 상장심사제도를 완화하고 시장운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나서면서 상장 유치 활성화 기대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진입장벽을 낮춘 만큼 이전에 비해 '잠재적 문제기업'이 상당부분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자 보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진입문턱 낮춰..성장성·기술성 기업 유인효과
 
코스닥 진입 문턱을 낮추는 방안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질적심사 간소화(55개 질적 항목 절반 가량 단축) ▲최대주주 보호예수의무 완화(1년에서 6개월로 단축) ▲외형요건 한해 기업규제 완화(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기업 자본잠식·계속사업 이익시현 요건 면제) ▲코넥스 패스트트랙 제도 요건 완화 등이다.
 
거래소 측은 이같은 사안에 대해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왔고 올해 상반기내에는 승인을 받아 본격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질적심사기준을 '과거 실적'에서 '성장 잠재력' 중심으로 개선한 만큼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질적·외적으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졌다.
 
매번 상황이 들쭉날쭉 변하는 코스닥 기업의 특성을 반영해 기업의 투명성, 안전성 측면에서 심사를 줄이고 '계속성' 중심으로 심사를 하겠다는 거래소의 적극적인 의지도 상장유치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제도 뿐 아니라 승인심사 통과율도 대폭 높아졌다. 지난 2000년대 초 반토막 정도에 불과하던 승인심사율은 지난해 93.5%로 급등했다. 지난해에는 예비심사 청구에 나선 기업 중 단 2곳(케이사인, 바이오리더스)만이 미승인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상장유치부까지 신설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기업들의 상장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웅갑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심사부장은 "세분화되고 중복됐던 심사 프로세스를 간소화시켰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계속성(Going Concern)' 부분은 본질적인 측면이기 때문에 간과하지 않고 면밀히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종남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올해는 이미 가시권 안에 든 기업이 많기 때문에 최대치로 세운 70개 상장을 목표로해 주관사와 함께 최대한의 범위내에서 상장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박대통령은 거래소 규정개정 등 IPO활성화 방안을 내놨다.(사진제공=뉴스1)
 
◇"부실기업 상장 우려..증시침체 속 시장활성화 의문도"
 
상장기준이 대폭 완화되고 적극적인 유치가 이뤄지면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질적 심사가 대폭 완화되는 만큼 '잠재부실기업'이 들어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는 곧 투자자 보호 문제와 직결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완화 속에 부실기업들이 속출했던 2000년대 초반 증시의 모습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2000년대 초반 IT벤처붐이 활황인 시점에 기업들은 앞다퉈 자금조달을 위해 증시 문을 두드렸다.
 
거래소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약 5년동안 신규등록 기업은 516개에 달했다. 이 당시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시장등록요건을 유가증권시장보다 완화하고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완화된 요건을 제시했다.
 
당시 사업성과 수익성을 검증받지 못하고 들어온 기업의 상당부분은 현재 퇴출된 상태다.
 
이후 닷컴버블이 붕괴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코스닥 시장이 불안해지자 2003년 정부는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요건, 자본금 기준 확대 등 규제에 나섰다. 하지만 이때부터 코스닥 시장은 일종의 투자처로서의 메리트를 상실했다. 이 당시 상장기업수도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 당시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 속에 상장하지 말았어야 할 기업들이 대다수 증시에 들어왔다"며 "시기마다 다르겠지만 심사제도가 상대적으로 허술했던 당시에는 실적보다 투자적격성을 중심으로 외형조건 등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기업을 상장시켰다"고 회고했다.
 
◇"투자자를 위한 논의 필요..상장정책 균형적으로 운영해야"
 
기업 입장에서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방안은 많지만 정작 투자자를 위한 논의는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상장후 기업의 계속성 문제를 주시하며 관리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상장한 38개 기업중 연간 실적 발표를 한 27곳중 12곳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티스(141020), 우리이앤엘(153490), 윈팩(097800) 등 4곳은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사실 전체적으로 시장이 침체된 분위기에서 상장된 기업들이 쉽게 가시화된 실적을 내기란 어렵다. 자금조달이 코스닥 기업의 상장 주목적인 만큼 상장 직후 실적이 꺾이는 사례도 다분하다. 하지만 갓 증시에 입성한 기업 중 절반 가까이 실적 하향세를 보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영속성 차원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현철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단순히 코스닥 기업 수만 늘린다고 자본시장이 활성화된다고 볼 수 없다"며 "상장 이후에도 경영평가 등을 통해 우량 기업을 선정하는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투자자보호가 아무리 중요해도 기업을 도외시 할 경우에는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것은 없다"며 "기업을 무턱대고 제한하는 것도 시장실패의 한 형태고 오히려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 정책적인 균형을 잃지 않고 시장을 운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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